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사색
팟캐스트를 듣기 시작한 지는 몇 년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스포티파이에서 트렌디한 음악을 듣고, 유튜브에서 영상을 소비하는 게 익숙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라디오를 듣기 시작했다. 독일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서 영어를 거의 쓰지 않게 되자, 영어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라디오라도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영어 뉴스나 영어 프로그램을 찾아 듣다가 결국 정착한 게 101.3 eFM. 특히 퇴근길에 듣는 The Scoop 프로그램을 좋아해서 전화 연결을 하기도 했었다. (그 방송을 다시 찾아보려 했지만 실패...)
그렇게 라디오를 듣던 습관이 자연스럽게 팟캐스트로 이어졌다. 눈으로 보는 콘텐츠에서 벗어나 귀로 듣는 콘텐츠에 점점 익숙해지면서, 팟캐스트가 주는 자유로움을 즐기게 되었다. 창밖을 바라보며 들을 수 있고, 걸으면서도,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집중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오히려 듣는 행위가 더 몰입감을 주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귀를 통해 다양한 것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하지만, 눈앞의 현재까지도 따라가고 있는 기분. 지금도 여전히 출퇴근길에 팟캐스트를 듣는다. 특히 손경제 프로그램을 좋아해서, 이른 아침 방송을 팟캐스트로 다시 듣곤 한다. BBC에서 제공하는 영어 학습 프로그램들도 자주 듣는데, 짧고 간결하게 구성되어 있어 부담 없이 듣기 좋다. 때로는 독일이 그리울 때, 이해가 되지 않아도 그냥 독일어 프로그램을 틀어놓고 듣기도 한다(잠이 스르륵 든 적도 있다 ㅎㅎ)
문득 "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가사가 떠오른다. 콘텐츠는 텍스트에서 이미지, 그리고 비디오로 흘러왔지만, 다시 텍스트를 소비하고 텍스트 기반의 음성을 듣는 시대가 되었다. 컨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다양해지고 그 포맷이 무엇이든 결국 모두가 이야기를 찾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각각의 장단점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비디오는 즉각적이고 강렬한 정보를 주지만, 텍스트와 음성 콘텐츠는 더 깊이 있고 몰입적인 경험을 제공한다고 느껴진다. 무엇보다도 개인의 리듬대로 소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강력한 힘을 가진다. 영상을 볼 때는 화면을 응시해야 하지만, 텍스트는 읽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고, 음성 콘텐츠는 이동하면서도 들을 수 있다. 텍스트와 음성은 비디오와 비교해서 시각적인 부분이 완벽하지 않다. 그렇기에 내 상상을 더하는 즐거움도 추구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팟캐스트가 가장 많이 소비되는 플랫폼이 애플 팟캐스트도, 스포티파이도 아닌 유튜브라고 한다. 음성 중심의 콘텐츠에 시각적인 부분을 추가 생성하여 영상으로 제작되어 다시 화면 속으로 들어가는 흐름. 결국, 우리는 듣고 있지만 보고 있고, 보고 있지만 듣고 있는 셈이다. 물론 나도 유튜브 영상을 자주 본다. 하지만 가끔은 소리에 집중하는 경험도 괜찮지 않을까? 특히 운전을 하시는 분이라면 더더욱 팟캐스트를 추천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