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의 마케팅
* 본 글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니 DT 시대이니 4차산업혁명이니 밀레니얼이니... 이런 단어들이 범람하는 요즘 흐름의 변화에 힘들어하는 이들을 위해 간략하게 요약한 글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또는 부장님이 디지털이니 뭐니 도통 뭔 말인지 모르겠다며 자꾸 귀찮게 하면 이 링크를 던져주셔도 좋습니다.
** 본 글은 한국금융연수원의 요청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의 마케팅'이라는 주제 하에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작성된 글입니다.
지난 몇 년간 당신이 회의 시간 상사에게 귀에 피가 나도록 듣거나, 신문기사나 사내에서 추천하는 필독서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문장 중에 하나가 바로 이것일 것이다.
“우리는 현재 IT(Information Technology, 정보 기술) 시대를 넘어 DT(Data Technology, 데이터 기술) 시대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지겹도록 들었을 것이다. IT 시대에서 DT 시대로의 전환이란 발화의 첫 시작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대략 거슬러 올라가면 2015년 5월 알리바바의 창업자인 마윈의 기자간담회 발언 이후 많은 전문가와 기업가들의 입을 빌어 많은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최근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의 인터뷰에서도 이 문장은 등장한다. 앞으로 데이터가 돈을 버는 시대가 올 것이란 예측과 함께.
그런데 저 습관처럼 익숙해진 문장을 당신의 일상이나 회사 생활에 당장 대입해 보면 뭔가 애매하고 허전하다. IT 시대와 DT 시대라고 하면 그 의미 파악은 얼추 되는데 정작 차이를 설명하라고 하면 살짝 막막하다. 그러다보니 시대의 변화에 맞춰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부터 DT 시대로의 변화는 어떠한 것이며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DT 시대란 말 그대로 데이터를 활용해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를 의미한다. 이는 최근 글로벌 기업의 흥망성쇠를 통해서도 데이터를 활용한 산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당신이 기억하는 전통의 글로벌 기업 중 시가 총액 1위의 엑슨모빌(Exxon Mobil)의 공고하던 성은 2011년부터 애플과 엎치락뒤치락하더니 2014년 MS에게 2위 마저 내주게 되고, 2017년 연말부터 아예 10위권 밖으로 밀려나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 자리를 구글과 아마존 같은 데이터를 가공하고 생산하는 기업들이 대신하고 있다. 석유의 자리를 데이터가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도 여전히 감이 잘 안 잡히는 당신을 위해 보다 DT 시대를 쉽고 폭넓게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키워드는 바로 O2O(Online to Offline). 나름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익숙하다 못해 살짝 한물 간 느낌도 없지 않을 것이다. 온라인을 오프라인으로 옮겨온다는 뜻이지만 이보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되는 현상으로 이해하는 게 더 쉬울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을 통해 사람들에게 보다 양질의 서비스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는데 의의가 있다.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를 알고 있다면 O2O는 이미 알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커피를 주문하려면 당연히 직접 매장을 방문해 바리스타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메뉴를 주문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매장을 방문하기 전이나 매장에서도 테이블에 자리 잡은 채 주문을 할 수 있게 됐다. 스타벅스 전용앱에 들어가 있는 사이렌 오더라는 기능을 활용해 원하는 메뉴를 선택하고 주문 및 결제까지 할 수 있는 것이다. 오프라인으로 하던 기능을 온라인에서 데이터 전송을 하는 것으로 대신한 것이다. ‘카카오택시’나 ‘타다’도 O2O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두 번째는 최근에는 많이 회자되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볍게나마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키워드인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이다. 흔히 IoT라고 부르는데, 일상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제품들에 센서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이나 그 환경을 이야기할 때 사용된다. 스마트 플러그를 사용해 집 안에 설치된 에어컨을 제어하거나 음성만으로 조명을 제어하는 스마트홈 시스템이 바로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기술이다.
