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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고양이를 버리다'

책을 읽고 드는 생각들

by moonworks
그의 어린시절의 모습일까?

넥서스라는 책이 어려웠는지, 두껍고 어려운 책보다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을 골랐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책으로 처음 접했다. 나에게는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이 더 친근한 학창 시절이었다. 왜 이 책을 읽게 되었는지에 대한 배경은 단순하다. 당시에도 무라카미 하루키와 ‘상실의 시대’라는 책은 너무도 유명했고, 자연스레 책장에 있던 책을 집어 들었을 뿐이었다.


이후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에 대한 관심, 그리고 일본 문학에 대한 흥미로 여러 일본 소설을 읽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은 가볍지만은 않은 진중함이 있었고, 그래서 작가의 신작이 나올 때면 관심을 두고 읽고자 했던 것 같다. '고양이를 버리다'라는 책의 부제는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다. 나는 ‘아버지’라는 단어가 들어간 부제가 더 끌렸고, 올해 첫 책이었던 넥서스의 영향이었을까? 두께가 얇고 가벼운 책의 모양에도 더 끌려 읽기 시작했다. 책은 매우 짧았고 부드럽게 읽히는 내용이라 금방 완독 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신의 아버지를 기억하며 담담하게 적어 내려간 에세이다.


책의 도입부는 고양이를 버리고 돌아온 이야기로 시작된다. 어린 시절, 작가는 아버지와 함께 고양이를 바다 근처에 버렸지만,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 고양이가 이미 먼저 와 있었다. 이 작은 사건은 작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을 것이다. 그의 아버지는 처음에는 놀라워하다가 이내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는 작가의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어린 시절의 아버지는 엄격하면서도 자상한 모습이 공존하는 존재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작가와 아버지의 관계는 점점 멀어졌다. 아버지가 일본군으로 참전했던 경험, 종교적인 신념, 그리고 세대 간의 간극이 그들을 더욱 갈라놓았다. 하루키는 아버지의 과거를 이해하려 노력하면서도, 그 거리를 완전히 좁히지 못했던 씁쓸함을 내비친다. 그러나 그는 결국 아버지와의 관계를 글로써 다시 기억하고 정리하며, 남기고자 했다.


책은 가볍지만 내용은 깊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진지한 말투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담담하게 풀어내며, 그 감정이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따뜻한 일러스트가 분위기를 더해주며,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책이다. 나도 아버지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강렬한 이미지 하나가 있다. 나와 아버지만의 기억. 책을 덮으며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신의 아버지를 글로 남긴 것처럼, 나도 아버지에 대한 글을 언젠가는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기억에 존재하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남기고, 그 이야기를 나의 아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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