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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웅 Mar 19. 2020

#2 소비자로서의 밀레니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의 마케팅

* 본 글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니 DT 시대이니 4차산업혁명이니 밀레니얼이니... 이런 단어들이 범람하는 요즘 흐름의 변화에 힘들어하는 이들을 위해 간략하게 요약한 글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또는 부장님이 디지털이니 뭐니 도통 뭔 말인지 모르겠다며 자꾸 귀찮게 하면 이 링크를 던져주셔도 좋습니다.


** 본 글은 한국금융연수원의 요청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의 마케팅'이라는 주제 하에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작성된 글입니다.


  디지털과 데이터의 시대가 오면서 사회 전반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태그 아래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AI)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최첨단 기술들이 우리 일상에 자리 잡아 가면서 기존의 사회 구조나 질서를 새롭게 재편(Reorganization)해 나가고 있다. 

  당신의 일상에도 이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스마트워치를 차고 다니면서 자신의 운동량과 건강 상태를 파악하기도 하고, AI 스피커에 말을 건네는 것만으로도 조명이나 에어컨을 제어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기업들은 옴니채널(Omni Channel)을 구축하면서 소비자와 만나는 접점을 연결해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면서 보다 깊이 있는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자 노력한다. 

  특히 금융계 종사자들은 핀테크 산업의 급격한 성장으로 인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 특히 은행의 송금과 결제 네트워크를 표준화시키고 개방해 하나의 앱만으로 자신이 보유한 모든 은행의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오픈뱅킹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각 은행들은 고객 선점과 이탈 방지를 위해 고심하고 있다. 특히 고객 유치를 담당하는 마케팅과 영업을 담당하는 부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압박을 여실히 느낄 것이다. 

  그렇다보니 은행들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거나 신규 상품 또는 서비스를 만들어 이를 홍보하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어떠한가? 들어가는 노력에 대비해 그 결과는 신통치 않은 경우가 많을 것이다. 왜 이런 일들이 생겨나는 것일까?

ATM로 돈 버는 시대는 이제... 


  여기에 대한 답은 Back to the basic에서 찾을 수 있다. 제 아무리 새로운 기술이 범람하고 사회의 구조가 변화하더라도 마케팅에서 변하지 않는 불변의 진리는 바로 ‘고민의 답은 언제나 고객에게 있다’는 사실이다. DT 시대의 이 복잡다단한 기술과 용어들은 정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활용해야 할 대상이고 이보다 당신이 더 집중해야 하는 것은 바로 당신과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할 고객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당신의 고객은 이미 많은 데이터를 남김으로써 당신에게 많은 말을 걸어왔고 당신은 이를 올바르게 해석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잘 해석할 수 있을까? 

  물론 데이터를 해석할 수 있는 뛰어난 분석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더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 있다. 당신이 대화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이고,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모든 마케팅의 시작은 타깃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한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당신에게 대화를 걸어오는, 당신이 유혹해야 할 고객이 어떤 이들인지 부터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말해 입 아픈 말이지만 실무를 하다보면 쉽게 놓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당신의 타깃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업종마다, 분야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최근 많은 산업에서 ‘소비자로서의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는 금융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구통계학적인 관점에서 금융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이용하게 되는 연령대이며,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 없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세대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당신의 브랜드를 선점시키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하루가 멀다 하고 심심찮게 듣게 되는 ‘그놈의’ 밀레니얼 세대는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특히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자로서, 고객으로서 기존 고객들과 어떻게 다를지 알아보자.


  우선 일반적으로 밀레니얼 세대라고 하면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를 가리킨다. 국가나 문화권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2020년 현재의 2535세대가 밀레니얼 세대의 코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컴퓨터를 매개로 인터넷을 사용해 왔기에 새로운 IT 기술을 접하는 데 있어 크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빠르게 습득하고 활용한다. 

