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_나는 내 하루를 이야기한다.

글 쓰려면 부지런히 다녀야겠군.

by 이음하나

큰아이의 부탁으로 가까운 듯 낯썬 동네에
오게 되었다.

아니 눈도 좋은데
컬러 렌즈를 안 끼면 사람이 아니라는 둥
도수도 없는 맹탕 렌즈를
그렇게나 끼시는데
그게 우리 동넨 없어서 지하철역으로
한 정거장인 곳에 왔다.

왜 가까운 듯 낯썬동네냐면,
이곳은 항상 지나치기만 했지
내릴 이유가 없어
알고는 있지만 와보지 않은 곳이다.

오전에 할 일이 있었는데
이것 때문에
할 일 미루고 와야 해서 살짝 짜증이 난
상태로 나왔는데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에 들러진 공원은

꽃들이
부지런히 가을을 만나고 있었고,

그곳에 소풍온 아이들과 부모는
비눗방울도 불어대며 까르르 웃음.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을
내가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날씨는 왜 이렇게 화창한겨~

역에서 내려서 길 찾기를 하는데
근처가 대학교라서
힙한 20대 청춘들도 실컷 보게 되었다.

역시 청춘은 언제 보아도 예쁘다.


길 찾느라 핸드폰을 얼마나 여러 번 봤는지
그러고 도착했는데
문이 잠겼...

오늘은 일이 있어 오후에 오픈한다고
쓰여있었다.

학교에 있는 큰아이에게
이래저래 짜증 좀 내고
순간 여유 1도 없는 못돼 먹은 엄마가 되었다.

그런 내가 웃겼는가
큰아이는 'ㅋㅋㅋㅋㅋ'만 연신 써대고
그게 더 열받고
씩씩 대다 근처 카페로 왔다.

우연히 집어든 빵이 또 너무 맛있고
알맞게 내려진 커피가 또 너무 내 취향이고
이러면 몇 시간도 기다리겠다 하는데

렌즈가게 사장님이 전화가 왔다.
내가 여러 번 가게로 전화했는데
부재중이 확인이 되었나 보다.

살짝 아니 많이 짜증 나 있던 게
약속한 시간보다 지났는데 안 열었기
때문이었다.

사장님은 전화를 받자마자
연신 죄송하다며 오늘 아이 돌촬영이 있었다고
길이 밀려 늦어졌다고 했다.

순간 화가 싹 사라졌다.

그럴 수도 있었다.
사람이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었는데
나는 뭐가 그렇게 급해서
짜증이 났는지

괜히 큰아이한테도 미안해지고 그랬다.

마흔 하나 41년을 살아도
늘 미숙하고
늘 부족하다.


밥때를 놓쳐서 그랬는가..?ㅋㅋ


리고 오는 길은 걸어왔다.

걷는 게 제일 귀찮은 나인데 하고 싶지 않은 일

그냥 해보고 싶어서.


그럼 또 우연히 만나는 것들에서

기쁨을 찾을지도!




오늘 내가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만 했던 일들이
나에게 이렇게 하룰 남길 수 있는
이야기가 된다.

노릇한 가을을 만난 꽃.

소풍 나온 아이들은 행복 그 자체.

뒤지게 예쁜 이름 청춘.

그럴 수도 있었던 안경집 사장님의 지각.

그리고 짜증을 누그려준 맛있는 빵과 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