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j.001 : 집을 팔았다.

내집은 아니고 고양이집

by 도토리



Object 001.



나라는 인간, 미니멀한 삶은 이미 물건너 갔지만 물건에 짓눌려 살 수는 없다는 생각에 하나씩 물건을 정리하기로 결심했다. 우선 돈이 되는 물건부터 팔아 치워보기로 한다.



가장 먼저 정리한 건 우리집 털뭉치님들의 숨숨집으로 구매했지만 매몰차게 외면당하고만 심플하고 고급스러운 철제 반려동물 하우스다. 당시 구입가격은 십만원 초반대(방석 별도...)



안에 방석을 깔아주면사용하겠지...

앞에 커튼을 달아주면 사용하겠지...

장난감을 넣어주면 사용하겠지...

하며 1년이 넘도록 거실 한자리를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었던 숨숨집!

아니 이렇게나 이쁜데! 왜안쓰는거냐아..

셋 다 들어가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큼지막한걸로 구매했더니 거실에서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여 이걸 어떡해야하나 나를 고민스럽게 하던 하우스.




처음에 인터넷서핑 중 발견했을 때만 해도 세상에~ 디자인이 이렇게나 맘에 드는데다가 거실 인테리어도 해치지 않는 멋진 숨숨집이라니! 하며 비싼가격에도 불구하고 요 정도면 우리 냥님들이 다같이 들어가서 알콩달콩~ 꽁냥꽁냥한 모습을 보여줄테지?

게다가 지붕에는 선반이 있어서 그 위에 리모컨이니 뭐 그런거 올려두고 사용하면 거실 인테리어에 포인트도 되고 그 안에 들어간 냥님들과 함께 거실의 멋있는 오브제가 되겠지이?

게다가 철제로 되어있어 위생적인데다가 쉽게 스크래치도 나지 않을 것이며, 물걸레로 세척도 가능하고 방석도 에코 원단이라 물티슈로 클리닝이 된다고하니~ 이것은 천년만년템이다! 하고 기대를 했더랬다.


그러나 사실 택배 도착 첫 날.

조립의 완성과 동시에 알아채버렸다.

이거슨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집이 될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정녕 나만 좋아하는 아이템인것이냐?!




왜 때문에 대체..


우리집 털뭉치들로 말할 것 같으면, 스트릿 출신이라 그런지 고급스러운걸 좀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아무래도 집사부부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서 그러는건가...혹시 얘네 천성이 효자인가?




https://brunch.co.kr/@august9/4



하지만 꽤나 억울한게 길에서 데려 온 노랑이를 제외한 두 녀석은 냥생을 통틀어 젤리에 흙바닥조차 닿아보지않고 내내 실내에서만 곱게 자란 놈들이라는거...하아...그런데 대체 왜..(말잇못..)

간식도 다른집 냥이들이 환장한다는 오리지날 츄르같은건 거들떠 보지도 않고.

어디 펫샵에서 서비스로 주는 이름 모를 츄르간식을 더 좋아하고 그것도 세 녀석이 다 먹는 건 유일하게 1종류..(드셔주시는 간식을 찾느라 버린 유기농 간식이 얼마치더냐....덕분에 동네 길선생들만 입호강.. )

식사는 Only 건사료! 그것조차도 유기농은 잘 먹질 않는다. ㅠ

몸에 좋고 맛없는 보양식보다는 라면이 좋아요 하는..그런 느낌? 그래. 내가 그거 다 알긴하는데..

내가 너희를 그렇게 키우지 않았건만 왜 이러는 것이냐!




아무튼,

그래서 내 나름대로 십만원이 넘게 들여 큰 맘 먹고 장만한 펫하우스는 당근마켓에 매물로 올렸는데 그 전날 새 가족으로 댕댕이를 입양하셨다는 젊은 부부가 그 날 밤에 바로 가지고 가셨다.




안녕-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위생적이고 실용적이기까지했던 나의 로망 펫하우스야...흑흑..





+7만원(방석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