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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웅 Jul 10. 2019

느낌적인 느낌, 띄엄띄엄

책리뷰_팩트풀니스 Factfulness

이 책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자기 결벽이 있는 꼼꼼한 이가 깔끔하게 정리한 교과서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 말에는 극찬과 아쉬움이 동시에 담겨 있다. 글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구성력은 놀라웠다. 책을 읽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담겨 있는 내용의 힘보다는 구성의 힘이었다. 반대로 각 본능이라 명명된 것들 간에 구분선이 살짝 희미하게 느껴졌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귀에 걸면 귀걸이 눈에 걸면 아파... 응? 그러나 아무리 한스 로슬링'들'이 말하는 본능 사이의 구분이 애매할지라도 그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선명했고 신선했다.


우리말로 '사실충실성'이라 번역된 팩트풀니스Factfulness는 읽는 내내 내게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선사했다. 우선 내가 세상을 얼마나 띄엄띄엄, 그것도 굉장히 편협하게 인식하고 있었는가를 깨닫게 해 주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내가 사는 이 커뮤니티가 그래도 (-)의 방향이 아닌 (+)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도 동시에 알려주었다. 그것의 속도나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논의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막연히 우리 사회가 (-)의 방향으로 가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내게는 그나마 잠깐 한숨을 돌리게 해주는 계기가 됐다.


그렇다고 '아~ 잘 되고 있으니 됐어'라는 식의 사회에 대한 무관심이 증폭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더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통해 세상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고 싶다는 평소 의지에 힘을 보태주는 역할도 했다. 방향을 바꾸는 것은 너무 어렵지만 운동하는 방향으로 가게 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지 않은가?! 솔직히 최근 나라는 사람이 가진 역할이나 능력의 한계에 부딪히면서 이 사회가 점점 (-)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인식해버리고 돌아서버린 나의 무책임함을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의심과 경계의 자세는 풀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통계, 거기에 담긴 숫자에는 감정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전 세계 1세 아동 중 예방접종을 맞을 확률이 80%(내 예상과는 달리 높은 수치이긴 하다)라고는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예방접종을 맞지 못하고 있는 20%를 생각해야 한다. 동시에 80%의 예방접종을 맞은 이들의 삶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예방접종을 맞을 확률이 높아졌다고 해서, 죽지 않고 살고 있다고 해서 그 삶의 행복하다, 아니 살만 하다는 것은 또 아니기 때문이다. 수치가 올라갔다고 해서 세상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논리가 바로 연결되어서는 곤란하다. 전기를 공급받는 비율이 늘어났다고 해서, 자연재해 사망자수가 줄어들었다고 해서, 소득 수준이 올라갔다고 해서 정말 우리 사회가 (+)의 방향으로 '잘 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는 조금 더 깊게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늘 되뇌지만, 데이터에는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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