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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은 해외사업팀이지만 업무 중 하나는 소프트웨어 PM이다. '소프트웨어 PM'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을 하자면, 개발팀에서 만든 소프트웨어가 매뉴얼대로 정상 작동을 하는지 확인하는 역할이다. PM은 Product Manager의 줄임말로 말 그대로 제품 관리다. 모든 기능에 대해서 세세히 알고 있어야 하며 버그(문제점)가 있는지 하나하나 살펴봐야 한다. 일명 버그테스트(벌레잡기)라고 하는데, 제대로 테스트를 하기 위해서는 예상할 수 있는 수많은 환경에서 해봐야 하기에 집요함이 필요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테스터의 수와 질이 높을수록 퀄리티 높은 제품이 탄생한다. 다음은 정리(버그 리포트)다. 버그를 찾았을 때 어떤 환경에서 나타나는지, 어떤 현상이 벌어지는지를 잘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발자는 그 리포트를 바탕으로 문제점을 찾아 수정을 한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PM'은 소비자와 개발자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소프트웨어 PM이 되기 위한 자격조건은 딱히 없다. 다만 관리자 이상이 되기 위해선 권장할 만한 조건은 있다. 소비자와 개발자 양쪽 입장에서 제품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겠다. A라는 소프트웨어를 테스트하기 위해서 아르바이트 10여 명을 고용하여 메뉴별로 영역을 할당해주고 여러 환경에서 테스트를 한 후 리포트를 작성하도록 지시를 한다. 그들은 기능의 결과만을 바라보기에 소비자 입장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이렇게 모인 리포트를 그대로 정리해서 개발팀에 넘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개발팀에서는 왜 그런 현상이 벌어지는지 다시 한번 테스트를 해야 하고, 그 후 원인을 찾고, 다른 기능과의 연관성도 있기에 어떻게 수정 또는 개선을 해야 하는지 고민을 한다. 이는 상당히 비 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이다. PM팀 관리자는 취합한 리포트를 개발팀에 넘기기 전에 분석을 해야 한다. 관련성이 있는 문제를 하나로 모으고, 왜 그런 현상이 벌어지는지 개발자 입장에서 코멘트를 해주어야 한다. 또한 어떤 식으로 개선을 하면 소비자 입장에서 좋다는 의견도 함께 반영을 해준다. 이렇게 정리된 리포트가 개발팀에 넘어가면 시간적으로도 단축이 되고 결과물도 만족스럽게 나온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PM 관리자는 개발을 아는 엔지니어 배경이 있으면 좋다. 하나 더 추가적으로 말하고 싶다. 소프트웨어 선진국의 경우, PM팀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 애플 제품이 소비자에게 인기가 좋은 이유는 하나다. 기대 이상의 기능을 오류 없이 경험하기 때문이다. 만약 오류가 자꾸 나타나고 배터리가 쉽게 뜨거워지거나 빨리 소모되고, 기능 사용 중에 먹통이 된다면 어떻겠는가. 회사 입장에서는 PM팀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많은 인원을 고용하여 최대한 있는 수 있는 모든 환경에서 테스트를 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 한국 벤처기업은 '소프트웨어 PM'에 대한 성숙한 인식이 약했으며 인건비 등의 이유로 이 부분이 선진국에 비해 소홀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강국이 되지 못한 이유도 있지 않나 싶다.
해외사업 팀원으로써 본연의 업무도 많다. 한글이 바탕으로 되어 있는 제품을 완벽히 현지화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내부에 포함된 메뉴나 경고 또는 에러 등의 단어와 문장을 영어 및 일본어로 바꾸어야 한다. 또한 책자로 인쇄가 되는 매뉴얼도 현지화를 해야 하며 제품 박스나 보증서 등 모든 것을 바꾸어야 한다. 회사 차원에서 해외 시장 공략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었기에 중국어(간체, 번체)와 심지어 중동 국가를 위한 아랍어 버전도 진행한다. 말 그대로 해야 할 일이 태산인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시에 퇴근 없이 회사에서 제공하는 저녁을 먹고 야근을 한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두들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고 있으며 혹시라도 일찍 퇴근을 하려면 엄청난 눈치와 압박이 온다.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 두 가지 예를 들자면, 명절에도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으며 내가 주선하여 커플이 된 지인의 결혼식에도 못 가게 되었다. 정말 화가 날 때가 많았지만 회사와 일을 너무 사랑했기에 혹여 미운털이 박혀 잘리지 않을까 우려에 싫은 내색도 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야근 수당을 주는 것도 아니다. 지금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 당시에는 요즘 말로 '열정 페이'가 만연해 있었다. 한두 시간 야근이 아니고 막차 시간까지 꽉꽉 채운다. 다들 마음속에는 불만이 있지만 전우애 비슷한 분위기로 서로를 위로하며 그렇게 그렇게 개인 시간을 헌납한다. 지금 우리 회사 직원들은 6시 땡 하면 퇴근이다. 혹여라도 1시간 연장을 부탁할 일이 있더라도 정확히 야근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물론 그 조차도 직원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이것이 정상이라고 본다. 공사를 구분 못하는 회사는 오래갈 수 없음을 많이 보았기에 처음부터 회사 규정 세팅을 확실하게 하고 그 안에서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새로이 사업을 시작하는, 또는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스타트업 사장님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직원에게 가족처럼 될 것을 강요하지 않기를 바란다. 흔히 착각을 한다. 내가 직원들을 가족처럼 잘 대해주면 그들도 나와 회사를 본인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현실은 동화책 속의 아름다운 이야기와는 다르다. 직원도 사람이고 가족이 있고 꿈이 있다. 우선은 그들의 객관성에 대해 존중을 해 주어야 한다. 회사와 직원은 계약 관계로 이어지게 되고 그 약속을 서로 잘 지켜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시스템에 의해 관리되고 평가되어야 한다. 그 이상을 요구하는 대표는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자살행위다. 물론 본인은 본인의 회사와 꿈이기에 개인 시간을 엄청 쏟아부어야 하지만 계약 관계의 직원에게까지 그럴 필요성이 있는 사업이라면 다시 한번 근본적, 구조적 문제가 없는지 심도 있게 생각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