그리고 요즘 활발히 상용화되고 있는 인공지능(Artificail Intelligence)이 바로 세 번째 키워드이다. 개념 자체는 누구나 알고 있듯이, 인간의 지능으로 할 수 있는 사고, 학습, 자기 개발과 같은 기능을 컴퓨터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기술을 의미하며, 컴퓨터가 스스로 인간의 지능을 흉내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다들 AI 스피커에 이런저런 질문들을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소름끼치도록 절묘한 답변을 들을 때도 있고, 말도 되지 않는 답변이 돌아올 때도 있는데 이는 결국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입력해뒀나’ 또는 ‘답변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도록 얼마나 적합한 모델을 설계해뒀나’로 판가름 난다. 그리고 이러한 인공지능 기술은 사물인터넷과 만났을 때 시너지가 나기도 한다.
네 번째 키워드는 바로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당신이 소유하고 있는 물리적인 저장 공간이 아닌 인터넷 상의 가상공간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어디서든, 어떤 기기이든 데이터를 불러와 사용할 수 있는 컴퓨팅 환경을 말한다. 이는 구름(cloud)과 같이 존재하는 컴퓨팅 자원을 자신이 필요한 만큼 가져다쓰고 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아이폰 사용자라면 다들 알고 있는 ‘아이클라우드’나 ‘드롭박스’, ‘에버노트’, ‘구글 드라이브’와 같은 서비스들이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들이다.
다섯 번째는 위 4가지를 관통하는 DT 시대의 알파이자 오메가이기도 한 개념인 바로 빅데이터(Big Data)이다. 빅데이터란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로, 수치뿐 아니라 문자와 영상 등의 다양한 형태와 큰 용량의 데이터를 모두 포함한다. 다시 말해 인간이 직접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를 의미한다.
당신이 눈치가 빠르다면 5개의 키워드에서 공통점을 발견했을 것이다. 바로 데이터.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수집해 이를 바탕으로 그들의 니즈를 분석하고 편의를 제공하거나 미래를 예측하기까지 한다. 결국 그동안 제한적으로 수집되거나 오프라인에서 흩어진 소비자 정보(곧 데이터)를 위에 언급된 기술들을 바탕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는 시대가 바로 DT 시대인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일상화된 DT 서비스를 통해 내 취향과 생각, 위치 정보 등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를 이미 기업에게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기업은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다른 유형의 데이터와 결합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발견하기도 한다. 이는 다시 당신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로 나타나고 또다시 당신 삶의 양식은 변화하게 될 것이다.
언뜻 와 닿지 않는다면 당신의 하루를 되돌아보자. 당신은 스마트폰이나 PC와 같은 다양한 디바이스를 통해 매일매일 디지털 세상에서 당신의 족적을 남긴다. 의도와 욕망을 담은 채 말이다. 로그인, 클릭, 검색과 같은 이제는 일상화된 행동을 통해 비록 직접 당신의 의도나 욕망을 말하진 않았지만 속마음을 다 드러냈다. 궁금한 것을 검색했고, 사고 싶은 것을 클릭했다. 필요한 정보를 얻거나 유희를 위해 당신의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로그인도 했다.
이러한 당신의 행동은 기업의 마케터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고, 그렇게 당신과 당신 옆에 있는 이들이 남긴 데이터들이 쌓이고, 또 당신이 오프라인에서 남긴 카드 사용과 같은 다른 종류의 데이터가 결합되면서 더 많은 사회적 의미들과 마케팅 인사이트가 발견된다.
이 지점이 바로 이전의 인터넷부터 모바일로 이어져온 IT 시대와 DT 시대를 가르는 전환점이 된다. 단순히 파편화된 정보를 해석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형화되지 않은 무수히 많은 데이터들을 서로 결합하고 분석의 과정을 통해 그동안은 말하지 않으면 몰랐던 당신의 숨은 의도와 욕망을 발견해서 선제적으로 제안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가끔 당신에게 날아오는 개인화된 광고를 접하면서 ‘어떻게 알았지?’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당신은 말하지 않았지만 이미 말했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능력이 있는 기업은 당신의 속마음을 알아차리고 먼저 말을 걸어올 것이다.
석유의 자리를 데이터가 대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