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껴두고 싶은 것.

by 팔월



'마지막 날'이라는 말은 무언가 힘을 빠지게 하는 한편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마지막 날'이 있으니 분명 '새로운 날'도 있을 테니까.

책상 위의 달력을 넘겨야 하는 날인데, 달력을 집어 들었다가 이내 다시 내려놓았다.

오늘은 '새로운 날'이지만 금요일 이므로 새 날이 주는 신선함과 설렘은 미뤄두기로 했다.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로 말이다.

별 것도 아닌데 아껴두고, 미뤄두고 싶은 것들이 있다.

어린 시절엔 돈가스나 비엔나소시지같은 도시락 반찬들이 그랬고,

지금은 좋아하는 영화나 책, 음악들이 그러하다.


요즘 나의 관심사는 '사람'이다.

혼자 꽤 오랜 시간을 지내다 보니 주변에서 괜찮은 사람들을 추천해주며 만나보라 하기도 하고,

나 자신도 이제는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한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 좋으냐는 질문엔 선뜻 '이런 사람'이라 말하기가 쉽지 않았다.

머릿속으론 이상적인 이미지가 있는데, 그것을 말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가 어려웠다.

오늘, 달력을 넘기려다 말았던 일련의 일로 일정 부분 정리가 된 듯하다.

강렬함은 없어 화려해 보이지는 않아도,

소박함 자체도 아름다워 보이는 사람.


요즘의 나는 그런 만남을 아껴두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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