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퀀시 스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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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 무섭다. 좋은 기억은.
아마도 내 기억엔 4호선 명동역 6번출구로 나와서 을지로입구 방향으로 가는 명동 거리의 스타벅스였던 것 같다. 겨울이었고 당시 남자친구와 손님이 들어서도 오래있어도 아무도 눈치주지 않는 스타벅스에서 오늘의 커피를 한 잔씩 시켜놓고 노트북을 열어둔 채 이어폰을 귀에 꽃아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당시엔 카페라곤해도 금연이 아니어서 담배 냄새가 짙게 배어있던 당시 '커피숍'들이 많았는데, 그에 비해 적당한 음량의 배경음악과 아늑한 조도, 그리고 우드슬랩을 사용한 테이블이 있던 깔끔한 내부의 스타벅스는 정말 매력적인 곳이었다.
스타벅스의 본격 팬이 되어버린 건 내가 직장인이 된 뒤, 일종의 구매력이 생기고 나서였다.
각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 중 그나마 커피맛이 균일하게 관리된다는 생각이 들었던 곳이 스벅이었기에
나는 자꾸 그 곳으로 향했다. 사실 단순히 커피 맛이라면 개인 카페도 훌륭하다. 그러나 선택에 따른 실패를 경험하기 싫은 마음이 들 때에는 자연스레 발길이 스타벅스로 향한다.
게다가 그 곳의 메인 컬러와 소재가 녹색과 우드라는 점은 어쩐지 나로 하여금 죄책감을 덜게 하는데 그건 그 두 가지가 나의 메인 페이보릿 컬러와 소재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워낙 훌륭한 퀄리티의 카페들이 많기 때문에 예전처럼 스타벅스에 맛때문에 가지 않는다. 대안이 없거나 혹은 프로모션의 노예가 되어 습관적으로 가는 것 같다. 나도 안다. 결국 나는 상술에 넘어간 호갱이라는 것도. 여름이 되면 수박과 자두가 생각나는 것처럼 스벅의 반복적인 프로모션이 나를 그 곳으로 향하게 한다.
생각해보면 참 무서운 일이다. 매년 여름과 겨울이면 나는 그 곳을 자주 다닌다. 17잔의 음료를 마시면 준다는 바로 그 상품을 받고자.
내가 차량을 이용한 출퇴근을 한 뒤로부터는 드라이브 쓰루 매장때문에 더욱 자주 가게 되었다.
아침 출근길에 차에서 커피를 픽업 한다는 건 매우 달콤한 편의이기 때문이다. 너무 호사스럽기 때문에 매일은 못누리는 편의지만....그렇다해도 의도하며 모으지 않더라도 17잔의 음료는 곧 모아졌고 나는 사은품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그 이후로도 스티커는 자연스럽게 쌓여갔다. 내가 수집하는 걸 알고 친구들이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프로모션이 막바지에 다다를즈음에는 오히려 스티커가 조금 남았다. 딱히 필요한 사람도 없지만 날리기는 아깝다는 생각에 중고거래 사이트에 들어가봤다. 설마 진짜 사려나? 하는 마음에 남들보다 저렴하게 일괄로 판매한다고 올려둔 나의 판매글에 1분만에 서너명의 구매자 연락이 왔다.
가장 먼저 연락 온 구매자에게 제가 프리퀀시 거래는 처음이라서요.. 어떻게 하면될까요? 했더니,
바코드를 주면서 계봐번호를 부르란다. 그래서 곧 입금을 받고 스티커는 선물하기로 보냈다.
오...이거 어쩐지.. 다른 중고물품 판매보다 편한 것 같은데..?!
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