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지마라. 다른 방법은 언제나 있다"

feat.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응하는 5가지 방법

Aug 29. 2025

feat.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응하는 5가지 방법

오늘 중국 절강성 온주시에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제가 있는 곳에서 편도 5시간 약 500Km 거리입니다. 대륙이 넓다보니 이동시간이 깁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오전 6시에 집에서 출발했습니다. 자이언트 수업이 있는 날은 어지간해서는 장거리 출장 계획을 잡지 않으려 하지만 마음대로 안되는 경우 빈번합니다. 목요일 문장공부 수업이 중국시간 밤 8시 시작하기에 오늘도 이른 시간에 움직였습니다. 정작 업무시간은 3시간 남짓 걸렸습니다. 기차 안은 만석이었습니다. 8월 하순이라 아직 학생들 방학이 끝나지 않아서 고속철 이용승객이 많은 편입니다. 온주남역에서 고속철을 타고 가흥남역에서 내렸습니다. 오후 7시38분. 8시까지 집에 가야만 했습니다. 이번 만큼은 고생하지 말아야지! 택시 승강장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중국에서는 보통 차량 공유 앱 디디다츠어(滴滴打车 차량호출 플랫폼 이름)를 이용해서 차를 부릅니다. 한국 카카오택시와 같은겁니다. 디디다츠어를 이용하면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앱을 이용해서 차를 부르고 안전하게 집까지 갈 수 있습니다. 디디다츠어(滴滴打车) 앱은 기사 신상 등록이 되어 있어서 신원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항상 혼자 이동하는 저로써는 믿을 수 있는 디디를 주로 이용합니다. 안전한 이유는 시스템 자체가 승객 탑승 확인이 되면서 부터 모든 대화 내용이 녹음되고 이동 경로 정보가 자동으로 중앙 시스템으로 전송된다고 합니다. 승객과의 분쟁 혹은 범죄를 예방하고 추적하기에 용이하다고 합니다.

차에 타면 본인의 전화번호 마지막 4자리를 기사에게 말하고 기사와 승객이 서로 확인합니다. 기사가 탑승 확인 버튼을 누르면 탑승확인 신호음이 울립니다. "디디다츠어 ****(휴대폰 마지막 번호4자리)" 라는 기계음이 나옵니다.

작년 하반기에 중국으로 와서부터 내내 디디다츠어(滴滴打车)를 잘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7월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고속철로 출장 다닐 때 고속철은 이렇게까지 분비지 않았습니다. 이때부터 기차역에 내려서 차를 불렀지만 공유차가 잡히지 않았습니다. 공유차를 부르기 위해서 대기하는 곳을 왕위에츠어(网约车 인터넷 예약 차량 대기처 )라고 부릅니다. 이곳에서 한 시간 넘게 대기해야만 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쏟아져 나오는 탑승객 수가 차보다 많았던거죠. 일반 택시는 시스템 추적이 불가능해서 위험성이 존재합니다. 일반 택시보다 안전하기에 다들 디디다츠어(滴滴打车)를 선호하는 듯합니다.

지난 7월 30일 출장 다녀오던 날 일입니다. 밤 11시가 넘어서면서 슬슬 불안해졌습니다. 도저히 디디다츠어(滴滴打车)로 차를 잡을 수 없어서 택시 승강장으로 가보기로 했지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이라니...줄지어 서 있는 택시만 해도 수십대, 아니 족히 백대는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택시들이 꼬리에꼬리를 물고 꼬불꼬불 줄지어 서서 승객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빈익빈 부익부란 말이 떠올랐습니다. 자동차 앞에 빈차(空车 콩츠어)이라는 표시에 입이 벌어졌습니다. 한 시간 넘게 공유차를 잡으려고 애간장 녹혔던 생각을 하니 한숨이 나왔습니다. 승객이라고는 저 한 명뿐이었습니다. 저는 일단 택시에 올라타서 말했습니다.

