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긴급호출 앞, 흔들림 없이 현재를 걷는 30년 직장인

불안은 그림자일 뿐, 성장의 동력이 되는 ‘지금 이 순간’을 붙잡아라

긴급 호출 앞, 흔들림 없이 현재를 걷는 30년 직장인의 자세

불안은 그림자일 뿐, 성장의 동력이 되는 '지금 이 순간'을 붙잡아라


연말, 예정에 없던 '본사 호출'이 던진 불안의 그림자


"김부장! 다음 주 본사 출근해야겠다."

본사 본부장으로부터의 긴급 호출. 연말, 갑작스러운 연락은 30년 직장인인 저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유를 물었지만, "와서 들으라"는 짧은 답은 불안을 증폭시키는 비수처럼 다가왔습니다. 대기업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조직 생활을 영위해온 '김부장'인 저에게도 이런 상황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무게로 다가왔습니다.

직장생활 30년. 짧지 않은 세월 동안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보았을 법한 '불안'의 시나리오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거나, '극적인 연명'이거나. 두 가지 극단적인 가능성 앞에서, 저는 지금 항주공항 스타벅스에 앉아 출국심사를 마치고 남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소중한 시간을 불필요한 불안과 심란함으로 허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글을 쓰는 건 저 자신의 다짐이자, 직장생활의 길목에서 예상치 못한 불안과 마주한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입니다. 결과가 어찌 되든,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불안을 증폭시키는 우리의 인지적 오류 – '문제 인식'

본사 호출을 받은 순간, 저의 머릿속을 지배했던 것은 단순한 긴장이 아니라 곧 닥칠 불확실성에 대한 과도한 해석이었습니다. 이것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일종의 '인지적 왜곡(Cognitive Distortion)'의 결과입니다.


• 양극단적 사고 (All-or-Nothing Thinking): 제 상황은 '해고' 아니면 '승진'이라는 두 가지 극단적인 결과로만 단순화됩니다. 중간 지점의 가능성(업무 조정, 조직 개편 등)을 배제하고 최악의 시나리오에 집착하게 됩니다.

• 부정적 예측 (Fortune Telling): 본사 호출의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이미 머릿속에서는 안 좋은 결론을 미리 내리고 그에 대한 감정적 반응(두려움, 걱정)을 시작해 버립니다.

이러한 인지적 오류는 우리의 생존 본능에서 기인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불필요한 스트레스와 불안을 유발합니다. 특히 불확실성이 커지는 조직 환경 속에서, '나쁜 소식'을 가정하는 것은 자기 방어 기제일 수 있으나, 현재의 생산성을 저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 됩니다.


불안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 – '통제 불가능성'

우리가 불안을 느끼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통제 불가능성(Uncontrollability)'에 있습니다.

저는 30년 동안 조직 생활을 해왔지만, 저의 운명을 결정할 본부장의 호출 내용 자체는 제가 지금 당장 통제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불확실성 회피(Uncertainty Avoidance) 성향이 강한 인간에게 극도의 스트레스로 작용합니다.

실존주의적 관점에서의 해석:

덴마크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Søren Kierkegaard)는 불안을 단순히 부정적인 감정이 아닌, 인간이 자유를 인식할 때 필연적으로 마주하는 '현기증'으로 보았습니다. 우리가 선택의 자유를 가질 때, 동시에 선택의 결과에 대한 무한한 책임과 불확실성을 인식하게 되며, 이것이 불안의 근원입니다.

직장인의 불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30년의 경력은 안정성을 상징하지만, 동시에 언제든 조직의 변화에 의해 흔들릴 수 있다는 자유(혹은 해고의 자유)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본부장의 호출은 저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타자의 의지'이며, 이로 인해 저는 실존적 불안을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키르케고르는 불안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응시하고 '믿음의 도약(Leap of Faith)'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즉, 불안의 상황 자체를 자기 성찰과 성장의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불안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해결책 – '마음챙김(Mindfulness)'

불안의 파도 속에서 표류하지 않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은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 즉 마음챙김(Mindfulness)입니다.

저의 심란했던 생각을 멈추게 한 구본형 선생님의 조언, "가족과 있을 때 회사 일 생각하고, 회사 일 하면서 휴가 계획을 짜는 바보 같은 삶을 살지 말라"는 말은 마음챙김의 핵심을 관통합니다.

존 카밧진(Jon Kabat-Zinn)의 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기반:

마음챙김은 '판단하지 않고 현재 순간에 의도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으로 정의됩니다. 불안은 주로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걱정에서 비롯됩니다.

