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션에서 막내 생활을 할 때였다. 그때도 8월이었다. 사수가 소주를 사주고, 선배 누나가 나보다도 못쓰는 손글씨로 생일카드를 써줬던 기억이 나는 것을 보니 아마도 내 생일이 끼어있던 주말이었다. 지방에서의 밤샘 촬영이었던 터라 사수는 복귀하자마자 사우나에 갔고, 선배 누나는 자리에서 뻗었고, 나는 연출부 짐을 한편에 쏟아놓고 반쯤 녹초가 된 몸으로 테라스로 터덜터덜 걸어나가 벤치에 누워버렸다. 그 딱딱하던 나무벤치가 어찌나 편안하던지 꽤나 뜨거운 8월의 햇살이었지만 바람이 솔찬히 불어주는 것이 나쁘지가 않았다. 그럼에도 눈이 부셔 가만히 눈을 감고는 입에 담배를 물고 '치-익'하는 불붙는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라이터를 다시 주머니로 넣고 손도 주머니에 꼽은 채 입만 뻐끔거리던 오후의 기억. 다시 눈을 떴을 때, 사수와 내가, 선배와 내가 콘티 만드느라 수백, 수천번도 더 봤던 정말 뻔한 한 컷이 눈에 걸렸는데 이름 모를 나무들의 녹색 이파리들이 적당한 바람에 나부끼고, 그 사이사이로 햇살의 파장이 정말 '적당하게' 쏟아져 들어오던 그런 이미지였다. 그게 눈에 익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미처 느끼진 못했지만 정말 좋았던 건지 해마다 8월이 찾아오면 그 이미지가 떠오르고 꼭 그와 닮은 사진이나 영상을 찍게 된다.
비단, 눈에 걸리던 그 모습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때의 마음이, 그때의 사람들이, 그때의 시간이, 그때의 햇살이, 그때의 바람이, 그때의 습기와 온도가, 그 모든 것들이 나에겐 특별했던 것일테다. 한 번씩 생각이 나는데, 그립다고 표현해야 할지 단지 추억의 한 장면이라 해야 할지 무언가 감정을 깊숙이 밀어 넣긴 싫고, 겉에 살짝 붓질만 하고 싶은 느낌이라 해야 할까.
어쨌든, 그 여름의 이미지 그대로 올 해도 8월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