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를 부수는 실행의 힘
'언젠가'라는 감옥에서 탈출하는 법: 완벽주의를 부수는 실행의 힘
-청중석의 안락함을 버리고 무대 위 불확실성과 마주하라-
운을 부르는 질문, 그리고 실행의 각성
오늘 이은대 대표님의 강의를 듣던 중, 귀가 번쩍 뜨이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마치 활자 밖으로 튀어나온 듯한 생생한 문장이 제 뇌리를 스쳤기 때문입니다. 바로 구본형 선생님의 저서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에서 읽었던 '좋은 운을 만들어내는 법칙' 중 두 번째 법칙이었습니다.
"상대방의 말에 반박하고 싶거나 꼭 한마디 해주고 싶어 못 견딜 때는 의견을 말하기 전에 반드시 질문을 하라. 좋은 질문은 훌륭한 반박보다 훨씬 부드럽고 창조적이다."
책 속의 텍스트로만 존재하던 문장이 강연자의 목소리를 통해 제 귀에 꽂혔을 때, 그것은 지식이 아닌 '체험'으로 다가왔습니다. 강의를 직접 준비하고 실행하는 입장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공부하며 듣는 모든 내용이 살아서 숨 쉬는 듯한 전율을 느꼈습니다.
최근 저는 '요약독서법 심화과정'과 'AI와 함께 쓰는 전자책 쓰기' 과정을 마치고, 이제 본 게임이라 할 수 있는 '책쓰기 정규 과정'을 준비 중입니다. 막상 강연자의 입장에서 커리큘럼을 짜고 교안을 들여다보니,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밀려옵니다. 그리고 문득 깨닫습니다. 수강생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청중석에 앉아 있을 때 제가 얼마나 안락한 '미실행의 함정'에 빠져 있었는지를 말입니다.
'언젠가'라는 달콤한 마취제와 미실행의 감옥
우리는 종종 "나도 시간만 나면 할 수 있어", "준비만 되면 저 정도는 하지"라는 말을 내뱉곤 합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라이팅 코치 양성 과정을 거듭 수강하면서도, 내용은 제 피부에 와닿지 않았습니다.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가슴으로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실행'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행하지 않는 수강생에게 강의는 한 편의 지적인 엔터테인먼트에 불과합니다. 듣는 순간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치 내가 성장한 듯한 착각에 빠지지만, 강의실 문을 나서는 순간 지식은 휘발됩니다. 저는 이것을 '미실행의 감옥(Prison of Non-execution)'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감옥의 창살은 '완벽한 준비'라는 환상으로 만들어져 있고, 바닥에는 '언젠가(Someday)'라는 푹신한 침대가 놓여 있습니다.
침대에 누워 우리는 생각만으로 집을 짓고 허물기를 반복합니다. "초고만 쓰면 베스트셀러가 될 거야", "강의만 시작하면 수강생이 몰릴 거야." 하지만 현실의 벽돌을 하나도 쌓지 않은 채 상상 속의 성(Castle)에 갇혀, 정작 현실에서는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는 모순에 빠져 있었습니다.
인지적 편향과 더닝-크루거 효과
왜 우리는 실행보다 계획과 학습에만 몰두할까요? 학술적으로 이를 설명하는 몇 가지 흥미로운 이론이 있습니다.
첫째,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의 초기 단계인 '우매함의 봉우리'와 관련이 있습니다. 실행해 보지 않은 사람은 해당 작업의 난이도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남이 하는 강의, 남이 쓴 책을 볼 때는 쉬워 보입니다. "저 정도는 나도 하겠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은 역설적으로 실행을 늦추게 만듭니다. 직접 부딪혀보지 않았기에 부족함을 모르고, 부족함을 모르기에 치열하게 준비하거나 당장 시작할 동기를 찾지 못하는 것입니다.
둘째, '수동적 학습의 함정'입니다. 미국의 교육학자 에드가 데일(Edgar Dale)의 '경험의 원추(Cone of Experience)' 이론에 따르면, 단순히 읽거나 듣는 행위(수동적 학습)는 2주 후 기억에 남는 비율이 10~20%에 불과합니다. 반면, 직접 행동하고 말하는(능동적 학습) 행위는 90% 이상의 기억 효율을 가집니다. 저는 그동안 수강생의 입장에서 10%의 효율에 만족하며, 나머지 90%의 빈 공간을 '언젠가 하겠지'라는 막연한 낙관으로 채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셋째, 심리학에서 말하는 '분석 마비(Analysis Paralysis)'입니다. 완벽하게 준비하려는 욕심이 오히려 실행을 가로막습니다. 정보를 더 많이 수집하고 강의를 더 많이 들으면 실패 확률이 줄어들 것이라 믿지만, 실제로는 과도한 정보가 의사결정을 지연시키고 실행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듭니다.
