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이상한 사람

얼굴에 초특급 철판을 장착했던 중개인

by 이음하나

내가 부동산에 관련된 일을 했을 때의 일이다.

한 부부가 집을 매수하고 싶어 했다.
조건은 아이 학교와 가깝고, 지은 지 오래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방 3개에 화장실 2개가 조건이었다.

때마침 이분들이 찾고 있는 조건에 딱 알맞은 신축 빌라가 있었고,
부동산 중개인과 함께 집을 보게 되었다.

부부는 꼼꼼히 살펴보곤 마음에 들어 계약을 하고 싶어 했다.
보통은 매수할 때 이 집 저 집을 한참 보는데,
부부는 쿨하게 그 자리에서 계약하길 원했다.

보통 그 집의 주인은 있다고,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안 팔린다고 하는데
사실상 컨디션이 정말 괜찮은 집이었는데
한동안 안 나가서 이상했다.

이렇게 괜찮은 집이 안 나가더니 드디어 임자 만났구나 싶었고,
좋은 집이라서 좋은 분께 갔구나 생각했다.
또 중개인이 별 힘 안 들이고 성사를 시켰구나, 운이 좋네! 싶었다.

그런데 그 중개인이 나에게 잠시 나오라는 사인을 보냈다.

“실장님~ 저분들 금액 내고 얘기하시면 안 된다고 해줘~ 부탁해~”

나는 나에게 권한이 없으니 나의 상사와 이야기하라 하고 뒤로 빠졌다.

계약서를 쓰고 계약금 입금을 받고
정말 순조롭게 계약이 되었다.

그러고 나오는데 부부 중 아내분이 말했다.

“OO엄마 덕분에 좋은 집 샀어~ 너무 고마워!
이렇게 좋은 집 샀는데 중개 수수료도 깎아주고~ 미안해서 어째~
내가 맛있는 거 대접할게~”

헐, 아이 친구의 엄마였어? 어머나... 얼굴에 철판이 도대체

몇 겹이야....

며칠이 지났고, 아내분은 이삿날 전에 새 가구를 몇 개 가져다 두어도 되냐고 물었다.
나는 흔쾌히 수락하고는, 새 가구 들어오는 날 만났다.

“가구 예쁜 거 잘하셨네요~ 너무 축하드려요!”
“다 이게 OO엄마 덕분이죠~ 수수료 싸게 해 줘서 예산이 모자라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기분 좋게 가구도 바꿨어요~ 결혼한 지 10년 만에 살림 바꾸네요~”

들떠 있는 아내분의 눈빛은 이 집에서의 행복을 꿈꾸었다.
아이 책상은 여기로, 책장은 저기로
이삿날 전까지 매일을 왔다.

그렇게 이사까지 너무 완벽했다.

여기까지는 해피엔딩.
하지만 이 행복한 이야기의 숨은 진실이 있다.



신축 빌라는 보통 수수료가 포함된 금액으로 거래된다.
즉, 매수자가 따로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 중개인은 ‘깎아줬다’는 명목으로
수수료를 두 번 챙겼다.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

중개하시는 분들이 다 저렇게 하진 않는다.
보통은 아는 사람의 경우,
자기 수수료를 최소화하고
집 매수 금액을 최대한 내고하여 판매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부부의 연신 감사 인사를 인자한 눈빛으로 다 받아내고는,
뒤로는 엄청난 수수료에
어쩌면 호화로운 식사 대접까지 받았을 중개인.

정말 두 얼굴의 사람이었다.




한참이나 지나, 오랜만에 마주쳤던 그 부부는
여전히 그 집에서 잘 살고 있다고 했다.

집도 넓고 깨끗해서 아이가 너무 좋아하고,
참 잘 샀다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했다.

아님 어쩜,
감사함을 알고 사는 마음이 고운 가족이라
가장 좋은 집에서 살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무탈하게 잘 살고 계셔서 너무 다행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가끔은
진실을 모르는 것이 약일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