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사색
2025년 2월 2일, 오픈 AI는 새로운 AI 도구 딥리서치(Deep Research)를 발표했다. 최근 회사에서 새로운 카테고리의 시장조사를 기획하고 있던 나에게, 이 소식은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직접적인 충격으로 다가왔다. 출퇴근길,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내가 하는 일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나는 정말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직장인으로서, 그리고 지식노동자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늘 변화의 흐름 속에 놓여 있는 것과 같다. 우리는 데이터를 찾고, 분석하고, 보고서를 만들고, 회의를 하며 의사결정을 돕는다. 과거에는 이런 일들이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영역이었다. 하지만 이제, AI가 그 일을 더 빠르고, 더 정확하게 해내고 있다.
이제 AI는 단순히 정보를 정리해 주는 수준을 넘어섰다. 딥리서치는 방대한 데이터를 스스로 탐색하고 분석하며, 새로운 인사이트까지 제시한다. 리서치는 더 이상 시간과 노력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에는,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수십 개의 자료를 직접 찾아 읽고, 핵심 내용을 정리해야 했다. 데이터를 해석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이제는, AI가 빠르게 관련 자료를 분석하고, 가장 중요한 내용을 요약한다. 방대한 데이터를 크로스 체크하여, 인간이 발견하지 못했던 패턴까지 찾아낸다. 심지어 AI는 우리의 질문에 맞춰 가설을 세우고, 전략까지 추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이제 직장인인 우리는 새로운 질문을 던져야 한다. "AI가 내 일을 대신할 수 있다면, 나는 어떤 가치를 만들어야 할까?"
딥리서치는 단순히 리서치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직장인의 사고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우리는 단순한 분석가에서 의미를 찾는 사람으로 변해야 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해석하는 능력이다. AI는 숫자를 분석할 수 있지만, 숫자가 의미하는 바를 해석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AI는 과거의 패턴을 찾아주지만, 미래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인간의 역할이다. AI는 빠르고 정확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를 만들지는 못한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정보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통해 더 깊이 있는 사고를 하는 직장인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 대부분이 그렇게 훈련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딥리서치가 강력해질수록, 지식노동자는 더 깊은 충격을 받게 된다. 우리가 쌓아온 경험과 지식이 단 몇 초 만에 AI가 더 정교하게 분석해 낸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가치를 가질 수 있을까?
"지식노동자의 종말." 이 말은 직장인에게 불안을 안겨준다. 하지만 이것이 완전한 소멸이 아니라 진화의 과정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단순한 정보 전달자가 아니라, 맥락을 이해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AI가 해석한 데이터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결국, 우리는 AI를 활용하는 직장인이 되어야 한다. AI가 할 수 없는 영역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고,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을 고민해야 한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더 먼 미래의 직장인, 나아가 인간의 노동이 어떻게 변할지는 감히 상상하기가 무섭다. 딥리서치가 가져온 충격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직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변화를 받아들이는 일의 연속이다. AI는 우리의 일터를 바꾸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우리의 존재 의미를 없애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이제 우리는 AI 시대의 직장인으로 살아가야 한다. 현재의 변곡점 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지식노동자의 종말은 당장이 아닐거라 생각하지만, 하지만 다가올 눈앞의 미래이기에 나를 포함한 우리는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직장인의 시작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