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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메시지를 쓸 때마다 하는 고민

#1 서평원 리브랜딩 스토리

by 신영웅

요즘은 '업계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공공 영역에서 브랜드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확실히 일반 기업과 공공기관은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에 고민의 출발점도 다르다. 그러나 어려운 건 출발점은 다른데 도착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비교해 보면서 프로젝트의 과정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 업계 출신: 돈, 돈 거리는 세속적인 것들ㅋ


이번에 브랜드 리뉴얼을 맡은 대상은 서울시의 평생교육 관련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이하 서평원)'이다. 요즘 핫한 분야이기도 한 평생교육(lifelong education). 낯설지만 막상 살펴보면 늘 우리 곁에 있었던 그 '평생교육'이란 주제를 가지고 리브랜딩을 진행했다. (자신의 관심사가 평생교육과 무관하더라도 브랜딩의 과정이 궁금하다면 브랜드 노동자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글이니 편하게 읽어도 좋을 것이다.)



공공에서 브랜드를 기획하다 보면 가장 넘기 힘든 벽은 사실 예산도 인력도 아닌, 브랜드 메시지(brand message)가 되는 경우가 많다. 예산과 인력은 어딜가나 늘 부족하기에 이건 변수가 아닌 상수... 기업의 커뮤니케이션과는 다르게 공공기관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타깃은 모든 시민이기 때문이다. 무슨 소리인고 하니, 물론 기업도 해당 기업의 사업 분야나 규모, 단계 등에 따라 모든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프로젝트마다 분명 코어 타깃이란 게 존재한다. 그러나 공공은 대부분의 사업이 시작하는 순간부터 코어 타깃은 모든 시민이 된다. '소외된 자가 없게 하라'는 성역과도 같은 코멘트가 기관 담당자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더 이상 입을 댈 수 없게 된다.


모든 사람이 타깃이라... 울고 싶은 순간이다. 이 말을 브랜드 노동자의 언어로 재해석을 하면 남녀노소, 학력 수준, 경제적 수준, 지식 수준, 가치관, 종교관 등등을 초월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동시에 사랑받을 수 있는 메시지를 찾아야 한다는 말이 된다. 마치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다. 존재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 보면 존재하지 않는 걸 만들어 내야 한다. 신의 영역이다. Let there be light을 외치고 싶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실제 공공에서 만들어지는 카피나 슬로건들은 애매하고 모호한 말들로 붕붕 떠다니게 된다.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모두에게 와닿지 못한 경우가 꽤 많이 발생하는 것이다. (조금 편들어 주고 싶은 마음을 보태) 부서에서 직접 하든, 에이전시에서 하든 실무자의 노력이나 크리에이티브와는 조금 별개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공공은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이런 압박이 있다보니 공공 브랜드 메시지는 '쉽게' 써야 한다는 강박을 가진다. 영어보다는 한글로 해야 하고, 어려운 단어보다는 쉬운 단어로 한 눈에 봤을 때 이해되고 기억에 남고 기분도 좋고... 후우... 이쯤되면 욕이 안 나올 수 없다. 이런 점이 '좋은 것보다는 문제가 없는 메시지'가 만들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과연 '쉬워야' 하는 것은 정말 브랜드 메시지일까? 메시지가 생각나지 않아서 괜히 핑계를 대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한참을 반문했지만 이 핑계 아닌 핑계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를 안내했다.


정말 쉬워야 하는 것은 첫인상이라고도 할 수 있는 메시지가 아니라, 어쩌면 메시지 노출 이후 사람들이 하게 되는 브랜드 경험(brand experience)이 아닐까? 어떤 정책이나 프로그램에 노출이 된 후 관여도(involvement)가 상승한 사람이 이에 관한 더 세부적인 사항을 보거나, 신청 또는 참여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쉽고 편리하게 만드는 것이 더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말뿐인 프로젝트가 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여기서 브랜드 메시지의 역할은 브랜드의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타깃의 관여도를 올리기 위한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떤가?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들의 참여 프로세스는 매우 복잡하고 어렵다. 접속이 안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공공이 만든 웹페이지를 경험해 본 이라면 다들 공감할 것이다. 어디에 뭐가 있는지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찾아도 막상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 경우를 자주 접했을 것이다. 뭔가 잘못된 거 같지 않은가?


메시지는 매력적이고 경험은 쉬워야 사람들의 만족감이 높아진다는 데에는 대체로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와는 반대로 메시지는 쉬운데 경험이 어려운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신통치 않은 성과는 또 '홍보 담당자'의 책임으로 전가되는 경우도 있다. 본인들도 자신의 부족함을 탓한다. (공공에서 홍보 역할을 하는 이들은 사실상 직급이 낮은 경우가 많다.) 그리고 많은 경우 이를 직접 실행한 에이전시의 무능함으로 귀결되는 경우도 많다.


경험상 모든 사람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고 해서 브랜드에 대한 외부 커뮤니케이션을 ‘쉽게’ 해야한다는 강박으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매력없이 평이하게 가져갈 필요는 없다. 대신 사람들이 서비스를 경험하는 과정을 면밀히 파악하고 이를 '쉽고 편안하게' 구조화 해야 한다. 메시지로 풀 문제는 아니란 이야기다. (이는 추후 UX나 BX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셀프 침뱉기긴 하지만 우리가 자주 보여주는 아쉬움이 바로 이 부분이다. 커뮤니케이션과 경험을 혼동한다. 그러나 이는 철저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커뮤니케이션을 매력적으로 이끌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시키고 이를 통해 사람들이 스스로 능동적으로 찾아보게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리는 사람들에게 쾌적하고 편리함을 제공해야 한다. 찾아오는 과정,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쉽고 편리함을 제공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좋은 성과를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벽을 만났을 때는 그 벽을 한번 뒤집어 볼 때 길이 열리기도 한다. 메시지는 쉽고, 경험은 어렵다? 그러면 이걸 한번 비틀어 보자!


메시지는 어렵게 경험은 쉽게? 뭔가 이상하다. 이걸 조금 다듬어 본다면, 메시지는 눈에 띄게(인상적이게), 그리고 경험은 편리하게!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눈에 띄게(인상적이게)'하는 방식 중 하나로 생각한 것이 바로 낯선 것을 보여주면 어떨까 였다. 사람들은 낯선 것을 접할 때 그냥 무시할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선 더 높은 인지적 노력을 할 때가 있다. 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계속)




서평원의 브랜드 스토리가 미리 궁금한 사람을 페이지. 이곳에 가시면 요약된 브랜드 스토리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mile.seoul.kr/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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