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작은 경험에서 찾은 큰 교훈
"DIY 가구 조립에서 배운 삶의 지혜"
feat. 작은 경험에서 찾은 큰 교훈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많은 일들은 대단한 사건이 아닙니다. 사소한 일, 작은 선택, 일상적인 경험 속에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작년 10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중국 찌아싱으로 발령이 나서 이사를 왔습니다. 이번 중국 주재원 근무는 재택 근무다 보니 서재를 사무 공간과 같이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서재를 사무 공간으로 꾸며야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책상 위를 정리해 줄 보조 선반이 필요했습니다. 보조 선반을 DIY 철제 가구로 구입했습니다. 이전에도 몇 가지 집기를 사보니 모두 DIY 가구라서 스스로 조립해야했습니다. 물건 하나 조립하는 일이었는데, 조립하는 과정에서 '삶이란 꼭 이런 거구나'싶은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오늘 낮에 책상에 부착하는 보조 선반이 도착했습니다. 무게가 제법 무거웠습니다. 5kg은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1m20cm 길이 박스에 단단히 붙여있는 투명 테이프를 칼로 잘라 박스를 분리했습니다. 박스 뚜경을 열자 모서리 부분에서 깨진 스티로폼 가루가 날아 올랐습니다. 배송시 철제 프레임 상품 보호를 위해서 패킹할 때 안쪽에 넣은 충전제였습니다. 스티로폼은 눈가루 처럼 순식간에 거실 바닥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아침에 청소 했는데... 거실 꼬라지를 보니 미간이 찌그러졌습니다. 청소 생각은 미뤄두기로 하고 철제 판넬 자재를 하나하나 펼쳤습니다. 이번에 구매한 제품은 조립 설명서가 없었습니다. 업체측에 연락해 보려했지만 이번 업체는 연결 창구가 닫혀있었습니다. 할 수 없이 스티로품을 해체하고 자재를 한 곳에 모아 놓고 완제품 사진을 보고 형태를 추리했습니다.
양쪽 기둥을 바닥에 놓고 아랫부분에 들어갈듯한 널찍한 판 2개를 나란히 붙였습니다. 얼추 그럴싸하게 모양새가 만들어졌습니다. 나사가 가득 들어있는 비닐 폴리백을 뜯었습니다. 뒤엉켜 있는 나사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나사 모양이 두 가지였습니다. 기둥 프레임에 들어갈듯한 나사를 골라서 먼저 기둥과 프레임을 연결하고 나사를 끼워 함께 배송되어 온 십자 드라이버로 조였습니다. ㄱ자 모양 드라이버라서 드라이버를 돌리기가 번거로웠습니다. 아랫쪽 판넬 2개를 연결한 후 상단에 위치할 두 개 선반 조립을 했습니다. 선반의 중심을 잡아주는 중간 프레임과 선반을 연결해 주는 나사 구멍 사이즈가 맞지 않았습니다. 한쪽이 너무 작았습니다. 철제 제품을 만들면서 이런 착오를 하다니... 제조사에 항의하고 싶었습니다. 철제라서 구멍을 늘릴수도 없었습니다.
쪼그리고 앉아서 나사 구멍을 맞춰보려고 판넬 방향을 돌리려다가 바닥에 철제 프레임을 떨어뜨렸습니다. 와장창. 철제 프레임이 거실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에 심장이 요동쳤습니다. 아랫집에서 올라올까봐 걱정됐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프레임을 집어 올리려는데 코 끝에 맺혀 있던 굵은 땀방울이 뚝뚝 선반 위에 떨어졌습니다.
나사 구멍이 잘 맞지 않아서 드라이버를 돌리다가 미끄려져서 왼손 검지 손가락을 드라이버로 찍어버렸습니다. 얼굴에 열이 확 올라왔습니다. 손에 들고 있던 ㄱ자 모양 작은 드라이버를 바닥에 던져버렸습니다. 챙그랑 소리가 났습니다. 쪼그려 앉아 있던 저는 무릎에 손을 짚으며 무릎과 허리에 힘을 주며 일어났습니다. 허리를 펴자 한숨이 나왔습니다. 머리가 띵... 어지러웠습니다. 그냥 없이 지낼걸 이런 물건을 사서 고생인가 싶더군요. 이미 다 해체해 버려서 반품도 할 수없었습니다. 왼쪽 검지 손가락 피부가 까져서 피가 살짝 났습니다. 마데카솔 연고를 바르고 밴드로 손가락을 감쌌습니다. 조립은 모르겠고 그냥 쳐다보기도 싫더군요.
거실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자재들을 놔두고 서재로 들어와 버렸습니다. 에어컨 밑에서 땀을 식히고 업무를 처리했습니다. 두 시간쯤 지나, 거실로 나갔습니다.
