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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웅 Mar 23. 2020

#3 당신이 아이폰을 계속 사는 이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의 마케팅

* 본 글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니 DT 시대이니 4차산업혁명이니 밀레니얼이니... 이런 단어들이 범람하는 요즘 흐름의 변화에 힘들어하는 이들을 위해 간략하게 요약한 글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또는 부장님이 디지털이니 뭐니 도통 뭔 말인지 모르겠다며 자꾸 귀찮게 하면 이 링크를 던져주셔도 좋습니다.


** 본 글은 한국금융연수원의 요청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의 마케팅'이라는 주제 하에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작성된 글입니다.


  오픈 뱅킹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은행들은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으면서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자신들의 서비스를 개편하고, 대대적인 물량의 광고 캠페인을 전개했다. 하나의 은행 앱만으로 자신이 보유한 다른 은행의 계좌를 조회하거나 송금하는 등 금융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공존하던 은행 앱들이 하나의 승자만 살아남을 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했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것은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고, 2순위 또는 3순위 정도의 빈도를 갖던 자사 앱을 1순위로 끌어올리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 마케팅 심리 효과를 활용해 해결책을 함께 고민해 보려고 한다.     


  은행들이 참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사례로 꼽자면 스타벅스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은행과 카페, 다른 것 같으면서도 유사한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선 두 산업 모두 경쟁사 간의 극명하게 차별화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은행이 금리를 경쟁사 대비 극명하게 조절하지 못하듯 프랜차이즈 카페도 가격이나 품질을 극대화하기 어렵다. 생산성 문제와 직결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은행들은 스타벅스의 전략을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04년부터 스타벅스는 어른들의 산타 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다. 2달 남짓한 기간동안 미션 음료를 포함해 총 17잔의 커피를 마신 이들에게 플래너를 증정하는 e-프리퀀시 이벤트가 바로 '스벅 산타'의 정체다. 단순히 '울지만 않으면' 선물을 받을 수 있는 아이들과 달리 이 마성의 스벅 산타는 어른들에게 꽤 어려운 미션을 요구하지만 사람들은 한 번을 달성하기도 쉽지 않은 이것을 그 짧은 기간에 두 세 번씩 달성하기도 한다. 이벤트가 끝나기 전에 플래너 재고가 부족해서 컴플레인이 생길 정도니 말 다했다. 

  게다가 스타벅스는 싫증이 난 고객의 이탈을 막기 위해 최근부터는 색채 연구소 '팬톤', 이탈리아 패션 편집숍 '10꼬르소꼬모', 독일 필기구 브랜드 ‘라미’ 등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사람들의 수집욕을 자극한다. 새로운 동기부여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왕 카페를 갈 일이 있다면 바로 옆에 있는 다른 카페 대신 굳이 스타벅스를 찾게 된다. 

 

  이처럼 사람들이 자발적 스벅노예를 자처하는 것은 락인(Lock-in)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소비자가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 또는 이용하기 시작하면 다른 유사 상품이나 서비스로 이전이 어려워지는 현상을 뜻하는 말로, 자물쇠 효과로 불리기도 한다. 기업과 처음 관계를 맺은 소비자가 다른 기업으로 이탈하지 않도록 묶어두는 것, 즉 어떻게 소비자를 Lock-in 시킬 것인지는 마케터의 가장 중요한 미션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떻게 소비자를 묶어둘 수 있을까? 

  먼저 Lock-in이 일어나는 상황을 유형별로 정리해 보자.

  첫 번째로는 전환 비용을 높여 Lock-in을 하는 방식이다. 혹시 대학생 때 쓰던 학생증을 어디서 만들었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라. 과사라고 말하는 으.르.신들도 있겠지만 학생증을 만들기 위해서는 학과사무실이 아닌 은행으로 가야한다. 학내에 있는 은행을 방문해 계좌를 개설하면 체크카드 기능이 탑재된 학생증을 발급해준다. 일반적으로 대학 신입생 시절 개설했던 첫 은행 계좌로 소소하게 아르바이트 월급도 받고 공과금도 납부하다 보니, 어느새 그 통장은 월급과 신용카드 대금이 스치듯 안녕하는 주거래통장이 되어 있다. 주거래은행을 바꾸려면 해당 은행과 엮여 있는 많은 것들을 변경해야 하는 수고와 노력이 과다 투입되어야만 한다. 즉, '전환 비용'이 높기에 주거래은행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귀찮은) 일이고, 그 결과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해당 은행에 Lock-in 된다. 

