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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Aug 09. 2021

내 엄마에게





모기가 웽~하고 잠든 나에게 달려들었다.

올해는 모기에 안 물리고 지나가나 했는데 아니었네라고 잠결에도 생각했던 것 같다.

자면서도 가려운 곳을 마구 긁었는지 아침에 일어나 보니 다리엔 이미 얇게 피부가 벗겨져 생채기가 나있다. 나는 모기에 물린 자리를 벅벅 긁으며 내 엄마를 생각한다.



나는 더위도 추위도 배고픔도 잘 참는데, 가려움을 정말 못 참는다. 상처가 날 때까지 긁고 긁는다. 어릴 때부터 그랬는지 엄마는 내가 모기에 물리면 늘 얼음주머니를 대어주었다. 성미가 급해 우선 긁고 마는 나는 이십 대가 되어서도 엄마에게 등짝 스매싱과 얼음주머니를 함께 받곤 했다.

결혼하고 나니 얼음주머니를 만들어주던 엄마가 없어서 뭐든 스스로 해야 한다. 내 남편은 자상하지만 우리 엄마를 따라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얼음주머니를 만드는 것도 귀찮고, 집에 얼음이 없는 날이 많아서 내 다리엔 참지 못하고 긁어버린 상처가 조금씩 늘어난다.


그런 엄마가 백내장 수술을 앞두고 있다. 당일 입원으로 처리될 만큼 간단한 수술이라고도 하는데, 나는 어쩐지 마음이 그렇지가 못하다. 자꾸만 엄마에게 괜찮냐고 묻게 된다. 그래서 내가 자꾸 연락을 하니 엄마는 귀찮다고 한다. 어쩐지 엄마가 고생하는    때문인  같아서. 내가 아직 부자가 아니기 때문인  같아서.  동생은 먼저 알았는데 엄마가 내게 말할  알았단다. 그런데 엄마는 수술일이 마침 내 생일이란 이유로 나에게 수술 사실을 숨겼다. 그래서 뒤늦게 알게  나는 병원에 검진 가는  알았으면서 바쁘다는 이유로 결과 물어보는  잊어버린 나에게 화가 나서  없는 엄마에게 잔소리를 퍼부었다.

 

"아니 그걸 왜 말을 안 해. 생일이 대수야? 내 생일이 아니라 엄마가 고생해서 낳은 날이지!"

"그래도 일 년에 한 번뿐인 생일이잖아. 알아봐야 뭐 큰일 난 것도 아니고- 아빠도 있는데."


주말 출근을 했다가 수술 전에 엄마 얼굴을 볼 겸 들렀다 간다고 했다.

수술일 전일이자 내 생일 전일이기도 한 그날, 엄마는 내가 도착할 시간에 맞춰 갖가지 잡곡을 섞어서 새로 밥을 짓고 미역국을 끓이고 아빠가 낚시로 잡아온 갈치를 구워놓았다. 집에 가면 저녁을 안 먹고 기다리는 남편이 있어서 잠깐만 들렀다 가려고 했던 건데, 내가 온다 하니 미역국 먹이고 싶었다고 하며 고기는 못 넣었다고 해서 "고기는 무슨 고기야-지금도 충분히 맛있어."라고 하며 국을 뜨면서 나는 속으로 눈물이 났다.


국과 밥을 다 비우기 무섭게 내일 수술 끝날 때 맞춰서 다시 올게 하고 나서는데 엄마가 아파트 주차장까지 따라 나왔다. 왜 나와? 했더니 그냥 산책 삼아서라고 한다.

차 앞에 서서 "나 갈게" "빨리 가. 조심히." "응 갈게."하고 멋없이 인사를 나누고선 덩그러니 서있는 엄마를 두고 주차장을 나오는 길에 뒤늦게 엄마를 한 번 안아주고 올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왔는데 하며 애교 없는 K-장녀는 차를 돌리지 않고 집으로 가면서 생각을 한다.

내일은 엄마를 꼭 안아줘야겠다고.

내 엄마여서 정말 고맙다고. 내가 잘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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