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영웅 Aug 26. 2023

위기 상황에서의 초능력

“진짜 뭐 하나 쉽게 넘어가는 게 없네.”


태리타운을 시작하고 가장 많이 한 말 중에 하나다. 사고가 지뢰밭처럼 터져나온다. 브랜드를, 회사를, 팀을 운영한다는 건 지뢰를 안 밟는 게 아니라 그 피해를 최소화 하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


그래도 매번 꾸역꾸역 버텨내는 스스로를 보면서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암튼, 대체 이걸 가능하게 하는 힘은 뭘까 혼자 복기해본다. 내게 초능력이 생긴 건가? 아쉽지만 아니더라. 힘을 얻은 게 아니었다. 반대였다.


힘빼기 power off


복기해보니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늘 했던 일은 ‘잠시 내버려두기’였던 것.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있는 힘을 다 짜냈는데도 늘 사고는 터지고, 실수가 나오기도 하고, 일은 꼬인다.


해결한답시고 더 어금니를 꽉 깨물고 달려들다간 어금니만 상한다. 결과는 제자리거나 악다구니를 치면 최후엔 사람을 잃는다.


그럴 땐 그냥 잠시만 등 뒤로 던져두자. 눈 앞에 보이면 손이 자꾸 가는 법이니. 물론 등 뒤에 둔다고 신경이 안 쓰이는 건 아니지만 안 보는 훈련도 필요하다. 코드를 전부 빼고 전원도 내리고 잠시 두자.


그렇게 잠시만, 며칠만 환기를 하고 돌아가자. 이전과는 다른 해결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테니. 거짓말 같지만 마법처럼 새로운 길이 열리더라.

위기 상황에서 필요한 초능력은 결국 Intentional Delay. 잠시만 스스로를 멈춰두자. 당신이 진심일수록, 열심일수록, 잘하고 싶을수록 멈춰두자. 꼬였을 땐 한숨부터 돌리자.


그러면 풀린다. 물론 푸는 건 당신의 두 손으로 직접 해야겠지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