"기사아저씨! 云东路文贤路上荣安堂越庄北门口前面으로 가주세요!"라고 말했습니다. 기사는 갑자기 화를 냈습니다. "뭐라고? 어디?" 저는 그때만 해도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이 신도시라. 사람이 많이 살지 않기에 기사가 길을 잘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사가 소리를 지르는 통에 심장이 두른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손이 떨렸습니다. 저는 휴대폰 메모장에 주소를 써서 앞좌석 기사에게 바짝 다가가 휴대폰을 보여주었습니다. 휴대폰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기사의 얼굴은 일그러졌습니다. 기사는 더욱더 성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뭐라는거야?!! 똑바로 말로해!! 너 다항(导航 자동차네비게이션) 없어?!!! 다항켜!! 다항켜라고!!"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발광했습니다. 기사의 태도에 네비게이션 앱이 어디 있는지 못찾고 허둥댔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네비게이션을 찾아서 주소를 입력하고 길 안내를 잡고서야 기사는 조용해졌습니다. 기사가 길 안내대로 운전하는 걸 확인하고나서야 저는 뒷자리 등받이에 등을 대며 깊은 숨을 내뱉을 수 있었습니다. 창 밖에는 사람 하나 없이 가로등과 신호등만 보일 뿐이었습니다.

오늘. 오늘도 역시 고속철에서 내리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8시 문장공부 수업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서 서둘러야 했습니다. 오후 7시38분 기차에서 내리자 마자 택시 승강장으로 향했습니다. 택시 승강장에 오늘은 저 말고 서너명이 줄서 있었습니다. 여전히 빈택시는 끝없이 보였습니다. 이내 제 순서가 돌아왔습니다. 택시에 타자마자, 이전처럼 목적지를 말했습니다. 기사는 또 못알아들었습니다. 이번에도 기사는 소리를 질렀습니다. "뭐라고?!! 어디라고??다항!! 다항!!" 저는 오늘은 침착하게 대응했습니다. 이럴 줄 예상했으니까요. 네비게이션을 켜고 기사에게 보여주니 글 필요없다고 말하더군요. 소리만 들어도 갈 수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그제서야 눈치를 챗습니다.

'기사가 글을 모르는 거구나!'

택시 기사는 안전하게 집까지 데려다 주었습니다.

제가 중국인처럼 유창하게 중국어를 했다면, 택시기사와 이런 일은 생기지 않겠지요. 중국어는 꾸준히 공부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렵기만 합니다. 생활하는데 어려운 일이 생겼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난감한 일이 생기면 빨리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상책입니다. "쫄지 말라! 방법은 찾으면 된다. 생각보다 어려운 문제가 아닌 경우도 있다"라고 되뇌입니다. 그런 경험 덕분에 오늘 문장공부 시간 8시 시작전 7시 55분 링크 접속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탔던 택시 기사의 태도를 보고 앞으로는 무조건 택시를 타면 네비게이션부터 켜려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응하는 5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심호흡하고 멈추기입니다. 예상치 못한 일이 닥치면 대부분 사람들은 급하게 반응하려 합니다. 그럴 때일수록 잠깐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는 것이 가장 먼저 필요합니다. 저의 경험처럼 이유도 알수없이 택시기사가 화를 냈다면, 당황해서 무작정 대응하기 보다는 잠깐 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라앉이면 실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사실 확인하기. 예기치 못한 상황일수록 소문, 추측, 감정이 개입되기 쉽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실제 영향은 무엇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택시 기사가 저의 중국어 성조를 알아듣지 못해서 화를 내거나 짜증을 냈을 때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전에 구체적인 상황과 기사가 화를 내는 이유를 생각해보고 방법을 찾으면 합리적인 답을 찾기 수월합니다.

세 번째, 우선 순위를 세우는 겁니다.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려 하면 더 큰 혼란에 빠집니다. 지금 당장 택시 기사가 집까지 안전하게 나를 데려다 줘야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택시 기사에게 문자를 보여주며 글씨로 이해시키려고 애쓰는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네 번째, 대안을 찾고 유연한 사고를 하도록 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은 곧 계획 변경을 의미합니다. 이때 중요한 건 plan B 사고 방식입니다. 왕위에츠어로 차를 부를 수 없는 상황인데 그 곳에서 밤을 샐수는 없는 일입니다. 택시 승강장으로 가보는 겁니다. 만약 택시 승강장에 조차 차가 없었다면 아마 저는 공안(경찰)에게라도 도움을 청했을 겁니다. 유연하게 생각할수록 문제는 새로운 기회로 바뀔 수 있습니다. 덕분에 저는 네비게이션을 이용할 방법을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