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되지 않은 것, 유일한 것
어 있잖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데
그 말이 잘 안 돼
그 말이 잘 안 되다보니까
그 말이 뭐였는지 모르겠는 거야
분명히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그러다 보니까
내가 나를 잘 모르게 됐어
그래서 하고 싶었던 말도
그러니까 없어진 건지도 모를 그 말도
하기 싫은 말이 됐지
그런 마음이었어
반 년의 시간이 지나고
논문을 막 쓰기 시작했을 때
왜 있잖아
문제가 뭐였을까,
묻다가 문제라는 그 말조차 지겨운 사람처럼
달 밝은 밤에 혼자 산책을 하다가
무언가 흐느끼고 있었지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이렇게 말하고 있었어
나는 이렇게 밝고 개운한 사람인데
나는 내가 그런 사람이란 걸 차라리 몰랐으면 싶지만
너무나도 잘 아는 사람인 걸 매 순간
세상이 더없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잊을 수 없는 사람인 걸
그런 거야 잊을 수 없는 그걸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게 되는 것
그런 못된 짓
나를 생각해 달려와준 사람에게
역정을 부리며
그 사람이 가면
그런 자신을 철저히 후회하는 것
후회할 걸 알면서도 더 힘차게 그랬던 것
그렇게 해서라도 끝이 있다는 사실을 믿게 되길 바라며
유일해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