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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Jul 24. 2015

안녕, 노랑.





정말 난 고양이를 키울 생각은 없었다. 

난 알레르기성 비염환자라서 동물 털이라던지 급격한 온도차에 무척이나 예민해서 그런 경우엔 내장이 다 튀어 나올 정도로 재채기를 하고 만다. 그리고 청소도 귀찮아하고... 매일 뭔가를 하는 건 생각지 못할 정도로 게으르다. 옛 으른들이 말씀하시길 손톱이 긴 사람은 천성이 게으르다 하셨다. 난 손톱이 길다.

그리고 J도 동물 애호가는 아니다. J는 나와의 연애시절 내가 데이트코스로 무척 좋아하는 동물원에 가서 삼십 분을 채 못 걷고 뭔가 냄새가 난다는 둥, 온몸이 간질간질하다는 둥 갖은 소리를 지껄이며 이제 그만 나가자 하곤 했으니까. (그러면서 J는 늘그막에 귀농을 하자고 했다. 참 뻔뻔한 소리다.)










그러던 2012년 여름, 더위가 한창이던 7월에.

우리는 결혼 3년차 부부였고, J는 밤마다 담배를 피우러 집 앞에 나갔는데 그 날은 나가자마자 현관문을 띠또띠또 호들갑스럽게 열면서 다시 들어와서는


"예쁘게 생긴 고양이가 자꾸 나한테 친한 척을 해!" 


라고 외쳤다.

J의 표현을 빌자면 밖에 '너~~무 예쁜' 고양이가 있고, 걔한테 뭔가 주고 싶은데 줄만한 간식 같은 게 없느냐는 것이 었다. 늘어진 티에 똥머리를 하고 티비를 보며 뒹굴고 있던 나는 아몰랑을 시전 하며 네가 알아서 하라고. 우리 집엔 나 먹을 간식도 없다고.

나를 귀찮게 하는 게 일인 J는 그대로 나가지 않고 엄청나게 뭔가 갈구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아 정말!

마땅히 줄 게 없던 나는 엄마가 챙겨주신 국물용 왕멸치를 너의 손에 쥐어내보냈다. 

그 '너~~무 예쁜' 고양이는 정말 배가 고팠는지 왕멸치를 순식간에 먹어치웠다고 나중에 J가 말해주어 알았다.

얘기를 듣고 보니 어쩐지 마음이 짠-하긴 했다. 나도 마음이 여리다구..

그러더니만 J는 흡연메이트라도 생긴냥 신이 나서는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같은 상황을 만들었다. 이러다간 우리집 멸치란 멸치는 이름 모를 고양이가 다 먹어치울 기세였고. 그것도 엄마가 준 국내산 고오급 왕멸치를!

며칠 뒤 담배를 물고 나간 J는 다른 날과 같이 고양이에게 줄 먹이를 찾으며 들어와서는


"지금이야 지금! 지금 나오면 너도 볼 수 있어!  빨리~빨리나와~ 가버리기 전에~"


라고 나를 불렀다. 그래 그래? 어디 보자. 요 왕멸치 도둑!











그래 J의 말대로 고양이는 제법 예뻤다. 다른 길냥이와 다르게 눈꼽이나 염증도 없었고.

옛말에 고양이는 요물이라더니... 이녀석 아주 그냥 작정한 듯 눈으로는 아련한 눈빛을 발사하고 있었으며, 내가 등장하자 바닥에 드러누워 몸을 꼬며 한껏 애교를 부리면서 나를 꼬시려 들었다. 

내가 우리집 실세인 거 알았나! 세상에!

결국 당연하게도 다음날 우리는 고양이 사료를 샀고.

매일 퇴근하고 깊은 밤이 되면 J는 담배를 나는 사료와 물그릇을 들고 집 앞으로 나가는 게 일상이 되었다.

그렇게 녀석이 우리에게 다가왔고, 어쩐지 나는 일이 하나 더 늘어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길냥이 시절의 노랑..지금보면 특별히 노랗지 않은데...우리의 작명센스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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