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디자이너의 사고 도구

직관, 본능, 추리에 대해.

by 도토리




기획자와 디자이너는 매일 판단합니다.

판단을 내릴 때 사고하는 방법은 어떤 게 맞을까요?

직관, 본능, 추리를 어떻게 구분하고 써야 할까요.


이 방향이 맞는지, 이 UI가 불편하지 않은지, 이 기능이 과한지에 대해서 고민할 때요.


우리의 판단은 항상 논리적이지는 않습니다.

어떤 때는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고, 어떤 때는 설명은 못 하지만 아닌 것 같고, 또 어떤 때는 데이터와 논리로만 결론을 내기도 하죠.




이 글에서는 기획자·디자이너가 실무에서 사고하는 방법에 대해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본능(Instinct), 직관(Intuition), 추리(Reasoning)를 실무 관점에서 명확히 구분해 볼게요.




budka-damdinsuren-xihqiK6rD9k-unsplash.jpg (c) unsplash.com






한눈에 보는 개념 정리


먼저 각 사고 도구의 역할을 구분해 봤어요.


image.png 본능, 직관, 추리의 차이

본능생각보다 반사에 가까운 반응입니다. 갑자기 날아오는 물체를 피하거나 큰 소리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반응처럼요.

직관은 흔히 '느낌적인 느낌'이라고 표현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경험이 축적된 결과이고요.

추리는 가장 익숙한 사고방식인데요. 정보를 모으고 원인과 결과를 연결하여 논리적으로 결론에 도달하게 되죠. 그만큼 에너지와 시간이 필요한 방식이죠.



기획·디자인 업무에서의 기본적인 개념은 이렇게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본능 (Instinct) : 위험·이상 신호 감지

직관 (Intuition) : 빠른 방향성 판단

추리 (Reasoning / Inference) : 설득·정당화·의사결정


그럼 실제 업무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볼게요.








1. 본능 (Instinct)


“이건 뭔가 이상하다”는 신호

본능은 UX에서 경고등 역할을 합니다.

사용자든, 기획자든, 디자이너든

설명은 못 해도 거부감·불안감이 먼저 튀어나올 때가 있죠.

실무 예시

이 화면, 너무 복잡해서 쓰기 싫다

이 기능, 법적/윤리적으로 위험할 것 같다

이 플로우, 사용자 화낼 것 같은데…


본능은 결론이 아니라 ‘멈춤 신호’입니다.

→ “지금 바로 좋다/나쁘다”가 아니라

→ “한 번 더 들여다봐야 한다”는 알림이예요.






2. 직관 (Intuition)


경험이 만든 압축 판단

직관은 기획자·디자이너에게 가장 많이 오해받는 능력입니다.

“그냥 느낌이야”라고 말하지만, 그건 실제로는 수많은 프로젝트 경험이 축적된 결과죠.

많은 경험을 통한 전문가적 판단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실무 예시

이 기능은 사용되지 않을 것 같다

이 버튼 위치는 결국 바뀌게 될 것 같다

이 톤 앤 매너, 브랜드랑 안 맞는다


그래서 경험 많은 기획자/디자이너일수록

와이어프레임만 봐도 문제를 집어낼 수도 있을 겁니다.


즉, 직관은 추리를 생략한 게 아니라, '압축'한 것입니다.

그래서 빠르지만, 설명이 어렵습니다.






3. 추리 (Reasoning / Inference)


'팀'을 움직이게 하는 사고


기획·디자인 실무에서 직관만으로는 아무것도 통과되지 않습니다.

실제 업무를 할 때 추리는 직관을 언어·자료·논리로 번역하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실무 예시

유저 행동 데이터 분석

A/B 테스트 결과 비교

문제 → 가설 → 근거 → 결론 정리


회의, 보고, 의사결정의 언어는 항상 추리라는 걸 생각해 두세요.






그렇다면, 실제 업무 흐름에서의 관계는 어떨까요?


기획자·디자이너의 사고는 보통 이렇게 흘러갑니다.


1. 본능 → “뭔가 이상하다”

2. 직관 → “이 방향은 아닐 것 같다”

3. 추리 → “왜 아닌지 설명해 보자”


문제는 이 순서를 뒤집을 때 생기게 됩니다.

데이터부터 보고 있지만, 이미 마음속에서는 답을 정해둔 상태말이죠.

이때 추리는 설득이 아니라 합리화가 되고 말아요.






언제 무엇을 믿어야 할까?


상황과 우선할 사고를 매치해 볼게요.


위험·리스크 감지 → 본능

방향성·초기 판단 → 직관

결정·공유·설득 → 추리






기획자·디자이너에게 중요한 태도


기획자·디자이너라면 이런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본능을 무시하지 말 것

직관을 신격화하지 말 것

추리를 방패로 쓰지 말 것


좋은 기획과 디자인은 세 가지를 균형 있게 쓰는 능력에서 나옵니다.

우리는 종종 “이건 직관이야”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본능·직관·추리 중 무엇이 작동했는지 구분하지 않거든요. 하지만 세 가지의 차이를 인식하는 순간, 자신의 판단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게 될 겁니다.


기획자와 디자이너의 전문성은 “논리를 잘 세운다” 자체보다 자신의 생각이 어디서 왔는지 아는 것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지금 내가 내린 판단은 본능일까, 직관일까, 아니면 추리일까? 이 질문을 스스로 던질 수 있는 순간 기획하는 디자이너로서 사고의 레벨은 이미 한 단계 올라가 있을 겁니다.





kevin-canlas-wycXe2BrKz8-unsplash.jpg (c) unsplash.com





생각을 잘한다는 건,

빨리 생각하는 게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잘 아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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