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의 긴 생각, 짧은 글
I'm over the line!
일반적으로 볼캡을 고를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모자의 컬러와 소재, 그리고 바로 정면 패널의 디자인이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태리타운이 만드는 볼캡 정면 패널의 디자인을 완성하려고 돈을 제법(?) 썼다. 아니, 애를 썼다. 원가가 올라가는 것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많은 공장들에게 문전박대 당한 것. 까다롭다는 이유로 비용을 떠나서 하고 싶지 않다는 곳이 더 많았다.
브라운 라벨 위에 해당 볼캡의 소재가 쓰여 있다. corduroy코듀로이와 nylon나일론. 그리고 그 위를 박음질하듯 계절이 자수로 촘촘히 박힌다. summer corduroy와 winter nylon이 완성.
그런데 이 글자들 중 일부는 라벨을 벗어나 있다. 선을 넘었다. 그것도 한참이나. 이 디자인은 나나 우리 멤버들을 닮아 있다. 평범한 듯 하지만 안에는 똘기로 가득해 은은하게 광기를 풍기며 선을 넘는 인생을 사는 우리 모습이다. (브랜드 만들겠다고 10억을 썼다. 제대로 선 넘었지...)
세상의 기준이 아닌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간다는 건 사실 용기가 조금 필요하다. 주변 사람들의 인생 궤적이나 달성률(?)과는 다르기 때문에. 선을 넘은 것처럼 보인다. 불안해 보인다.
그런데 막상 그 보더라인을 넘고 나면 선 밖에도 삶이 있단 걸 깨닫는다. 거기에도 사람이 산다는 걸 배운다. 제법 안락하다. 선 밖은 괴물이 득실더리고 메마른 땅이 아니란 걸 그제야 알아챈다. 그리고는 줄타기를 하며 선을 넘을까 말까 고민하는 이들에게 생각보다 안전하니 뛰어내리라 한다. 우리가 받아줄테니. 이것이 태리타운이라는 모자 브랜드가 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이야기다.
그렇다고 이곳이 풍요로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란 소린 아니다. 적어도 줄타기를 하고 있다면, 고민을 하고 있다면 한 번쯤은 선을 넘어와도 된다는 얘기다. 나 역시 선을 넘었다가 겁을 먹고 다시 경계 안으로 들어왔다가 또 다시 뛰쳐나가기를 몇 번이나 했다.
조금만 시각을 바꿔보자. 선을 넘는 것이 아니라 넘나들면 된다. 한 번 넘어갔다고 다시 넘어오지 말란 법은 없다. 나갈 때 손모가지 내놓으란 사람도 없지 않은가. 그리고 양쪽에 걸쳐도 된다. 그러라고 팔다리가 두개씩 있는 게 아니겠는가!
on the line에 있는 이들에게 over the line을 이야기한다. 함께 하자고 한다. 사이비종교마냥 영생을 약속하지는 못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모자는 줄 수 있으니.
Be over the line with 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