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j.002 : 잘 구워졌다!

고소한 갈색 빵처럼 노릇노릇한 CD

by 도토리



Object 002.



철이 없어 성글었던 고등학생 시절, 반짝반짝했던 스무 살 초반을 보내온 90년대가 어느새 레트로에서 뉴트로로 이어지는 그 한복판에 떠 억 하니 자리 잡아버렸다.


아노락으로 시작되었던 90년대 패션은 이제 헐렁한 브이넥 조끼+프레피룩으로 이어지고 말았고....

2000년도 한창 유행이었던 브이넥 조끼여...


아니 옷을 사 입으려고 쇼핑몰을 들어가 보니 뉴트로니 레 트로니 하는 스타일이 너무 많고,

그 패션을 지금 와서 입자니 뭔가 꾸역꾸역 20대처럼 코스프레하는 느낌이 들기까지 하는 것이다.


얼마 전 서재방을 정리하다 보니 CD들이 한 무더기 나왔다.

20대 시절 돈은 없었고, 스트리밍은 생소했다.


라벨에 적힌 파일명들은 컴퓨터를 잘하는 친구들에게 구걸하거나 당시의 썸 타던(그래 그런 때도 있었네...먼산..) 남자친구에게 건네받았던 밤에 들으면 좋은 몽글몽글한 MP3 음악파일들 그리고 좋아하는 지브리 애니메이션과 감성을 살짝살짝 건드려주는 주옥같은 청춘 영화들이었다.

두고두고 보겠노라 야무지게 밤마다 굽굽했건만,

이제는 넷플00에 들어가면 다 있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CD를 읽어줄 드라이브 자체가 없다.

설사 볼 수 있다 해도 이제는 밤을 새 가면서 그것들을 볼 체력조차 남아있지 않다.

슬프다 청춘- 이렇게 보내줘야겠지.



중간에 끊지 못해 밤을 새워가며 정주행 했던 그 시절의 석호필과 나의 감성이 담긴 영화들과 애니메이션들아 안녕- 너희들을 열어볼 길 없어 보낼 수밖에 없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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