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향기

가파도

by 다른디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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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선이 머물던 곳에 그녀가 있었다

일면식도 없는 그녀였지만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름다웠다

초록이 가득한 청보리밭이 배경이 되고

빌린 낡은 자전거는 소품이 되어

바다를 향해 청보리밭을 가로지르는 그녀의 모습은

꽤나 상큼하게 다가왔다

이른 계절이 못내 아쉬워 떠나지 못한 차가운 바람은

나를 두터운 외투로 몸을 움츠리게 했지만

내 시선 끝에 그녀는 한 여름의 청량함처럼 시원해 보였다

어쩜 상황에 개의치 않는 그녀가 꽤 부러웠는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시선을 보는 나의 장면은 어떨까

문득 궁금해졌다

이곳저곳을 산책하는 나에게

누군가는 부러운 시선으로

누군가는 행복의 시선으로

누군가는 처량의 시선으로

아니면 무관심일지도


우연히 누군가의 시선 끝에 내가 서 있게 된다면 은은한 잔향을 남기고 싶다




가파도 산책

by. 달콤한 게으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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