  개인의 자발적인 의지나 선택은 아니지만 크게 불만족이 일어나지 않는 한, 또는 새로운 필요성이 나타나지 않는 한 이탈하지 않게 된다. 은행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손쉽게 이용자를 Lock-in 시킬 수 있는 전략이기에 은행들의 대학 신입생을 유치하려는 경쟁(B2B와 B2C 모두 존재)은 여전히 치열하다. 그러나 이러한 Lock-in의 경우 고객의 의지보다는 환경적 요인이 강하기 때문에 특정 계기가 발생할 경우 쉽게 이탈할 수 있는 위험요인이 존재하기에 이러한 전략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두 번째는 ‘계약 조건’을 활용한 비자발적 Lock-in이다. 통신사의 선택 약정, 가족묶음할인 등과 같은 계약 조건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할인을 받기 위해 서비스에 가입을 하지만, 일단 서비스에 가입을 하고 나면 위약금을 높게 책정해 빠져나가기 어렵게 한다.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 들어와도 나갈 때는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든다.


  세 번째로 ‘남들이 쓰면 대세에 따라 나도 써야지 별수 있나’, ‘많은 사람이 사용하니 좋은 것이겠지’와 같이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다른 사람의 수요에 영향을 받아 Lock-in이 되기도 한다. 현재 대한민국 국민의 약 95%가 카카오톡을 사용한다. 남들과 똑같은 게 싫다며 중2병스럽게 마이웨이를 외친다면 정말 혼자 외로운 길을 걷게 된다. 이처럼 상대방이 존재해야 실현 가능한 메신저나 SNS 같은 서비스들은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대세를 따라야 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승자독식 체제가 생기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확장시켜 나가게 된다. 단순히 메신저 서비스로 시작한 카카오톡만 들여다봐도 알 수 있다. 메시지 기능뿐만 아니라 카카오페이나 카카오뱅크를 통해 금융 서비스가 연결되고, 검색과 지도 기능, 선물하기 기능, 최근에는 택시를 부르거나 주차장을 찾는 등 생활 전반에 필요한 기능들이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우선권을 바탕으로 이용자들을 Lock-in 시키고 있다.


  네 번째로는 ‘기능적 통합’을 통해 Lock-in이 가능하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네이버 페이’ 서비스다. 온라인 쇼핑으로 제품을 구매하고자 할 때 매번 해당하는 최저가의 쇼핑몰을 찾아가 일일이 가입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는데 네이버 페이의 통합 결제 기능을 통해 그런 수고로움은 사라졌다. 그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네이버 계정과 거기에 등록된 카드로 간편하게 결제가 가능하다. 그리고 이렇게 결제를 할 경우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네이버 페이 포인트를 적립해주기 때문에 보다 강력하게 Lock-in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조건으로 인해 발생하는 락인 효과는 일방적이거나 소비자가 의식하지 못한 채 Lock-in되는 경우가 많고, 소비자의 선택일지라도 이는 단순한 금적전 보상을 위한 결정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러한 경우 소비자에게 지금의 선택보다 더 나은 대안이 발생할 경우 소비자는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로 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

  그러므로 당신은 기술적으로 고객을 Lock-in 시키는 것도 고민해야 하지만 보다 강력하게 이탈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사실 마케터로서 로열티 높은 고객을 확보하는 것만큼 짜릿하고 의미 있는 일도 없다. 게다가 마케터의 소명의식과 별개로 매년 마케팅 예산은 뻔한데 반해 회사에서 요구하는 매출 성장과 같은 ‘결과에 대한 압박’은 점점 늘어가는 직업적 현실에서 열성적인 팬을 만드는 일은 마케터에겐 언제나 1순위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소비자가 우리에게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우리가 던지는 이야기에 푹 빠져 끊임없는 사랑과 관심을 보낼 수 있게 될까? 

