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클라이언트가 되는 법
클라이언트와 에이전시는 협업을 하는 관계다. 그러나 클라이언트쪽에서 일하다보면 가끔 대감님을 접한다. 나이나 직급과는 무관하게.
그런 분들께 조심스럽게 설명드린다.
"일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게 아니라 왼쪽(또는 오른쪽)에서 오른쪽(또는 왼쪽)으로 흐르는 거라고 생각해요. 프로세스 상 먼저 시작하는 것일 뿐이죠."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보이면,
"님의 머릿속에 있는 기획, 어쩌면 노트의 낙서로 끝나고 말지도 모를 그 아이디어를 전문성을 가진 분들이 직접 구현해주는 것이기에 님이 더 열심히 준비해야 좋은 결과물이 나와요. 그분들이 못해서일 경우는 많지 않죠. 근데 그분들이 못한다? 그것도 님 탓이에요. 님이 선정을 제대로 못했으니까요."
그러면 뭘 열심히 해야 하냐고 묻는다. 이쯤 오면 성공이다. 기다렸다는 듯이 랩핑을 한다.
"제가 일 잘하는 분들 보니까 그분들은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최대한 자세하게 꺼내보여줘요. 그것이 레퍼런스가 됐든 상세한 기획서가 됐든 자세하지만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결과물을 가지고 미팅을 해요. 그런데 반대로 그렇지 못한 분들은 자꾸 에이전시분들에게 자기 머릿속에 들어오라고 강요해요. 설명도 못해주면서 자꾸 아니라고, 왜 말귀를 못 알아듣냐고 하세요. 서로 답답하겠죠? 느낌적인 느낌으로 일하면 같이 망하게 돼요."
그러고 돌아섰더니, 괜히 또 꼰대짓한 거 같아 마음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