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의 긴 생각 짧은 글
여기저기 강연이나 컨설팅을 하러 다니다보면 브.랜.딩.이란 단어에 묘한 권능이나 성역이 생긴 것 같단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내 강연 주제가 누구나 아무나 하는 게 브랜딩이다, 인데... 곤란하다...
늘 하는 얘기지만 브랜딩(마케팅과는 개념적으로 구별되는 영역 한정)은 누구나 ‘잘’ 할 수 있다. 자기 메시지만 있다면. 그런데 뭔가 단어가 거룩해지면서 사람들이 지레 겁을 먹는다. 또는 아예 필요없다고 여기기도 한다. 광의의, 그러니까 마케팅의 영역까지 아우르는 브랜딩이나 디자인의 영역까지 넘나드는 브랜딩까지 한번에 떠올리다보니 지레 겁을 먹는다. 이것은 마치 이제 처음 운동을 시작해서 푸쉬업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자세를 교정하고 운동량을 늘이는 것을 고민해야 하는 이가 3대 500을 떠올리며 막막해 하는 것과 같다.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푸쉬업을 정자세로 50개를 할 수 있는 코어를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이를 브랜딩으로 가져오면 해당 브랜드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이 거룩하고 위대한 과정에 ‘기능’이라는 도구적 언어를 붙이다니! 라고 하는 이들도 제법 있을 것이다. 브랜딩이란 단어에 너무 취해 있거나 여전히 성역을 만들어 놓은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늘 말하지만 브랜딩의 시작은 거룩할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전지전능한 무언가를 만드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또 아니다. 코어 근육을 만드는 거니까!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는 것 같다고 짜증날 수 있지만 조금만 인내심을 가지셔라.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줄테니.
마케터(또는 대표)가 해야 하는 브랜딩은 자기 멋에 취해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해야 된다고 믿는 걸 끈질지게 구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기 신념을 성실히 구현하는 것이고, 이러한 신념은 당신이 살아오면서 쌓아온 가치관이나 지식에 기반한다. 그렇기에 마케터는 끊임없이 ‘세상을 공부’해야 한다. 너무 뻔한 말인데 어쩔 수가 없다. 우리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숱하게 들은 얘기다. 부모님과 선생님, 그리고 직장 선배에게, 하물며 요즘은 유튜브에서도 이 얘길한다. 지겹지만 사실이다. 그러나 포커스는 ‘공부’가 아니라 ‘세상’에 있다. 마케팅 이론도 중요하지만 세상에 흩뿌려진 다양한 이야기에 늘 깨어 있어야 한다, 허세 가득한 정보 편식을 경계하면서.
이러한 습득은 자연스레 사람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해 우리가 속한 커뮤니티에 대한 애정으로 확장될 것이다. 또 그 애정은 커뮤니티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자신만의 메시지(신념)가 탄생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된다. 태리타운의 예를 들자면,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갖게 되는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넘어서면 당신의 삶이 풍부해질 것이란 메시지를 내세우고 있다. 그래서 피자처럼 보이는 스콘을, 여름에도 쓸 수 있는 코듀로이 모자를 만든다. 이는 철저히 나란 사람이 가진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다. 혐오나 차별, 갑질, 불평등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선입견을 가지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에. 이게 태리타운의 정체성이자 푸쉬업 50개와 같은 역할이다. 아직 50개를 스트레이트로 하지 못하는 브랜드인 게 부끄럽지만서도
모두가 다 아는 상식! 아는 만큼 보이고, 본 만큼 만들어 내는 게 인지상정. 그러니 우리가 브랜딩을 위해 먼저 시작해야 하는 일은 그렇게 자신의 세상을 넓히고 그 안에서 각자의 브랜드를 쌓는 것, 자신만의 메시지를 만드는 것. 그렇게 만들어진, 굳건히 땅에 박힌 브랜드는 비바람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