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이상한 사람

날던 세입자 밑에 뛰어 집주인

by 이음하나

집주인이 물었다.
“혹시 내가 집을 팔 건데, 살 생각 있어요?”

그때는 재계약을 마친 지 얼마 안 된 시기였다.
살 수만 있다면 좋았겠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집을 구해야 하나 걱정이 밀려왔다.

그땐 코로나가 한창이었고,
마스크를 줄 서서 사야 하던 시절이었다.
아이 셋이 있는 집이라 집을 보여주기도 조심스러웠는데,
새로운 집주인은 현관 앞에서만 집을 둘러보고
“제가 들어와 살 건 아니니까 편히 사세요.”
그 한마디를 남기고 돌아갔다.

세상에 운도 좋아, 이렇게 좋은 집주인을 또 만나다니.


그도 그럴 게, 이전 집주인은 아주 골칫덩이였다.
어느 날 “사정이 있어서 잠깐 주소만 옮겨달라”라고 했다.
대출을 받으려면 세입자가 있으면 안 된다나.
하지만 주소를 이전해 주면
우리의 보증금 순위가 뒤로 밀려나는 걸 알았기에
정중히 거절했다.

“젊은 사람이 왜 그렇게 빡빡해요?”
“우린 정직한 사람이에요.”
그 말은 지금 들어도 웃음이 난다.

결국 대출이 안 된다며 한탄하다가,
“그럼 우리가 들어가 살겠다”며 계약을 끝냈다.
이삿날엔 보증금 정산 문제로 시끄러웠고,
이사 후에도 내 카드로 관리비가 결제되고 있었는데
말 한마디 없이 그대로 있었다.

그 일을 겪고 나니,
지금의 집주인이 천사처럼 느껴졌다.



몇 달 뒤, 부동산에서 전화가 왔다.
“거기 집 보러 가도 될까요?”
“네? 이미 새 주인이 사셨는데요?”
“그 주인이요, 집을 다시 팔겠대요.”

집주인에게 전화하니 사정이 생겼다고 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시세차익을 노린 되팔기였다.

“섭섭하지 않게 이사비 드릴게요.”
그 말에 조금은 마음이 풀렸지만,
결국 집은 내가 정성껏 꾸며놓은 덕분에
한 번 보고 바로 팔렸다.

그런데 며칠 후, 전화가 또 왔다.
“아~! 그리고 이사비는 소득으로 신고해야 해요. 젊은 사람들이라 잘 모르죠?”

순간 피식 웃음이 났다.
그 사람은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몰랐다.
나는 부동산 일을 했었다.
이게 왜 과세대상이 아닌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차근차근 설명했다.
“그건 소득이 아니라 보상 개념이에요.”

주인은 적잖이 나를 구슬려 자신의 이득을

더 챙겨보려고 했지만 실패.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더니
날던 세입자 밑에 뛰던 집주인 꼴.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참 많은 일을 겪었다.

“대한민국 집주인들은 왜 이럴까” 싶던 시절도 있었다.
그래도 이번 집에서는 5년째 평온하게 지내고 있다.

이 집에서
내가 간절히 바랐던 일 세 가지가 이루어졌다.

좋은 집주인 덕에
세입자의 삶도 덩달아 단단해지는 기분이다.

깨끗하게 살고,
다음엔 또 좋은 사람이 이 집을 이어받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