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다가오면 컨디션이 나빠진다. 그러다가 오늘, 그러니까 아버지 기일이 오면 극으로 달한다.
상실로 인한 단순한 슬픔이 아닌 망실되지 않는 기억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벌써 10년 가까이 흘렀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그나마 분함을 넘어 홀가분함과 안도가 함께 온다. 누군가에겐 호인이었겠지만 가족에게는 철저하게 asshole이었던 그를 용서하기엔 10년이라는 시간도, 마흔 둘이라는 나이도 부족한 듯 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는 야구장에 잘 가지 않았다. 그리울 것 같은 감정이 들면 닭살 돋을 것 같아서. 그러다 우연히 최강야구를 봤고 역시나 닭살스러운 감정이 돋아나더라. 그리고 내가 참 야구를 좋아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다.
아직 아이가 없지만 포기않고 더 인내를 가지고 그를 이해해 보고자 한다. 모자도 더 열심히 만들고. 그러고보니 야구 모자 만들기가 내겐 살풀이 같은 걸 수도 있겠다 싶어진다.
#donotrestinpeacey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