잠깐 잊고 있었는데 해야할 일은 사라지지 않았던거죠. 하기 싫은 조립. 그래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다시 조립에 도전했습니다. 구멍이 맞지 않았던 부분은 나사를 조일수가 없어서 나사를 박지 않기로 했습니다. 전체 프레임이 단단히 고정되서 보조 역할을 하는 부분 나사를 박지 않았지만 버틸만 한 듯했습니다. 포기할 부분은 포기하고 나머지 부분 조립을 마쳤습니다. 조립을 완성했습니다. 두 시간 전에는 꼴도 보기 싫더니 시간이 지나서인지 마음도 한결 여유로워지더군요. 조립을 완성한 프레임을 책상으로 가져와서 부착했습니다.
이 집기를 사려고 마음 먹었던 때 기분이 났습니다. 책상위가 정리가 되서 좋았습니다.
좌절 속에서 길어 올린 다섯 가지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조립을 하다 보니 가장 난감했던 순간은 나사 구멍이 맞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철제 판넬이라 억지로 구멍을 늘릴 수도 없었고, 제조사에 항의한다고 해서 당장 해결될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이걸 어떻게 하지?"라는 막막함과 분노가 몰려왔습니다. 그러나 한참을 씨름하다가 결국 포기할 것은 포기했습니다. 전체 구조를 유지하는데 큰 지장이 없는 부분이라면, 굳이 억지로 해결하려 들 필요가 없었던 거죠.
우리는 흔히 완벽을 고집하다가 스스로 지치곤 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완벽히 맞추려는 욕심을 내려놓을 때 오히려 일이 술술 풀리기도 합니다. 부족하더라도 '지금 가능한 만큼' 해내는 것이 더 큰 성취로 이어집니다.
조립 도중 손가락을 드라이버로 찍고, 땀을 뻘뻘 흘리며 드라이버를 바닥에 던졌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정말 이 물건을 다시 보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서재로 들어가 에어컨 바람을 쐬며 두 시간을 보낸 뒤 다시 거실로 나와 보니, 마음이 한결 진정되어 있었습니다. 같은 물건을 바라보는데도 전혀 다른 기분이 들었던 것이죠.
종종 감정이 치밀어 오르는 순간에 중요한 결정을 하려 합니다. 하지만 그 때 내리는 판단은 대부분 후회로 이어집니다. 잠시 멈추고 거리를 두면 감정이 가라앉고, 문제를 차분히 다시 볼 수 있습니다. 때로는 '시간이 최고의 해결사'입니다.
DIY 가구를 조립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와 인내를 요구했습니다. 허리를 구부리고 무거운 자재를 옮기며, 작은 드라이버로 수십 개의 나사를 조여야 했습니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던 마음도 수없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완성된 선반을 책상에 올려두었을 때, 책상이 깔끔히 정리된 모습을 보니 '그래, 이래서 했지'하는 보람이 찾아왔습니다.
노력 없이 얻는 성취는 없습니다. 땀을 흘리고 때로는 손이 다칠 만큼 애써야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기쁨이 있습니다. 보람은 고생한 만큼 더 크게 다가옵니다.
나사 구멍이 맞지 않는 문제에 처음에는 집착했습니다. 하지만 집착은 저를 더 큰 좌절로 몰아넣었습니다. 포기할 부분을 과감히 포기했을 때 일이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문제를 억지로 해결하려 들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내려놓을 때 더 큰 길이 열리기도 합니다.
인생에서도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될 수는 없습니다. 때로는 '해결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버려야 할 것은 버려야 더 큰 그림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DIY 가구를 선택한 이유는 공간 활용을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편리함을 얻기까지는 분명히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힘든 조림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책상 위가 정리되는 기쁨을 맛볼 수 없었습니다.
'편리함만 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사실 진짜 편리함은 불편함을 견뎌낸 뒤 주어집니다. 불편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했을 때 비로소 삶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보조 선반 하나를 조립하는 일상속의 사소한 일이었지만, 조립하는 과정에서 우리 삶과 닮아 있는 장면이 가득했습니다. 모든 일이 계획대로 완벽히 맞아떨어지지 않습니다. 때로는 억지로 끼워 맞추려 하지 말고, 포기할 것은 포기해야 합니다. 또 감정이 치밀 때는 잠시 멈추고, 시간이 해결해 줄 여유를 기다려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고생 끝에 오는 성취감은 우리를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됩니다.
책상 위에 새로 자리 잡은 보조 선반을 보며 다시금 생각합니다. 인생은 거대한 프로젝트라기 보다 작은 조립의 연속이라는 것을요. 때로는 맞지 않는 나사가 있고,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있으며, 손이 다칠 만큼의 시행착오도 있습니다. 시행착오와 난관을 통해 배운 지혜와 성취가 우리를 성장시킵니다.
오늘 보조선반 조립은 책상을 정리하는 일이 아니라, 삶의 태도를 점검하고 새롭게 다잡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늘 밤 책상 앞에 앉아, 완성된 선반 위에 놓인 정리된 집기들을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삶이란, 불완전한 조립이지만, 끝내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라는 걸요.
저는 타오바오에서 또 괜찮아 보이는 이동트레이를 장바구니에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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