오늘_나는 엄마의 글을 따라 쓴다.

엄마에게 미리 물려받은 유산

by 이음하나

글을 매일 쓰고 있다.

아주아주 어릴 적, 한글도 모를 때
엄마는 그런 나를 위해
책을 귀로 읽게 해 주었다.

전래동화 전집에 함께 있는 카세트 테이프를
틀고 또 틀어
내가 글은 모르지만
책을 줄줄 외웠다고 한다.

책을 거꾸로 놓고 말이다.

집에 낡은 한글 사전이 있었는데
그 사전을 펼쳐놓고
글씨를 따라 쓴 흔적도 있었다.

특별히 붙들고 한글을 가르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나는 어릴 적부터
듣고 쓰고 말하기를 즐겨한 듯하다.

우리 엄마는 지금도
매일 책을 읽는다.
집 앞 도서관, 북카페 단골이고

서점에서 언제든 읽을 수 있도록
꾸준히 책을 준비한다.


엄마는 본인이 배움이 짧아
이거라도 해야
세상을 따라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였지만,

나는
내 생각에는

그 어떤 박사들 보다도
우리 엄마가 지혜롭고 현명하다고 생각된다.

매일을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니까.

침대맡에 쌓아두고 손 가는 데로 읽는,
가슴에 담아두고 싶은 구절은
꼭 한 번씩 따라 써보는.
그리고 나에게 일러주는.

엄마의 좋은 습관은
나에게도 고스란히 물든 듯하다.

그 습관은
가격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재산을 물려받은 기분이다.

예순 다섯 엄마는
오늘도 세상을 꾹꾹 눌러 담아
노트에 쓴다.

서툴지만 온 마음 담은
그럴싸하지 않아서 더 좋은
우리 엄마 글



조용히 나를 바라보며
오늘 하루만큼은 잘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버텨준 나,

그런 나 자신에게
고마워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