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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찌개 국물 얼룩이 가르쳐준 인생의 비밀"

feat. 해법은 적절한 도구 선택에 있다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문제를 불쑥 만나게 됩니다.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지만, 때로는 작은 문제가 하루의 기분을 좌우하고, 때로는 마음 한편에 지워지지 않는 얼룩처럼 남습니다. 중요한 점은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러한 일을 해결하기 위해 내가 어떤 방법과 도구를 선택하느냐입니다.

흔히 힘과 노력만 있으면 해결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힘껏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는 얼룩이 있듯이, 인생의 많은 문제들은 열심히가 아니라 올바른 방법으로 풀어야 합니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내가 얼마나 적절한 도구를 찾아내고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얼마 전 경험한 작은 일이 "해법은 도구 선택에 있다"라는 생각을 더욱 확실하게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식사 중 셔츠에 튀어버린 부대찌개 국물 방울이었지요. 사소해 보이지만, 과정을 겪으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맞는 도구와 방법을 찾고 선택하는 일의 중요성을 다시금 배우게 되었습니다.

나에게 있는 인생의 문제가 뭔지 그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랐던 경험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잘 풀리지 않을 때, 다른 관점, 다른 도구, 다름 사람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문제에 맞는 해법"을 찾는 일이 핵심입니다.


지난 월요일 오전에 거래처 상담이 있었습니다. 상담을 마친 시간이 점심시간이 지난 시각이라서 공장 사장님, 그리고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한국인인 저에게 사장님은 어디로 가고 싶으냐고 물으셨습니다. 저는 시골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한국요리 전문점 "need"를 떠올렸습니다. 찌아싱에서 도시 냄새 나는 신티엔띠쇼핑몰에 있는 "need" 식당은 상하이에 본점이 있는 유명 맛집입니다. "need"에서 점심 먹을 생각에 발걸음이 빨라졌습니다. 식당에 도착해 보니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이라서 십여명 무리의 외국인 손님 테이블과 몇 개 테이블에만 손님이 있었습니다. 공장 사장님은 부대찌개가 어떠냐고 물으셨습니다. 저는 좋다고 했지요. 양을 많이 주는 식당이 아니라서 이것저것 몇 가지를 시켜서 나눠 먹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식으로 부대찌개, 중국식 볶음밥을 주문하고 사이드 메뉴로 아보카도 샐러드, 잡채, 야채부침개, 후식은 무화과 빙수와 티라미수 빙수를 주문했습니다.


종업원은 테이블 가장자리쪽 위에 작은 부르스타를 놓고갔습니다. 이내 널찍한 냄비에 담긴 부대찌개를 가져와서 부르스타 위에 올렸습니다. 가스 불을 켜고 갔습니다. 주문한 모든 음식이 후식 포함해서 한꺼번에 줄줄이 나왔습니다. 후식은 주식을 다 먹고나서 가져달라고 말하자. 종업원이 말하길, 지금이 2시 30분이라서 그럴 수 없다고 했습니다. 3시부터 브레이크 타임이라 후식을 지금 줄 수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에피타이저, 주식, 후식을 한상에 놓고 먹게 됐습니다. 눈꽃 얼음이 금새 녹기에 하는 수 없이 빙수를 먼저 먹었습니다. 늦은 점심이였던터라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났습니다. 빙수를 먼저 먹으며 대화가 무르익을 즈음, 향긋한 고춧가루 냄새가 퍼지고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났습니다. 옆자리 직원이 라면사리를 부대찌개 냄비에 넣는 손끝에 시선이 끌려갔습니다. 직원은 벽쪽에 앉아 있는 나에게 부대찌개 한 그릇을 먼저 떠서 건네 주었습니다. 부대찌개 냄새가 코끝에 닿자 침샘이 터지는 듯했습니다. 숟가락으로 부대찌개 국물을 떠서 입안으로 가져갔습니다. 부대찌개 국물이 혀에 닿자 매콤하고 달착지근한 MSG 맛에 입꼬리가 올라갔습니다. 꼬들한 라면 면발을 호로록 들이켰습니다. 너무 힘껏 면발을 흡입했던지 부대찌개 붉은 국물이 파란색 셔츠 위에 흩뿌려졌습니다. 순간 얼굴이 달아 올랐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테이블 위에 있던 물티슈를 집어서 얼룩을 지워보려했지요. 고추기름이 섞인 국물은 빠지지 않았습니다. 업체 사장님과 상담이라서 아끼는 셔츠를 차려입고 나왔는데 얼룩이 없어지지 않을까봐 걱정됐습니다. 부대찌개를 괜히 주문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식사를 마친 후 또 다른 공장 상담을 다녀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세탁기에 셔츠를 넣고 돌렸습니다. 한 시간쯤 지나 세탁물을 꺼내 보니, 국물 자국은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주방용 세제를 옷에 발라서 물로 빨아보았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그제서야 떠올랐습니다. 한국에서 사온 얼룩 제거 세제! 분사용 용기에 담겨 있어서 뿌리기만 하면 되기에 사용이 편리했습니다. 얼룩이 묻은 부위에 세제를 고루 분사하고 10분 정도 기다렸습니다. 시간이 지나 다시 확인하니 신기하게도 얼룩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순간 문득 깨달았습니다. "아, 노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구나. 제대로 된 도구를 써야 비로소 문제 해결이 되는구나."

이 날의 작은 경험을 곱씹어 보니, 인생도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지만, 번번이 실패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내 노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애초에 방법과 도구가 잘못된 것일 수 있습니다.

물티슈와 주방용 세제로는 절대 지워지지 않던 국물 자국이 얼룩 제거용 전용 세제를 만나니 쉽게 사라졌듯이, 일상의 문제도 "나에게 지금 필요한 건 무엇일까?"라는 질문에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삶의 얼룩을 지우는 열쇠는 도구의 선택입니다.

살아가다 보면 얼룩 같은 사건은 늘 생깁니다. 중요한 건 얼룩이 생겼다는 사실이 아니라, 내가 어떤 도구와 방법으로 대응하느냐입니다. 같은 문제라도 잘못된 도구를 쓰면 오히려 얼룩은 더 깊게 스며들고, 맞는 도구를 찾으면 거짓말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종종 들어본 말이 있습니다. "열심히만 하면 된다"는 말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경험해 본 바, 중요한 건 "열심히"가 아니라 "현명하게"입니다. 즉, 상황에 맞는 도구를 고르고, 적절한 방법을 쓰고, 때로는 기다릴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저는 그날 점심 자리에서 흘린 국물 자국을 통해서, 문제 해결의 본질을 다시 배웠습니다. 인생의 수많은 얼룩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물티슈로 안 되면 세제를 써야 하고, 주방세제로 지워지지 않으면, 얼룩의 종류를 파악하고 그에 적합한 용액으로 지우면 됩니다. 어떤 얼룩 때문에 마음이 답답할때면, 한 번쯤 스스로에게 질문합니다.

"나는 지금 상황과 현상에 적절한 도구를 쓰고 있는가?"

답을 찾는 순간, 얼룩은 어느새 사라지고 삶은 다시 청명해 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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