  경제 규모가 팽창하며 급속한 성장의 시기를 경험하며 자라온 이전 세대와 달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특히 1997년 IMF 사태도 한국의 밀레니얼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보고도 많다.) 이후 세계적 불황으로 인해 실업률이 급증하고 일자리의 질이 저하되는 등 저성장이 정상이 되어버린 뉴노멀(New normal)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세대이다. 낙관적 희망만을 가질 수 없는 환경에서 성장해온 이들은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삶의 가치관을 지니게 된다. 밀레니얼 세대를 상징하거나 그들에게 친숙한 단어들을 통해 간략하게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유추해 보자. 아래 단어만으로 모든 밀레니얼 세대들을 규정할 수는 없겠지만 간략하게나마 그들을 이해하는 데 첫걸음을 떼는 데에는 유효할 것이다. 


워라밸, N잡러(멀티잡), 퇴사준비생, 갭이어(Gap year), Go지방, 1인 가구, 소확행, No재테크, 혼술, 혼밥


  이 단어들을 통해 그들의 속마음을 잘 들여다보면 ‘획일화된 가치가 아닌 다양성을 바탕으로 삶의 소소한 행복을 찾는 사람들’, 또는 ‘혼자이고 싶지만 외롭기는 싫은 사람들’로 해석할 수 있다. 부모 세대의 성공방정식에서 탈피해 양적 성장보다는 개인의 주관적 만족을 높이는 것에 더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것이다.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해 가정을 꾸리며 내 집 장만을 위해 꼬박꼬박 저축을 하는 삶 대신 여가 시간에 자신의 취향을 소비하고, 또 다른 소질을 개발해 그것을 다시 경제 활동으로 연결시키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리고 당연시 여겨왔던 결혼과 출산, 육아에 대해서도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이 되어 가고 있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면서 이 삶의 처량한 것이 아닌 보다 즐겁고 건강한 인생이 되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과도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꼭 이러한 경쟁이 능사가 아니란 것을 깨닫고 실천하기 시작한 세대인 것이다. 그들은 포기한 것이 아니라 ‘다른 길’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를 두고 지금까지 우리 사회를 지배하던 기존 이데올로기로 그들을 평가해서는 결코 그들에게 다가갈 수 없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자로서 보이는 특징은 다음과 같다. TV나 신문, 잡지, 라디오와 같은 기존 매체보다 SNS와 같은 디지털 미디어에 의해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영향을 받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미디어가 되어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 자신들을 우롱하는 기업이나 정치인을 대외적으로 비판하고 이를 개선해 나가고자 하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정의와 공정에 대한 기준이 높아진 세대들이다.


  또한 구독형 서비스를 애용한다. 넷플릭스와 멜론 같은 콘텐츠 구독형뿐만 아니라 면도기, 화장품과 같이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이는 ‘소유’에 대한 관념이 바뀌어가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90년대 내 집 장만이 서민들의 공동 슬로건이었지만 밀레니얼 세대들은 집을 사기 위해 저축을 하기 보다는 여행이나 문화생활을 즐기는 데 투자한다. 소유하는 것보다 ‘경험’에 더 높은 비중을 두게 된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모임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꺼려하지 않는다.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자신들의 관심사를 나누거나 취미를 함께 즐기는 모임에 참여한다. 또한 강연이나 북토크와 같이 지식이나 기술, 경험을 배울 수 있는 모임에도 적극적이다. 그리고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네트워크를 형성해간다. 이곳에서 기존의 학연, 지연, 혈연으로 형성된 강한 유대(String tie)가 아닌 약한 유대(Weak tie)를 가진 관계를 만들어 간다. 나이나 직업, 거주지 등 그 사람의 사회적 포지션과 관련된 정보 대신 자신들의 취향과 관심사만으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간다.  