초고라는 '실체'가 있어야 퇴고라는 '수정'이 가능하다
제 생각이 180도 바뀐 것은 직접 초고를 손에 쥐었을 때였습니다. 속 편하게 드러누워 "글을 잘 쓰고 싶다"고 막연히 꿈꾸던 시절에는, 문장 수업에서 이은대 작가님이 침 튀기며 강조하던 '실시간 퇴고'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남의 글을 고치는 기술로만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엉성하더라도 내 손으로 쓴 초고가 손에 잡히자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그제야 비로소 문장 수업의 내용이 스펀지처럼 흡수되기 시작했습니다. "아, 내 글의 이 부분이 문제였구나!", "이 접속사는 이렇게 빼야 하는구나!" 교육심리학자 콜브(Kolb)의 '경험 학습 이론(Experiential Learning Theory)'은 이를 명쾌하게 증명합니다. 학습은 '구체적 경험(Experience)'에서 시작하여 '성찰적 관찰(Reflection)', '추상적 개념화(Conceptualization)', 그리고 '능동적 실험(Experimentation)'으로 순환될 때 완성됩니다.
초고를 쓰는 행위가 바로 '구체적 경험'이자 '능동적 실험'입니다. 실체가 존재해야만 비로소 우리는 무엇을 고쳐야 할지(성찰), 어떤 이론을 적용해야 할지(개념화) 알 수 있습니다. 오늘 라이팅 코치 수업을 들으며 책 쓰기 과정 교안을 전면 수정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 역시, 제가 강의를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성찰이었습니다. 실행해 봐야 고칠 곳이 보입니다. 실행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구체적으로 그려질 때, 우리는 비로소 진짜 공부를 시작하게 됩니다.
욕심을 버리고 '입력'과 '출력'의 균형 맞추기
실행 없는 욕심은 삶의 다른 영역에서도 똑같이 나타납니다. 최근 늘어난 체중을 보며 생각합니다. 운동은 하기 싫은데 몸은 예전처럼 가볍기를 바라는 마음, 먹는 양(Input)은 늘었는데 운동량(Output)은 없는 상태. 여기에 갱년기라는 생물학적 변화까지 더해지니 체중 증가는 당연한 인과응보입니다.
물리학의 '에너지 보존 법칙'은 삶의 진리입니다. 투입된 에너지는 사라지지 않고 어떤 형태로든 남습니다. 운동 없이 음식만 섭취하면 열량은 지방으로 남고, 실행(Output) 없이 강의(Input)만 들으면 지적 허영심이나 불안감으로 남습니다.
강의를 직접 개설하여 성과를 내는 코치님들을 보며 "좋겠다"라고 부러워만 하는 것은, 운동하지 않고 날씬한 사람을 부러워하는 것과 같은 종류의 '욕심'입니다. 욕심을 걷어내는 유일한 방법은 '지금 당장 실행하는 것'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수립하고 즉시 이행하려 합니다.
커리큘럼의 애자일(Agile)화: 완벽한 교안을 만든 뒤 강의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준비된 '책쓰기 정규 과정'을 론칭하고 수강생들의 피드백과 나의 강의 경험을 통해 매주 교안을 '업데이트'하겠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인 애자일처럼, 빠르게 실행하고 수정하며 완성도를 높여가겠습니다.
질문 중심의 능동적 학습: 구본형 선생님의 말씀처럼, 강의를 듣거나 책을 읽을 때 비판하기보다 "이것을 내 강의에 어떻게 적용할까?"라는 생산적인 질문을 던지겠습니다.
지식의 즉각적 전환: 배운 지식은 24시간 내에 블로그 글, 카드 뉴스, 혹은 강의 자료의 한 페이지로라도 반드시 산출(Output) 하겠습니다.
건강한 신체, 건강한 실행력: 정신노동인 강의와 집필을 지속하기 위해, 입력(식사)보다 출력(운동)의 비중을 높이는 생활 습관을 병행하겠습니다. 몸의 실행력이 곧 정신의 실행력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실행이 우선이다 (Action First)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만 수백 번 돌린 계획은 현실의 먼지 하나도 움직이지 못합니다. '해야지, 해야지...' 하는 생각은 뇌의 에너지만 고갈시킬 뿐입니다. 우리는 종종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를 기다리지만, 세상에 완벽한 준비란 없습니다. 완벽함은 준비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실행하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다듬어지는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강의를 들으며 귀가 쫑긋 섰던 그 감각, 초고를 쥐고 나서야 퇴고의 기술이 보였던 그 경험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지금 망설이고 계신가요?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고 느끼시나요? 그렇다면 지금이 바로 시작할 때입니다. 일단 저지르고, 수습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성장합니다.
강의도, 글쓰기도, 그리고 다이어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실행이 답입니다. 실행이 우선입니다.
책상 앞에 앉아 고민만 하던 저의 과거와 작별하며 쓴 글입니다. 이 글이 '언젠가'의 함정에 빠져 있는 누군가에게 작은 '실행 버튼'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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