• 과거-미래 연쇄 끊기: 본사 호출의 최종 결과를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하며 감정을 소모하는 대신, 현재 내가 앉아 있는 항주 스타벅스의 커피 향,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가락의 감각 등 '지금 여기(Here and Now)'에 집중함으로써 불안의 연쇄 고리를 끊어낼 수 있습니다.

• 수용(Acceptance)의 자세: 불안이라는 감정 자체를 억압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불안하구나. 그럴 수 있지."라고 판단 없이 수용합니다. 불안은 곧 사라지는 감정의 파동일 뿐, 실체가 아닙니다. 수용은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게 하는 닻과 같습니다.

불안을 통제하려 하지 말고, 단지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 핵심입니다.


불안을 성장의 동력으로 바꾸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

불안을 수용했다면, 이제 이 에너지를 건설적인 행동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30년 직장인 김부장이 본사 출근 전까지 실행해야 할 구체적인 실천 방안입니다.


1. 인지적 재구성 (Cognitive Restructuring) 실행

부정적인 가정을 긍정적이고 현실적인 가설로 대체합니다.


(기존의 불안 회로): "본사에서 안 좋은 소식이 들려올 거야. 나를 그만두게 하려는 수순일 거야."


(재구성된 현실 회로): "본사 호출은 나에게 새로운 역할이나 중대한 프로젝트를 맡기기 위함일 수 있다. 30년 경력의 나를 신뢰하기 때문에 긴급하게 부른 것이다. 최악의 경우라도, 나는 30년 경력을 바탕으로 더 좋은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준비된 인재다."


이러한 긍정 회로(Affirmation)는 단순한 낙관이 아닌, 자신의 과거 성과와 역량에 기반한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을 높이는 과학적인 방법입니다.


2. '영향력의 원(Circle of Influence)'에 집중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 나오는 개념을 적용합니다.

• 관심의 원 (Circle of Concern): 본사에서 무슨 말을 할지, 나의 인사 결정이 어떻게 날지 ( 통제 불가능)

• 영향력의 원 (Circle of Influence): 본사 출근 전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일 ( 통제 가능)

지금 제가 집중해야 할 것은 통제 불가능한 '결과'가 아니라, 통제 가능한 '준비'입니다.


대신, 통제 가능한 '영향력의 원'에 집중해야 합니다. 즉, 본사 출근 전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여 불안을 준비하는 에너지로 바꾸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 정보 수집: 본사 출근 전까지 관련 부서 동향이나 예상 의제에 대한 비공식 정보를 최대한 취합합니다.

• 업무 정리: 현재 담당하고 있는 핵심 업무는 깔끔하게 완료하고, 필요한 경우 인수인계 자료를 철저히 준비하여 어떤 상황에서도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대비합니다.

• 개인 역량 정리: 30년 경력 동안 이뤄낸 자신의 강점과 주요 성과를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발표 자료나 경력 기술서를 준비합니다.

• 휴식 및 체력 관리: 긴장된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충분한 수면과 체력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불안을 준비하는 에너지로 바꾸면, 불확실성이 주는 스트레스가 도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변모하게 됩니다.


결과와 관계없이 나는 '지금' 잘 될 것이다

구본형 선생님의 말씀처럼, 지금 이 순간을 불안으로 허비하는 삶은 가장 바보 같은 삶입니다. 저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만큼은, 긴급 호출의 결과에 대한 걱정 대신, '메시지를 정리하고 사색하는 현재의 나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고 있습니다.

30년 직장 생활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이겁니다. 인생은 우리가 세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으며, 성장은 가장 예상치 못한 불안의 순간에 일어난다는 사실입니다. 본사 호출의 결과가 승진이든, 새로운 변화든, 혹은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든 상관없습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현재의 행동'과 '현재의 태도' 뿐입니다.


"결과가 어찌 되든 나는 잘 될거다!"


긍정 회로는 단순한 자기 위로가 아닙니다. 이는 '불안은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대처할 것'이라는 30년 직장인의 성숙한 실존적 결단입니다.

지금 항주공항 스타벅스의 커피 한 잔은 긴 여정을 위한 연료입니다. 불안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저 그림자로 인정하며, 저는 흔들림 없이 내일 본사 출근이라는 '지금 해야 할 일'을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우리의 삶은 과거의 후회나 미래의 염려가 아닌, ‘단단한 현재'의 연속으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