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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웅 May 20. 2019

You are what you buy

나름의 소박한 출사표

나는 타인을 관찰하고 미리 짐작(?)하는 것을 즐긴다. 내가 관찰하는 그가 사용하는 물건을 보면서 그가 어떤 사람일지 혼자 추측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짐작이 맞을 때 혼자 짜릿해하는 변태적인 취미를 가지고 있다. 그 짐작은 꽤 높은 타율을 자랑한다. 나는 그가 사용하는 제품(product)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제품이란 단순히 상점에서 구매하는 유형의 상품(products)뿐만 아니라 무형의 서비스까지 모두 포함하게 된다.


사실 우리는 제품을 직접 살 때 의식적이든, 아니면 무의식적(=습관적)이든 그 행위에 자신을 투영한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욕망이 구체화되어 나온 것이 바로 그 사람의 구매 목록인 것이다. 


'응? 난 그냥 이유 없이 사는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우리가 물건을 구매할 때는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유 없이 산다고 느끼는 것은 정말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니라 구매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시간이 엄청 짧기 때문일 뿐이다. 그 짧은 순간에 우리의 뇌는 기존의 구매 경험을 바탕으로 결정을 했던 것이다. 습관적으로 사는 생필품 중에 이런 경우가 빈번하다. 그러므로 이러한 선택에도 이미 당신의 욕망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You are what you buy.


그렇다. 당신이 사는 것이 바로 당신을 말해준다. 당신이 사는(buying) 것을 보면 당신이 어떻게 사는지(living)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산다는 것(living)은 단순히 당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나타낸다는 의미로 제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당신은 누구인지' 또는 '당신이 어떤 가치에 중점을 두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모두 담고 있다. 단순히 취향(taste)을 넘어 당신의 정체성(identity)을 정의 내리는 판단 기준이 되기도 한다.


헐리웃 스타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리어나도 디캐프리오...라고 써야 하지만 6차 교육 과정인 내게는 너무 어색하고 오글거린다...)가 애용하는 자동차가 결국 이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그는 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엄청난 스타이자 배우다. 당연히 막대한 부를 자랑한다. 그런 그가 애용하는 차가 하이브리드 차량인 도요타의 프리우스인 것은 살짝 의외의 지점이다. 많고 많은 고급 승용차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프리우스를 타는 이유는 딱 하나, 환경 문제에 대한 본인의 가치관 때문이다. 그는 예전 영화 촬영을 하는 도중 환경오염의 심각성에 대해 자각하게 됐고 이것이 결국 소비 행태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사례인 것이다. 그것이 이미지 메이킹용으로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자신을 드러내는 하나의 표현 방법으로 우리는 '제품 구매'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요즘처럼 각양각색의 브랜드가 난립하고 제품에 대한 정보가 많다 못해 쏟아져 나오다 보니 구매에 대한 선택을 쉽게 내릴 수 없게 됐다. 다 좋아 보이거나 다 고만고만해 보이거나. 너무 많은 선택지로 인해 제품을 사야 하는 그 선택 자체가 스트레스가 된다는 이들도 있다. 아니면 아쉬운 선택으로 구매 경험이 불만족스러운 경우도 빈번해졌다. 그렇다고 이런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모든 구매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최고의 품질이라 여겨지는 가장 비싼 제품(꼭 그렇지만도 않은 게 더 큰 문제)을 선택할 수는 없다. 그랬다간 아내에게 쫓겨난다.


갑자기 우울한가? 그렇다고 크게 실망할 필요도 없다. 세상에는 '최고의 선택'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가장 유명한 제품이, 가장 비싼 제품이 늘 당신에게 '최선의 선택'은 아니기 때문이다. 당신이 처한 상황이나 물건의 쓰임에 따라 당신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늘 존재해왔고 앞으로도 이는 계속될 것이다. 다만 그걸 찾기가 어려웠을 뿐이었다. 


당신만을 위한 최선의 선택
존재한다, 찾기 어려울 뿐이다


여기에 내가 앞으로 가고자 하는 방향이 담겨 있다. 이름뿐인 브랜드가 난무하는 시대에 대동소이한 상품들 속에서 사람들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취향이 더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스스로 지키고자 하는 삶의 방식이나 신념을 지켜낼 수 있도록 매거진 <얼리어답터>는 제품에 집중하고자 한다. 제품에 담긴 이야기를 발굴해 나가려고 한다. 결국 독자들이 우리가 전달하는 제품 이야기를 통해 브랜드를 인식하고, 또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러브마크가 될 수 있도록 수다스럽게 굴 예정이다. 


제품을 통해 브랜드를,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에 관해 수다를 떨어 보고자 한다. 어쩌면 이는 시대에 역행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다른 모두가 브랜드를 이야기하고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지금, 저 혼자 제품 이야기에 집중한다는 것이 어쩌면 시끄럽기만 한 시야 좁은 이의 아집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리고 얼리어답터는 제품이 가진 힘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힘은 경험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믿기에 우리는 앞으로 제품이 주는 가치와 즐거움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우리가 가진 수다스러움을 가지고 말이다. 아직 어설픈 곳 투성이에 부족한 점이 많지만 첫 술에 배 부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차곡차곡 수다거리를 모아 두고 있다. 


곧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낼 테니 매거진 <얼리어답터>와 함께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웃고 떠들었으면 좋겠다.



Welcome, http://www.earlyadop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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