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_나는 마음을 배운다.

흥, 칫, 뿡이다.

by 이음하나

우리 집 강아지가 처음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다니던 동물병원이 있었다.

친절한 병원이었지만, 거리가 애매해서
매번 날짜 맞춰 가기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예약제’라서 갑자기 방문하기 어려웠다.

오늘도 심장사상충 약을 먹이러 가려는데
역시나 예약 시간이 맞지 않았다.

사실 약만 받아와도 충분했다.
기본 케어는 내가 늘 집에서도 꾸준히 해주고 있으니까.
이전에도 남편이 약만 받아온 적이 있었다.

그래서 오늘도 혹시 틈이 없을까 물었지만
앞뒤 진료 예약이 꽉 찼다며 어렵다고 했다.

아이들 병원은 여러 곳을 다녀봤지만
강아지 병원은 단 한 번도 옮긴 적이 없었다.
불편한 거리와 시스템을 감수하면서도
그 병원만 다닌 지 3년.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서운했다.

검색을 해보니 우리 집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새로운 병원이 있었다.
산책 겸 다녀오기 딱 좋은 거리였다.

전화를 걸어 문의하니
예약 없이도 가능하다며 편한 시간에 오라고

밝게 안내해 주셨다.
병원에 도착하니 네댓 마리의 강아지가 대기 중이었지만
혼잡하지 않았고, 분위기도 편안했다.

간호사 선생님들은 친절했고
원장님의 진료는 정확했다.
무엇보다 ‘센스’가 있었다.
작은 배려 하나하나가 체계적으로 잡혀 있어서
보호자도, 아이들도 모두 불편함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단숨에 3년 다닌 병원을 버렸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변심을 한다.
그건 변덕이 아닌,

나에게 맞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결정의 핵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

나는 숙소를 운영하고 있다.
운영하면서 알게 된 건,
호스트의 이익보다 게스트의 마음이 먼저라는 사실이다.

수많은 숙소 중 우리 숙소를 선택해 준 것만으로도
이미 감사한 일이다.

그래서 게스트가 불편을 이야기하면
나는 즉시 해결하려고 한다.
공감하고 이해하면,

일이 훨씬 쉬워진다.

그런데 오늘 병원은
나에게 단 5분의 여유를 내주지 않았다.
조금만 공감해 주고,
조금만 내 입장을 이해해 주었다면
나는 꾸준히 그 병원을 다녔을 것이다.

그 조금의 센스,
그 5분의 마음이 아쉬웠다.

아쉽지만 후련하게 이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