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제로웨이스트 라이프가 꾸준할 수 있는 비결은
아마도 똑같은 물건을 창의적으로 사용하려는 고민과 실천의 시간 덕분인 듯하다.
원래 용도와는 다르게 다른 방법으로 비틀어 생각하는 과정에서
나는 살림이, 제로웨이스트가 재미있다고 느낀다.
이런 재미는 유리병 하나를 두고도 찾을 수 있는데 내가 유리병 재사용을 통해 어떤 식으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는지 소개하려 한다.
누구나 한 번쯤 식탁 위 물컵을 엎질러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뚜껑이 있는 유리병을 재사용하게 되면 물을 엎지르는 경험에서 해방될 수 있다.
레몬차가 담겨있던 유리병은 크기도 작고 뚜껑이 달려있어 컵으로 재사용 중이다.
먼지가 들어가지 않는 장점도 있다.
맥주를 마실 때에도 레몬차병을 이용한다.
재활용률이 떨어지는 유색 페트병 맥주보단 유리병이나 캔맥주를 즐겨 마시곤 하는데,
355ml 맥주 한 캔이 딱 들어가는 사이즈라 좋다.
간단한 안주와 함께 재사용한 유리병에 부어 마시는 맥주는 주말 별미로 안성맞춤이다!
과자를 줄이고 오이나 당근을 간식으로 먹으려 노력하는 요즘.
구입한 당근을 깨끗이 씻어 먹기 좋은 크기로 손질하고 유리병에 생수를 부어 보관하고 있다.
이 밖에도 큐브 치즈처럼 낱개의 재료나 간식들을 재사용한 유리병에 담아둔다.
유리병이 투명해 내용물을 확인하기 쉽고 재고 파악이 용이해 즐겨 사용하고 있다.
조금 큰 사이즈의 유리병은 반찬통으로 재사용할 수 있다.
유리병은 플라스틱통과는 다르게 물이 들지 않아서 반찬통으로 사용하기 좋다.
그래놀라가 담겨있던 병을 깨끗하게 씻고 열탕소독하여 장아찌를 담아주었다.
마늘장아찌 냄새는 뚜껑에 베여서 조금 오래 남아있었다.
아무리 유리병이어도 마늘은 어쩔 수 없나 보다.
한때 인스타그램에 엄청난 유행이었던 당근라페.
당근 하나로 만든 당근라페도 재사용한 유리병에 담아두었다.
머스터드에 버무린터라 행주나 도마는 물들었지만 유리병은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당근 한 개 분량을 모두 당근라페로 만들고 넉넉한 사이즈의 유리병에 담아두니
알록달록 예뻐서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고추 튀각. 다시다 튀각 반찬도 유리병에 담아 보관 중이다.
냉장보관해야 하는 고춧가루도 소분하여 유리병에 담아놓고 사용 중이다.
벌크로 사두고 오래도록 사용하는 천연세제.
대용량 천연세제는 조금씩 덜어서 사용하고 있는데 이때도 플라스틱 통이 아닌 유리병을 재사용한다.
빨간 뚜껑에 담긴 천연세제를 보고 있으면 소소하지만 참 예쁘고 단정하다는 생각이 든다.
두유를 마시고 나온 작은 유리병도 깨끗하게 씻어 자질구레한 물건을 담는 용도로 쓰고 있다.
집에 하나쯤 있으면 좋은 트위스트타이를 모아 유리병에 담아주었다.
속이 비치니 무슨 물건인지 알 수 있고 부피도 많이 차지하지 않아 수납하기 좋다.
유리병을 재사용하다 보면 어릴 적 집집마다 있던 델몬트 오렌지주스병이 떠오른다.
10번 정도 회수 후 재사용할 걸 생각해 크고 튼튼하게 만들었다던 이 주스병은
집집마다 보리 차병으로 사용하는 바람에 플라스틱 병으로 바뀌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국민 보리차병인 델몬트 주스병을 잊지 못해 레트로 감성이 유행하며 다시 나타나긴 했지만)
나 역시 시판되는 브랜드 유리병 보단 가급적 소스병, 잼 병 등 물건 구입 단계부터 유리병으로 고른다.
델몬트 쥬스병 재사용 감성이랄까.
쉽게 소비하고 폐기하지 않고 다르게 사용하는 방법은 없는지 생각해 보는 재미를 느끼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