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뜻밖의 휴가
수정없이 사는 인생이 있으려나..?
아마도 없을 것이다. 금요일 오전,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며 준비하던 문서 리뷰를 마쳤다.
회의는 나(정확히는 서비스와 그것을 함께 기획한 윗선분들을 포함한)를 향한 공격과 일정에 대한 원망 그리고 그에 대한 나의 방어로 이루어졌다. 마치 팀 간의 차분한 전쟁과 같았달까?
입으로 전쟁을 치르고 나온 건 난데, 회의를 마치고 나온 팀원의 얼굴이 울상이다.
OO씨, 표정이 왜 그래요? 라고 묻는 나의 질문에 팀장님 좀 쉬셔야하는거 아니냐면서, 다들 너무 하는 것 같단다. 그렇게 맨날 출근해서 일하신 거 알면서 어떻게들 그래요? 란다. 그리고 본인이 과연 나중에 연차가 쌓인다고 저렇게 대응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된단다. 아직 보송보송한 신입인 이 친구의 눈에는 와...이거 나도 당해야 하는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매일 야근을 거듭했음에도 공격당하는 내가 불쌍했거나...뭐....N:1의 싸움은 좀 그래보일 수 있겠다.
그러나 서비스를 만들어가며 각자가 가진 R&R 때문에 나눌 수 밖에 없는 대화라는 걸 이미 알기에 나의 사적 자아는 전혀 상처받지 않았다. 이 리뷰를 위해 거의 한 달간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던 나의 공적 자아의 HP가 거의 전량 소진되어 바닥인 상태일 뿐. 오히려 홀가분 한 마음이 더 크다. 리뷰는 끝났고, 공은 넘어갔으니!
아...회의만 마치면 바로 퇴근하려 했는데라고 마음속으로는 늦어진 퇴근을 아쉬워하며, 걱정스런 얼굴의그 친구에게 왜 이런 전쟁을 치러야 하는지 상처받을 필요는 왜 없는지에 대해서 짧게나마 설명을 덧붙여본다. 이해를 위한 설명이지만 그저 잔소리로 오해받을 수도 있겠지. 뭐 상관없다.
그리고 나답지않게 쿨하게 말한다.
'자, 그럼 뒷 일 부탁할게요. 전 지금 퇴근합니다. 주말 잘보내고 다음주에 봅시다.'
소란한 날들을 보내고 한 달만에 가지는 휴식이다. 제발 쉬라며 등떠밀어 준 하루의 휴가였는데...회의 덕에 반나절을 날렸지만 나에겐 나를 기다리는 리조트가 남아있지. 흥!
함께 쉬러가기로 한 친구를 태우러 가는 길에 하늘에 뜬 구름처럼 떠나는 마음은 두둥실하고 내 몸보다 먼저 가야할 그 곳에 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