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한 시

by 다른디귿




우리는 외발로 서서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흔들흔들 위태로이 서 있었지만 깍지 낀 두 손을 풀진 않았다

마주 보는 것만으로 행복하고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따뜻했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는 곧 무너질 것들만 사랑했다

흐물흐물해지며 빛을 견뎌내는 노을을 사랑했으며

한 발로 겨우 버티며 서 있던 나무를 사랑했다

바스락 거리는 날카로운 종잇장 모서리를 사랑했으며

쨍한 날 찢어져 모로 돌아 누운 구름을 사랑했다


괜한 두려움으로 온전히 표현하지 못했던 내 사랑이

불안하고 초초해진 우리의 시간이 되어

끝내 사무친다


기억의 나침반이 있다면

평행 광선이 한 곳으로 모이는 점이 되어

흐린 눈으로 열한 시를 바라보겠지

그 시간이 내가 간절히 원했던 밤이길 기도해


나는 깨어 있고

너는 잠들어 있는 시간

밤 열한 시

딱 우리의 간극




- 달콤한 게으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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