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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웅 May 16. 2019

하이파이브가 불러온 마법

하이파이브 매직은 실패하지 않는다

박원순 시장과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퍼스널 브랜딩에 집중하게 됐다. 특히 그의 선거캠프에서 PI 기획을 맡으면서 그의 브랜드를 극대화할 수 있는 보다 실질적인 기획을 만들고 싶었고, 그때 생각해낸 것이 바로 하이파이브였다.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처음 만나는 순간이 중요하듯, 유권자들이 박원순이라는 정치인을 처음 만나는 그 순간에 조금 더 깊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였다.


정치인의 인사, 악수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일반적으로 악수를 택한다. 상대에게 우호적이라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이고 안전한 방법이다. 살짝 밋밋한 면이 없지 않다. 정녕 이게 최선인가? 그래서 먼저 악수에 대한 공부를 좀 했다. 이는 평소 내가 일할 때 고집하는 방식으로,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우선 기존 방식에 대한 학습이 선행되어야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믿고 있다.


악수의 유래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지만 일설에 따르면 서로의 손에 무기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시작된 행위라고 한다. 무기가 없다는 것은 곧 상대방에게 적의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주로 무기를 쥐던 오른손을 서로 맞잡으며 상대방에게 신의를 보여주고 관계의 평등함을 확인시켰다고 한다. 그러면 나 같은 왼손잡이들이 나쁜 마음만 먹으면 악수하는 척하며 왼손으로…?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악수가 인사나 감사, 화해 등의 의미를 나타내는 기본적인 인사법이 되면서 각자 한 손만 쓰던 특정 행위가 이제는 다양하게 확장이 되어서 서로가 두 손을 맞잡기도 하고, 관계상 서열이 낮은 한 사람만 두 손을 내밀기도 한다. 이처럼 악수 행태를 통해 우리는 관계의 서열을 알 수 있고, 악수라는 행위를 통해 오히려 권력 관계를 더 굳히게 되기도 한다. 악수를 하는 상대방이 나보다 연장자이거나 지위가 높을 때 우리는 허리를 굽히거나 두 손을 모으는 등의 예절 교육을 받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정확히 어디서 그렇게 가르쳐줬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우리는 자신보다 서열이 높다는 판단이 들 경우 자연스럽게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두 손을 내밀거나 왼손을 오른팔에 살짝 붙인다. 그러나 군대에서 그렇게 하면 또 혼난다… 어쩌라고!


이처럼 단순히 인사나 감사, 화해의 의미를 지닌 악수는 자연스럽게 그 과정에서 권력 관계를 굳히는 역할을 한다. 괜히 더 어렵고 불편해진단 얘기다. 권력 얘기하면 또 빠질 수 없는 곳이 정치영역 아니겠는가? 게다가 정치인이 가장 많이 반복하는 행동 중에 하나가 바로 악수 되겠다.


특히 박원순 시장의 경우 평소에도 워낙 많은 일정을 소화하기에 만나는 사람의 수도 많고, 그만큼 악수의 횟수도 많다. 만져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그의 오른손과 왼손의 촉감은 아마 다를 것이다. 오른손에 굳은살이 박혀 있을지도 모른다. 굳이... 확인은 하지 않았다. 만나는 모든 사람과 그 자리에서 몇 시간이고 대화를 나누기엔 물리적인 한계가 많기에 악수의 ‘양’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질’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물론 때와 장소를 가려야겠지만 꼭 악수만 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까지 곁들였다.



악수보다 친근한 인사는 없을까

어떻게 하면 보다 첫 만남에서 효율적으로 이 사람이 가진 장점이나 캐릭터를 보다 잘 드러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이어갔다. 계속 강조하지만 상대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도 중요하지만뽀뽀만한 게 없지… 그렇다고 부담스러운 행동으로 상대방에게 불쾌감이나 당혹스러움을 남겨서도 안 된다. 과하지 않아야 하지만 임팩트가 없어도 안 된다. 마케터들의 끊임없는 딜레마이기도 하다.


선거 기간 동안 그를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어떤 인상을 줄 것인가, 그래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이 아재의 내재된 매력을 뿜뿜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며칠 무작정 그를 관찰했다. 옆에 붙어 다니면서 그가 어떻게 인사를 하는지, 무슨 이야기를 꺼내는지, 악수할 때 손은 한 손을 내미는지 두 손을 내미는지 등 빠짐없이 관찰했다.


