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라이프에 제약이란 없다
이사 전 내가 살던 곳은 9평 남짓의 작은 임대 아파트였다.
나 혼자 살던 그곳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고 자취와 신혼을 합쳐 약 4년을 거주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작은 집에서 둘이 부대끼며 어떻게 잘 살아왔는지 내 스스로가 대견할 따름.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작은 임대 아파트에서도 단정한 미니멀라이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미니멀리스트인 나의 정리수납 노하우를 소개하려 한다.
9평 남짓의 작은 공간에서 살아가려면 무엇보다 공간 구분과 가구배치가 중요하다. 이 두 가지만 잘 해준다면 효율적인 동선이 나오고 같은 공간이라도 넓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2개의 방을 침실과 드레스룸으로 역할을 정했다. 공간별 역할에 맞추어 생활을 유지했다. 거주하는 동안 방의 역할이 바뀐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작은 집에서 미니멀라이프를 즐기려면 큰 가구는 피해야 할 물건 중 하나이다.
큰 가구를 들이면 사용할 수 있는 공간 면적이 좁아져 안 그래도 작은 집이 더욱 작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곳은 옷장이나 서랍장 같은 가구보단 경량화되어있는 행거를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옷은 햇빛에 노출되면 색이 바래기 때문에 창문에 검은색 머메이드지를 붙여 햇빛을 차단하고 창가 앞 벽면 가득하게 행거를 설치해 주었다. 좌측은 나의 옷, 우측은 짝꿍의 옷으로 걸어 수납했다.
작은 아파트에서도 미니멀라이프가 가능했던 건 지속적으로 조절/관리한 옷의 수량 때문이 크다.
부부의 사계절 옷을 모두 걸어도 행거를 넘치지 않도록 가지고 있는 옷의 수량을 늘 신경 써서 관리했다.
다른 미니멀리스트도 많이 하는 방법 중 하나인, 하나를 사면 하나를 비우는 방식을 고수했다.
행거의 좌측 하단의 남는 공간에는 6단 서랍장을 두어 양말이나 속옷 같은 작은 것들을 수납해 주었다.
6단 철제 수납장 안은 쇼핑백으로 공간을 나누어 흐트러지지 않게 양말과 속옷을 정리수납해 주었다.
쇼핑백으로 서랍장에 공간을 만들어 주는 건 지금도 즐겨 사용하는 정리수납방법 중 하나이다.
행거 맞은편 붙박이장은 계절 옷과 계절 이불 여행 가방 등 자주 사용하지 않는 것들을 정리수납했다.
짝꿍의 스웨터는 옷걸이에 맞게 삼각으로 접어 걸고 그 아랜 1박2일 여행용 보스턴 가방을 두었다.
여행 가방 아래 칸엔 계절 이불을 정리수납했다. 가로세로 사이즈를 맞춰 이불을 접어 넣으니 보기에도 좋고 꺼낼 때도 쏟아져 나오지 않아 좋다.
붙박이장 서랍엔 나의 스웨터들을 접어 정리수납했다. 한눈에 보아도 알 수 있도록 전면이 위로 올라오도록 접었고 꺼내고 넣을 때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세워서 수납했다.
주방은 미니멀리스트인 내가 미니멀라이프를 하며 가장 신경 쓴 공간이다. 펜트리 하나 없는 작은 아파트여서 조금만 허술하면 금세 물건이 넘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요리에 취미가 없어서 다행이랄까? 맞벌이였던 우리 부부는 가지고 있는 식기가 많지 않다. 모든 식기류는 주방 상부장 중앙부에 정리수납해 주었다.
주말엔 집에서 해먹기 때문에 미리 밥을 지어 냉동해둘 수 있도록 밥팩도 주방 상부장에 함께 두었다.
밥팩 뚜껑이 자꾸 쏟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스타벅스 캐리어 손잡이를 잘라 수납함으로 활용했다.
주방 상부장 왼편엔 즉석식품과 키친타월을 두었다. 키친타월의 정리수납법은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인 오전열한시님의 피드를 보고 정리수납했다. 최대한으로 공간을 활용해야 했기 때문에 압축봉에 키친타월을 수납하여 수납장 위쪽에 붙여주고 아래 남는 공간엔 식품을 수납하여 공간 효율성을 높여주었다.
주방 하부장 왼편엔 쌀과 조리도구를 수납했다. 페트병에 쌀을 담아 벌레가 생기는 것을 방지했고
필요한 만큼만 한 병씩 쌀통에 꺼내어 먹었다. 아래쪽은 압축봉으로 공간을 분리하여 선반처럼 활용했다.
압축봉 위에 프라이팬을 두고 아래쪽엔 냄비를 수납했다. (사진엔 냄비가 빠져있는 상태이다)
주방 하부장의 중앙인 싱크대 아래쪽 공간이다. 이곳도 선반을 활용하여 공간을 나누어주었다.
