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짜리 오답노트: 망하지 않는 스몰 브랜드 방법론
네이버에 설득 커뮤니케이션 관련해서 검색하다보면 내 논문이 떡 하니 나온다. 10년 전 그 누구보다 설득 커뮤니케이션 연구에 진심이었다. 회사를 관두고 대학원에 갈 정도였으니. 게다가 이 논문은 홍보실 막내 시절 잠을 줄여가며 완성한 것이라 현업의 고민도 녹여져 있었다. 그 이후로 스스로를 설득컴 전문가라고 조용히 자처했다.
그러나 2024년 지금의 나를 돌아본다. 이게 웬 걸? 상세 페이지 체류시간과 구매 전환율을 보면... 처참하다. 이게 어떻게 설득컴에 진심이었던, 게다가 학술적으로만 공부한 것이 아니라 현업 마케터로 살아온 이의 성과라 할 수 있겠는가? 나는 역시나 반쪽짜리 전문가였단 것을 네이버의 SME 브랜드 런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또 한 번 깨닫는다. 매주 아프고 괴롭지만 이를 기록해둬야 한 단계 성장하는 태리타운이 될 테니까 부끄러움에 대한 기록을 남긴다.
현재 태리타운의 상세 페이지는 아쉽다. 데이터가 이를 말한다. 업계 평균 3% 이상의 전환율을 보여야 한다고 하는데 스마트 스토어의 전환율은 여기에 한없이 못 미친다. 그렇다고 뭐가 부족하냐고 남들에게 보여주면 다들 괜찮다는 반응이다. 브랜드 철학부터 시작해 폰트와 컬러, 메시지 등 모든 것의 얼라인을 맞췄기 때문에. (궁금한 이들은 한 번씩 가서 봐도 좋다. 부끄럽지 않으니.)
그러나 어쩌면 이게 독이 된 건가 하는 의심이 든다. 너무 신영웅을 담는 데에만 집중을 한 것이다. 어릴 때부터 취향이 확실했다. 약간의 외곬수 기질도 취향을 감도로 바꾸는 게 한 몫을 했다. 그런 나를 닮은 페이지를 만들다보니 디자인과 텍스트 모두 나와 닮아 있다. 다시 말해 고객을 설득하기 보다는 내 다이어리를 정리하듯, 블로그를 정리하듯 나에게만 집중되어 있다.
사실 처음에는 이렇게 하지 않았었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고객 관점에서 작성을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지금의 페이지로 바꾼 것은 공통된 피드백이 있었기 때문에. "스몰 브랜드라면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컬러가 있어야 하는데, 그냥 여타의 볼캡 브랜드랑 별 차이가 없는데?"
이후 가장 나답게(=수다스럽게) 20세기 미국에서 발행된 것 같은 매거진의 한 페이지처럼 만들어왔다. 페이지의 구성도 역시나 에디터들의 피처를 완성할 때처럼 정리했다. 매거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몰입할 수 있게 했다. 내가 가장 잘하는 방법이니까. 물론 그 덕분에 작지만 소중한 팬덤이 생기고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잡혔다. 좋든 싫든 우리만의 컬러가 생겼다.
그러나 여전히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우리는 커머스니까. 고객을 설득해야 하는 제품과, 이를 잘 보여주는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알겠는데, 뭐가 문제인지는 알겠는데 해결책을 알 길이 없었다. 이런 고민이 한창이던 요즘 지난 강의에서 힌트를 얻게 된다.
잠깐 우리 쇼룸으로 돌아가자. 내가 매장에 있을 때는 그냥 나가는 고객이 잘 없다. 어떻게든 모자를 사서 나간다. 그러나 내가 없을 때는 그냥 나가는 고객이 많다(고 한다). 여기서 차이는 딱 하나. 수다스러운 내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다.
내가 쇼룸에 있을 때에는 왜 볼캡이라는 프로덕트를 선정하게 됐는지부터 우리 모자에 담긴 숨겨진 이야기들을 고객과 수다 떨듯이 나눈다. 그렇다고 혼자 강연하듯이 떠들진 않는다. 그러자면 2시간은 족히 걸릴테니. 현장에서 고객의 눈치를 살피며 '태리타운 이야기 보따리'에서 그들이 궁금할 것 같은 이야기 몇 개만 꺼낸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관여도가 올라가고 이는 구매로 연결되는데 도움이 된다.
이러한 경험과 강연을 통해 상세 페이지를 구성할 때 생각해야 할 것이 분명해진다. 그것은 바로 고객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가지고 먼저 말을 걸어야 한다는 것. 내가 하고 싶은 말, 그러니까 우리 제품이나 브랜드 자랑을 쭈욱~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궁금할 법한 질문들을 먼저 정리하고 그 대답을 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자랑거리를 녹여야 하는 것. 같은 내용인데 전혀 다른 구성이다.
자, 이제 방향을 겨우 잡았다. 지금부터는 또다시 스스로를 갈아넣어야 하는 시간이다. 지금까지 방향성 없이 미친듯이 뛰어다녔다면 이제는 가야할 길을 아니까 빠르게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SME브랜드런처 #5기 #4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