그렇게 관찰하다 보니 어느 순간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괴리’를 발견하게 됐다. 무슨 말인고 하니, 아재는 지난 7년 동안 스스로를 “원순 씨”로 불러달라고 할 정도로 탈권위적인 소통을 강조한다. 그러나 으.르.신인 그에게 원순 씨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고역이다. 실제로는 어떤지 궁금한가? 실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에게 의전과 권위는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갑갑해한다. 그냥 그런 양반이다. 한번은 김치찌개 먹으러 갔는데 우리가 사진 찍느라 정신없자 자신이 국자를 먼저 들어서 다른 사람에게 떠주더라. 처음에는 되게 어색했는데 사실 이런 일은 다반사다. 어른이라고 크흠~거리며 남들이 해 주길 기다리진 않는다. 그렇다 보니 이제는 식당에서 그가 먼저 앞접시에 덜어주면 그냥 감사하다고 받는다. 그게 그의 평소 모습이고 여전히 이러한 이미지가 사람들에게 퍼져 있는 것이다.



높은 직함을 가진 어려운 사람

그나저나 그건 알겠는데… 그는 대한민국 역사상 누구보다 가장 오래 서울시장을 역임한 사람이다. 최초의 3선 서울시장이다. 지금도 매일매일 그 신기록을 달성하고 있다. 마치 KBL의 서장훈이 마지막 시즌에 올리는 득점이 매번 신기록이 되는 것처럼, KBO의 이승엽이 홈런을 치는 족족 대한민국 신기록이 되는 것처럼 박원순이라는 정치인이 서울시장직을 수행하는 매일이 신기록이다. 대학생이 된 19학번의 경우 초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그들의 모든 학창시절의 서울시장은 박원순, 한 사람이었다. 서울시장은 박원순이 계속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애들도 있다더라. 


그는 이제 높은 직함을 가진 ‘어려운’ 사람이 됐다. 그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스스로는 변한 게 없다고 생각할 순 있다 이미 사람들은 박원순이라는 정치인을 이미 높은어려운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제 예순을 훌쩍 넘겼다. ‘어? 생각보다 안 많은데? 칠순은 넘은 것 같은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해한다. 솔직히 우리 사회에서 나이라는 ‘계급’이 주는 영향도 무시하지 못한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에게 그는 이미 예의를 갖춰야 할 사람이 됐다.


악수를 하는 모습만 봐도 명확히 알 수 있다. 사람들이 그와 악수를 할 때는 다들 공손하게 두 손을 내밀고 목례를 몇 번이나 한다. 그렇게 박원순 스스로 아무리 자신을 낮추려고 해도 사람들은 그를 어려워할 수밖에 없다. 이게 바로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괴리’인 것이다.


유쾌한 스킨십은 관계를 부드럽게 만든다

이러한 고민을 통해 떠올린 인사법이 바로 하이파이브다. 이는 그가 지닌 가치를 지키면서도 사람들에게 유쾌한 경험을 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유세 기간에 사람들과 만나 악수 대신 하이파이브 하기. 그가 하이파이브 하는 모습을 떠올리기만 해도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그렇다면 나는 왜 굳이 하이파이브를 택했을까? 뺨을 한 대 때리는 게 더 강렬할 텐데… 하이파이브에 관한 좋은 선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예전 직장에서 조직문화 커뮤니케이션 캠페인을 담당하면서 출근할 때 굿모닝 인사로 목례 대신 하이파이브를 적용한 적이 있다. 사실 그때의 목적은 데면데면한 상황에서 조금 더 빨리 친근감을 형성해 업무 커뮤니케이션을 높이는 것이었다. 유쾌한 스킨십은 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다들 어색해하고 CEO에게 어떻게 인사해야 하나 곤란해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의 손뼉 소리가 점점 커지는 게 느껴졌다. 게다가 아침마다 CEO와 하이파이브를 했더니 점점 그가 덜 어렵게 느껴진다는 의견도 있었다.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눈을 감고 스페인의 축구장으로 날아가 보자. 푸른 잔디밭이 펼쳐진 경기장, 지금 벌어지는 경기는 엘클라시코, 바로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31라운드 후반 39분, 스코어는 1:1 동점 상황. 가레스 베일의 패스를 받은 벤제마가 원터치 슛으로 골망을 흔든다. 둘의 환상적인 연계 플레이로 레알 마드리드는 역전을 하게 되고, 베일과 벤제마는 서로 눈이 마주치자마자 하이파이브를 한다. 어떤가? 어떤 기분이 드는가?