     

  가장 어렵지만 강력한 방법이 바로 고객의 머리가 아닌 마음을 훔치는 것이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당신이 먼저 선택해야 할 이유를 떠먹여 주는 것이 아니라 고객 스스로가 당신을 찾을 이유를 만들 수 있도록 판을 깔아야 한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마케팅 심리현상이 하나 있다. 18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드니 디드로의 이름에서 유래된 디드로 효과(Diderot effect)가 바로 그것이다. 인류학자 그랜트 맥크래켄가 자신의 저서인 <문화와 소비>에서 디드로 통일성(Diderot unity)이란 표현을 쓰면서 알려지게 됐다. 디드로는 자신의 친구가 선물해 준 빨간 가운이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그 가운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보니 가운을 입고 생활하는 공간의 가구과 빨간 가운의 조화를 맞추기 위해 빨강 계열의 가구로 바꿔나간 것이다. 후에 그는 자신의 이러한 경험을 에세이를 통해 설명을 했고, 그 이후 하나의 물건을 구입한 후 그 물건과 어울리는 다른 제품들을 계속 구매하는 현상을 디드로 효과라고 부르고 있다.

 

  우리가 일상에게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디드로 효과의 사례로 럭셔리 브랜드의 가방을 구매한 사람이 해당 브랜드의 지갑이나 키링을 구매하는 경우가 되겠다. 또 요즘 핫플레이스마다 볼 수 있는 '라인 프렌즈'나 '카카오 프렌즈' 같은 캐릭터를 활용한 굿즈샵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라인 프렌즈의 '브라운'이 그려진 스마트폰 케이스를 쓰고, 브라운 볼펜과 노트를 가방에 꼭 넣고 다니며, 침대 머리맡에는 브라운 무드등이 비치되어 있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비가 오면 그는 브라운이 그려진 파란 우산을 들고 나온다. 그들의 인스타그램은 브라운으로 넘쳐 흐르고 있다.

  위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디드로 효과는 물건의 기능보다 미학적인 연관성이 높은 제품에 대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일어난다. 특히나 자신이 소비하는 해당 제품이나 브랜드가 자신의 강력한 기호가 반영되어 있거나 자신의 정체성을 강화시킨다고 판단됐을 경우 더 강력하게 나타나게 된다. 쉽게 말해 브랜드 소비를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사실 디드로 효과는 불필요한 재화에 대한 지나친 욕심을 불러 일으켜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브랜드에 대해 지속적인 구매를 이어가고 있다. (어쩌면 그들도 머리로는 이러한 문제점을 알고 있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이를 멈출 수가 없는 것은 이러한 행위가 이미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개념을 넘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나타내주거나 어떤 가치관을 지닌 사람인지 대신 말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자신과 브랜드를 일치시키려고 하는 소비자의 적극적인 노력이 반영된 결과이다. 결국 이를 통해 브랜드는 충성도 높은 소비자를 구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를 가장 강력하게 실행하고 있는 기업이 바로 애플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애플워치, 맥북 등 자사의 제품들의 기능적 통합을 통해 뛰어난 생산성과 편리성을 확보해서 사람들을 Rock-in 시키고,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애플이라는 브랜드를 소비하고 소유하는 사람들이 가지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함으로써 강력한 브랜드 로열티를 구축하게 된다. 팬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앱등이’는 있지만 ‘갤등이’나 ‘갤빠’라는 단어가 없는 것이 바로 이러한 차이를 보여준다. 

  이제 락인 효과와 디드로 효과를 바탕으로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해졌다. 앞서 살펴본 대로 고객의 이성을 설득시킬 수 있는 혜택을 꾸준히 개발하고,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고객 스스로 당신의 브랜드를 선택할 이유를 만들고 그 선택의 합리성을 강화하게 만드는 구조를 짜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고객이 자신과 당신의 브랜드를 일치시키려는 자발적 노력을 하게끔 만들어 그들을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 만든다면 그들은 당신보다 더 적극적으로 당신의 브랜드를 소비하고 탐험하고 가끔은 보호도 해줄 것이다.


Lock-in effect & Diderot eff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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