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1

by 도토리



책장을 정리하던 여자는 책들이 쌓여 산을 이룬 선반에서 예전에 읽었던 소설을 꺼내 다시 읽었다. 이십대에 느꼈던 추억과 일렁임이 가슴속에 따뜻한 물처럼 차올랐다. 그 책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이었다.


이십대 초반의 여자는 친구들이 떠나듯이 해외로 훌쩍 떠나보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다. 스스로 문화적 토양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찬란한 이십대를 떠나보내고야 말았다. 스스로 문화적 토양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기에 부모에게서 각종 놀라운 경험을 물려받은 친구를 부러워하던 시절의 여자였다.

그런 여자가 세계관을 스스로 넓힐 수 있는 방법으로 택한 게 책이었다. 활자를 보면 저절로 읽을 수 밖에 없던 여자는 책을 통해 여행도 하고 각종 문화, 그리고 다양한 인간상을 접했다.


그 중에서도 요시토모 나라라는 화가에 빠지게 만들었던 바나나의 소설을 좋아했다. 작가 특유의 따뜻하고 보송보송하지만 슬프고도 초현실적인 소설, 여자의 현실 속 삶에는 한 톨도 없었던 판타지와 감수성이 흘러넘치는 소설을. 스무살 초반에 읽었던 소설을 십수년이 지나 다시 읽다가 그 땐 아무렇지 않았던 부분에서 눈물이 슬핏나고 말았다.


이십대의 스스로가 가여웠을까. 아니면 없던 감성이 생겼을까.


매거진의 이전글ep.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