보통 하이파이브를 하는 순간은 환호의 순간이나 축하의 순간이다. 하이파이브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유쾌한 기분이 따라온다. 이처럼 하이파이브를 직접 하거나 주위에서 손뼉을 서로 마주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 다양한 연구 결과에서도 하이파이브는 상호간의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고 밝히고 있다.


하이 매직, 하이파이브

하이파이브를 제안한 이유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내가 더 주목한 것은 하이파이브를 하는 순간 두 사람의 손이다. 예를 들어 아재가 한 손을 들어 청년에게 내밀었다면 그 청년도 당연히 한 손을 갖다댈 것이다. 악수처럼 허리를 굽혀 공손하게 두 손을 살포시 갖다대는 게 어색하다. 또 반대로 이 청년이 두 손을 들어 머리 위로 내밀었다면 아재도 역시 두 손을 번쩍 들어 맞장구를 쳐줘야 한다. 하이파이브하는 그 순간만큼은 적어도 두 사람 간의 권력 관계는 살짝 뒤로 미뤄진다.



그렇게 선거 기간에 악수 대신 하이파이브를 하자는 나의 의견은 받아들여졌고 유세 기간 내내 그는 시민들과 만나는 곳에서 사람들과 신나게 손뼉을 마주쳤다. 덕분에 현장에는 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시험기간 이대 정문 앞에서 했던 하이파이브 제외ㅠㅠ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연세 높으신 분들까지도 하이파이브 세리머니에 동참을 했다. 어색할 줄 알았는데 다들 좋아하시더라.


하이파이브에 대한 반응이 좋아지자 이를 활용한 브이로그 영상을 제작하기도 하고, 하이파이브라는 키워드 자체를 브랜드화해서 다양한 캠페인에 접목시키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캠프 1층의 공간을 연출하는 데 하이파이브를 테마로 활용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획기적인 것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그는 자신의 이름이나 기호가 새겨진 점퍼가 아니라 하이파이브 로고가 새겨진 점퍼를 입고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다.



나는 이것을 ‘하이 매직’이라고 부른다. 단순히 손(five)만 높게(high) 드는 것이 아니라 어색하고 낯선 이에게 인사(Hi)를 건네며 서로의 마음을 열어주는 마법이기 때문이다. 


혹시 당신이 속한 조직의 분위기가 삭막하거나 어색하다면 하이파이브 인사를 제안해 보면 어떨까? 그리고 혹시 길을 걷다가 박원순 시장을 만나게 된다면 힘차게 한 손을 들어 올리고 그에게 하이파이브를 청해 보라. 그러면 그는 환한 미소와 함께 당신의 손뼉에 맞장구를 쳐줄 것이다. 얼굴이 작아요 라고 말해주면 더 좋아한다. 참고하도록.




나는 이렇게 일한다
: 처음부터 무리하게 타깃의 범위를 넓히지 않는다


1. 예수(Jesus)도 싫어하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아멘). 시작부터 모두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는 없다. 끝까지도 없다.


2. 핵심 타깃(Core Target)을 먼저 꼽아본다. 그 타깃은 나와 비슷하거나 특성을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나와 다르더라도 나와 대화가 잘 통하며 공감대가 형성될 것 같은 집단으로 설정한다. 내가 잘 아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게 쉬우니까. 그러나 가끔 의외의 곳에서 터지기도 한다.


3. 유저 데이터를 통해 내 브랜드의 타깃층을 확인한다. 주먹구구식 느낌적인 느낌으로 예측하는 대신 광고를 통해 유입되는 유저 데이터를 체크한다. 특히 요즘처럼 따로 솔루션 개발 없이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 환경에서는 이를 체크 하지 않는 사람만 손해다. 그렇다고 숫자를 맹신하란 얘기는 또 아니다.


4. 타깃의 확장은 욕심 부리지 않고 단계적으로 진행한다. 그리고 그 확장을 할 때에도 기존의 팬들이 소외받지 않도록 배려한다. 어느 날 갑자기 동생이 태어난 3살 아기가 된 심정이 들지 않게 말이다.


5. 조바심을 내지 않고 가까운 내 편부터 만드는 데 집중한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잡을 수 있는 그 한 마리마저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그리고 결국에 그 한 마리가 다른 토끼들을 불러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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