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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콤한새우깡 Apr 26. 2021

똥 참기 힘든 날? 똥싸기 힘든 날?

똥 싸기 힘든 날 - 이송현

 여태껏 살면서 화장실이 가장 급했던 경험은 5년 전 여름 하와이 여행 중이었다. 관광버스에 여행객을 가득 태우고 한참을 달려 작은 항구에 도착하면 여행객들은 작은 보트로 갈아타고 바닷속을 구경한 후 맛있는 햄버거를 먹으며 배 근처로 오는 돌고래를 구경하는 투어를 하는 날, 세상 가장 참기 힘든 경험을 했다. 즐겁게 돌고래 구경까지 다 마친 후 돌고래 생각에 빠져 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오기 전 미리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을 깜박 잊었다. 배에서 신나게 콜라도 마시고 바닷속 구경을 하며 신나게 바닷물도 마셔 물배로 가득 찬 나는 호텔로 돌아오는 길이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이었다. 그날 버스에서 본 하늘은 정말 노란색이었다. 결국 내가 머물던 호텔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화장실만 다녀올게요. 나는 여기 호텔 투숙객이 아니에요" 라며 손짓, 발짓, 짧은 영어를 하고 버스가 도착한 첫 번째 호텔 화장실에서 무사히 볼일을 해결했다.


 [똥 싸기 힘든 날]은 구모해와 권 슬찬이 겪는 휴게소 화장실 이야기다. 모해는 개학을 일주일 앞둔 10살 어린이고, 솔찬이는 이제 막 운전면허를 딴 20살 초보운전자다. 슬찬이 형이 면허를 따자 마자 부산에 있는 할아버지 댁에 가는 첫 장거리 운전 동승자로 사촌동생 모해를 선택한다.  말동무도 해주고 형의 휠체어도 들어주라며 허락해준 이모와 이모부, 엄마, 아빠가 야속하다.

드디어 모해가 슬찬이 형과 부산으로 가는 날 형과 '똥 멍청이 사건' 즉, 이모가 형을 병신으로 부른 감동적인? 이야기를 하며 고속도로로 달린다. 그런데 사건은 휴게소에서 만난 아저씨가 형이 멋지다며 먹거리를 잔뜩 사주면서 발생했다. 배부르게 간식을 잔뜩 먹은 형이 똥이 싸고 싶어 진 것이다. 똥 싸는데 장애인 비장애인이 어딨냐며 화를 내는 할아버지가 장애인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그냥 출발하고 두 번째 도착한 계단 꼭대기에 있는 쉼터 화장실 사용마저도 실패하고 만다. 그사이 든든하게 먹은 탓인지 모해도 자꾸 똥이 마려운데 의리를 지키자니 혼자 똥 싸러 갈 수 도 없다. 부산까지 가려면 아직 한참 멀었는데 모해와 슬찬이는 똥 싸기가 정말 힘들다.


  기숙사에 살던 대학생 시절 한 번씩 집에 다녀오려면 고속버스를 4-5시간씩 타야만 했다. 가끔 버스시간에 딱 맞춰 도착한 날은 미리 용변을 해결하지 못해 휴게소만 기다리며 넓디넓은 고속버스 의자 끄트머리에 엉덩이만 걸치고 앉아 다리를 달달 떨었던 추억? 도 있지만 참기 힘든 날이지 싸기 힘든 날은 아니었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보통 그즈음 학교에서는 장애이해교육을 실시한다. 장애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날이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던 교사이던, 또 학교에 다니지 않는 어른이던, 장애인의 날 즈음에는 이 똥 책을 읽으면서 진짜 장애인의 어려움을 이해해보는 것을 어떨까? 꽃이 예쁘게 피는 이런 아름다운 날에 무슨 똥 책이냐 하겠지만, 똥 싸는 데 눈물이 나며 마음을 아름답게 물드는 책은 정말 이 책이 유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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