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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수 Sep 19. 2021

시간에 끝이 있다면

고정되지 않은 것, 유일한 것

어 있잖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데

그 말이 잘 안 돼


그 말이 잘 안 되다보니까

그 말이 뭐였는지 모르겠는 거야


분명히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그러다 보니까

내가 나를 잘 모르게 됐어

그래서 하고 싶었던 말도

그러니까 없어진 건지도 모를 그 말도

하기 싫은 말이 됐지


그런 마음이었어

반 년의 시간이 지나고

논문을 막 쓰기 시작했을 때


왜 있잖아

문제가 뭐였을까, 

묻다가 문제라는 그 말조차 지겨운 사람처럼


달 밝은 밤에 혼자 산책을 하다가

무언가 흐느끼고 있었지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이렇게 말하고 있었어 


나는 이렇게 밝고 개운한 사람인데

나는 내가 그런 사람이란 걸 차라리 몰랐으면 싶지만

너무나도 잘 아는 사람인 걸 매 순간

세상이 더없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잊을 수 없는 사람인 걸 


그런 거야 잊을 수 없는 그걸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게 되는 것

그런 못된 짓


나를 생각해 달려와준 사람에게

역정을 부리며

그 사람이 가면

그런 자신을 철저히 후회하는 것

후회할 걸 알면서도 더 힘차게 그랬던 것

그렇게 해서라도 끝이 있다는 사실을 믿게 되길 바라며


유일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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