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일 때문에 지방에 가는 중이다.
기차를 타고 서울을 조금 벗어나자 드넓게 펼쳐져있는 논밭이 보인다. 그 모습을 보니 여자는 어쩐지 코가 벌름거려지는 것 같았다. 서울역에서 고작 10분 정도 멀어졌을 뿐인데 마치 다른 차원으로 가는 기차에 탑승한 기분이 들었다. 비일상의 공기를 폐 속에 담는 기분 좋은 출근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미팅을 마친 뒤, 늦은 점심을 먹고 난 여자는 기차에 다시 올랐다. 서울로가는 오후의 기차 안에는 아침의 그것과는 다른 공기가 있었다. 좀 더 여유로운 무드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간 같은 느낌.
서울역에 도착해 택시를 타고 마포에 있는 회사로 향한다. 여의도를 지나며 도시 한복판 공원을 한가로이 거니는 사람들을 본다. 센트럴 파크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 생경하다.
맞아. 이런 삶도 있었네 라는 생각이 든다.
낮의 사람들은 정해진대로 움직이지 않고 조금쯤 자유로운 걸음을 걷는다.
여자는 매일 반복되던 일상의 루틴이 살짝 비틀어졌을 뿐인데, 어쩐지 삶이 굉장히 느슨해진 것 같았다.
일과 일 사이 조금의 시간을 두고 다음 스텝을 미리 생각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느긋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 하루만 이대로 있자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