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색 구름을 만나는 날의 단상
나는 구름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과학적인 설명을 곁들일 수는 없다.
하지만 짧게 비가 지나간 자리에 미처 날이 바뀌기 전에 맑아져 버린 저녁 하늘의 구름이 꽤 아름다울 거라는 걸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여름 동쪽 하늘의 해질무렵 구름이 정말이지 아름답다는 것도.
무거운 습기를 머금은 구름은 그래도 나보단 조금 더 자유로울 것이다.
구름은 그렇게 뭉게뭉게 하늘을 유영하다가 해를 가리고 또 갑자기 흐린 하늘도 만들었다가 한다. 그러다 마침내 온몸 가득 품은 수분을 땅으로 후두둑 떨궈버리는 것이다. 가지기 싫은 감정을 털어내듯이.
삶은 누구에게나 무겁고 버겁다.
구름의 운명적인 삶이 꿉꿉한 습기를 잔뜩 머금고 하늘에 떠있는 일이라면 뱉어내는 건 구름의 선택적 삶일지도 모르겠다.
그 날은 주말이었다.
오후 일곱시가 넘어갈 무렵 나는 퇴근을 하는 중이었는데 차창 밖 동쪽 하늘에 크게 떠있는 구름이 유난히 예뻤다.
구름은 혼자가 아니었다. 구름이 떠있는 하늘의 반대편인 서쪽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노을이 가득하다. 서쪽에 비해 비교적 푸른 동쪽 하늘을 배경으로, 노을이 보내주는 노란 빛을 거울처럼 받은 구름의 테두리는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다. 걷다가 숨이 차올라 버릴만큼 습도가 높았던 그 날의 날씨는 꽤나 불쾌했지만, 그런 날을 보낸 저녁에 만나는 핑크빛 하늘과 실키한 크림색 구름은 왠지 더욱 드라마틱하게 아름다워보이는 것이다.
오늘 하루 괜찮았다는 위로를 받은 기분이 들면서 동시에 마음 한 켠에 묘한 기분이 몽글몽글 구름처럼 피어오르고 말았다. 나는 어쩔 줄 모르는 마음을 부둥켜 안는다.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뜨거운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