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빨래를 널었어야 했다.

by 팔월


처음엔 마른장마일 것이라 했다.

그러다 폭우가 쏟아졌고, 이내 장마가 길 것이라 했다. 유독 습한 장마라고도 했다. 그리고 이번 주는 내내 흐리고 비가 올 것이라 했다.

비가 오는 날을 좋아하지만 장마는 달갑지 않아한다. 빨래가 잘 안 마르기 때문이다. '빨래 건조기'라는 제품도 만들어지고 꽤나 좋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만, 아직 이 집에는 들일 계획이 없으므로 이렇게 장마가 길어질 때면 빨래가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되고야 만다.

참다 참다 어젯밤에 밀린 빨래를 돌렸다. 빨래만 하고 건조는 근처 세탁방에 가서 할 생각이었는데 헹굼과 탈수까지 다 해놓고 나니 새벽이었고 소파에 누워 통화를 하고는 빨래를 널까 하다 어차피 내일 비가 올터이니 저녁에 와서 다시 헹굼과 탈수를 반복하고 세탁방에 가서 말려야겠다는 합리화로 잠을 청했다. 아침에 일어나 창 사이로 해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속으로 '설마.'라는 생각을 했다. 출근길에 받은 폭염경보 재난문자에도 '에이, 설마.'라고 생각을 했다.

하루가 저물어가는 지금에서야 생각한다. 역시나 어젯밤에 빨래를 널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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