선반 상단엔 행주삶음용 배달용기를 두고, 하단엔 천연세제를 두어 행주 세척 등 동선을 짧게 만들었다.
주방 하부장 가장 오른 편인 서랍에는 수저와 주방용품들을 수납했다. 수저를 보관할 칸막이가 없어 다이소에서 구입한 용기로 칸을 나누어 숟가락, 젓가락, 포크/나이프를 수납하고 하단엔 쓰레기봉투와 일회용 비닐팩을 수납했다.
쓰레기봉투는 접어 수납하는 예쁜 정리수납법도 있지만 작은 아파트에는 그런 걸 둘 공간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세워서 뽑아 쓰는 형식으로 차지하는 면적을 줄였다.
마지막 주방 정리수납법은 조리대이다. 가스레인지 쪽 젠다이에 조미료를 두었다. 그냥 두고 사용하기엔 젠다이가 약간 기울어져있어 스타벅스 커피 캐리어를 활용하여 수납해 주었다.
기름이 튀어 더러워지면 반대 방향으로 돌려서 사용 후 폐기처분한다.
수건은 욕실 수납장에 전부 수납한다. 수건은 아랫줄부터 쓴다. 아랫줄을 다 쓰면 위에 있던 수건을 아래로 내린다.
사용 → 건조 → 세탁 → 수납 이 루틴으로 수납장에서 수건이 빠지면 세탁해서 채워 넣는 식이다.
사용한 수건은 바로 세탁기에 넣지 않는다. 박테리아 번식과 세균 증식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욕실 문 앞에 수건걸이를 부착해 건조 후 넣어준다. 이 방식도 오전열한시님의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보고 배웠다.
욕실용품은 전부 공중부양해준다. 물이 닿으면 어디가 되었든 세균이 번식한다.
다이소 모아 클립을 활용하여 혀클리너와 칫솔을 공중부양해 주었다.
(지금은 대나무 칫솔과 스테인리스 혀클리너를 사용 중이다)
마찬가지로 샤워타월도 공중부양을 해주었다. 욕실 안에 있는 기둥을 샤워부스 삼아 압축봉을 이용해 공간을 분리해 주었다. 이곳에 샤워타월을 걸어 건조를 해준다. (지금은 아크릴이 아닌 삼베 샤워타월을 이용 중이다)
임대 아파트가 모두 그런지 모르겠으나 욕실에 코너선반이 없다. 샤워용품을 모두 바닥에 두고 사용해야 했던 상황. 자취 초반, 욕실 바닥에 두고 샤워용품을 두고 사용해 본 결과 용품 바닥에 곰팡이와 함께 핑크색 물때(?)가 낀 걸 본 후로 절대 바닥에 두지 않기로 다짐했다. 출장지에서 본 욕실 디스펜서에 반해 당일에 바로 구입했고 4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파손이나 고장 없이 꾸준히 잘 사용하고 있는 제품이 됐다.
욕실 출입문 왼편에 부착형 수건걸이를 설치해 욕실 슬리퍼 건조와 함께 청소 용품들도 건조해둔다.
욕실은 공중부양만 잘 지켜주면 사용과 건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가구는 가장 적지만, 이동이 가장 많았던 침실이다. 동시에 작은 아파트에서 가장 넓은 공간이기도 하다.
작은 아파트의 침실은 안방 겸 거실의 기능을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효율적인 가구배치를 위해 몇 번이고 가구를 옮겼던 기억이 있다.
처음엔 침대와 tv를 수평으로 두고 사용했다. 그러다 식탁을 구입하게 되면서 tv를 침대 발밑으로 옮기고
tv가 있던 자리에 식탁을 두어 넓은 공간을 유지했다.
효율적인 가구 배치를 위해 벽걸이 tv는 설치하지 않았다. 스탠드형으로 두어 언제든 옮길 수 있게 하였고
이 선택은 4년간 5번 이상의 tv 이동의 결과를 가져왔다. 벽걸이 tv는 아니었지만 tv 선이 주렁주렁 매달린 건 싫었기에 다이소에서 네트망과 케이블 타이를 구입해 정리해 주었다. 꼭꼬핀으로 고정시킨 거라 위치 이동도 부담 없이 할 수 있다.
각종 잡동사니들은 tv 밑 철제 선반에 수납해 주었다. 화장품, 의약품, 손톱깎이 등 부피가 작은 모든 물품들은 한곳에 수납하여 찾기 쉽도록 했다. 수납함은 전부 화이트로 통일하여 깔끔해 보이도록 했다.
작은 아파트는 계산해야 할 동선 면적이 적다. 그래서 더 효율적으로 살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집도 이렇게 깔끔하고 단정하게 살 수 있도록 앞으로 살면서 많은 고민들을 할 것 같다.
작은 아파트라고 해서 미니멀라이프를 포기하지 말자.
나에게 필요한 물건을 알고 진지하게 고민해 본다면 어디서든 미니멀라이프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