  무엇보다 중요한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자로서의 핵심은 바로 온라인 쇼핑의 일상화이다. 물론 이전에도 전자상거래는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성장해 왔다. 그러나 이것이 디지털 기술과 함께 성장해온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력을 가진 주요 소비자가 되면서 ‘이것까지 가능할까?’하는 제품군이 온라인 쇼핑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신선식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것이 이제는 일상적인 일이 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점점 가속화 되어 앞으로는 자동차나 집과 같은 제품군들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일이 보편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도 기존 세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모바일 기기가 그들의 지갑을, 통장을 대신하는 것이다. 식당에서는 현금이나 카드 대신 스마트폰으로 결제를 하며, 은행을 직접 찾아가지 않고 계좌를 만들고 송금을 하고, 금융상품을 가입하는 것은 이제 낯선 일이 아니다. 모바일 앱만으로 투자까지 한다. 은행과 증권사 창구에 가지 않고 일어나는 일들이다. 그들의 비대면에 대한 두려움없이 자신의 돈을 맡긴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소비자로서의 특성을 가진 밀레니얼 세대를 어떻게 하면 당신의 고객으로 유혹할 수 있을까?

  가장 추천하는 방식은 밀레니얼 세대와 ‘친구가 되는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사회 전체의 성장보다 개인의 행복을 우선시하기에 기업과의 관계 역시도 나와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 같은 기업을 선호한다. 산업이 발달하는 속도에 비해 소비자들의 안목이나 정보가 부족한 시절에는 선생이나 부모처럼 소비자를 계몽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기업이 사랑받아 왔다. 그러나 이제는 소비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자신만의 취향을 표현할 줄 알게 되면서 자신들을 가르치려 드는 꼰대보다 ‘내 마음에 드는 친구’ 같은 기업이나 브랜드를 가까이 두려 한다.


  다시 말해 평등한 관계 속에서 자신과 취향이 통하거나 자신의 추구하는 신념을 대신 이뤄주는 브랜드에 박수를 보내고 관계를 지속해간다. 오뚜기가 ‘갓뚜기’가 된 것도 이러한 맥락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이나 브랜드는 어떻게 고객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기업의 메시지가 명확하고, 그 메시지가 매력적이어야 한다. 사람으로 치면 평소 말이나 행동, 스타일에서 자기만의 개성이나 취향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친구일 것이다. 그리고 매력적인 메시지를 바탕으로 고객과 친근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가장 쉬운 듯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가장 많이 실수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흔히 친근한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해서 유명한 연예인이나 화제의 캐릭터를 모델로 섭외한다거나 브랜드 메시지에 개그 요소를 삽입하기도 한다. 패러디를 활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답답한 것은 진지해야 할 상황에서도 그러고 있는 게 문제다. 그가 사람이라면 당신은 눈치 없이 개그만 시도하는 친구와 계속 만나고 싶은가? ‘우스운’ 친구가 아니라 ‘웃길 줄 아는’ 친구가 되어야 하고 웃길 줄 아는 친구는 감동을 줄 줄 아는 친구이기도 하다. 

  또한 잘못하면 적극적으로 인정을 하고 사과를 할 줄 아는 친구여야 한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어물쩍 넘기려고 하다가는 분노를 사게 된다. 이는 사실 모든 세대를 관통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특히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적극적인 보이콧을 하기에 더 조심해야 한다. 

  이렇게 고객과 친구 같은 관계를 형성하게 되면 그들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당신에게 다가올 것이다. 자발적으로 기업의 히스토리를 공부하고, 칭찬할 점을 찾아 적극적으로 바이럴 활동을 펼친다. 자신의 친구를 자랑하고 자신도 그 친구만큼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의 실무자들은 밀레니얼 세대는 확실히 기존의 소비자들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며 예측하기 어려운 타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이는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그들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경우일 확률이 높다. 당신은 어려운 타깃을 만난 게 아니라 낯선 타깃을 만난 것이고 그들을 알아가면서 그들과 친구가 되는 노력을 해야 되는 것이다. 기술을 공부하는 것보다 그들이 누구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당신이 소비자에게 대단한 선물을 하지 않더라도 그들은 끊임없이 당신을 찾아올 것이다, 당신의 매력을 찾고 이를 유지한다면. 그들은 당신에게 선물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계속 매력적인 친구로 남아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주관적 만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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