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디자이너로 살기-Prologue
나는 호주에 살고 있는 6년 차 그래픽 디자이너이다.
해외에서 디자이너로 살아보겠다며 호주로 무작정 날아왔던 것이, 벌써 6년 전의 일이다. 6년 전 나는 영어도 못했고, 포트폴리오도 없었고, 경력도 없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정말 아무것도 없이 맨땅에 헤딩하듯 시드니로 날아와서 반드시 디자이너로서 돈을 벌고 현지인들처럼 살아 보겠다고 다짐했지만, 그 과정 속에서 시행착오도 많았고 좌절도 많이 했다.
그런 과정들을 거쳐 지금의 나는 클라이언트의 끝없는 수정 요청과 마감기한을 목숨보다 소중히 여겨야 하는 그래픽 디자이너가 되었다. 여전히 배워야 할 것들이 많고, 디자이너로서 다음 스텝은 무엇인가,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디자인을 하면서 내가 마주해야 할 현실은 무엇인가에 대하여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5년 전에 내가 했던 고민들이 모여서 지금의 내가 된 것처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들이 앞으로 5년 뒤의 나를 만들어 줄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 글을 읽어내라고 있는 당신에게,
나 역시 많은 고민들에 사로잡혀 있을 때, 다른 이들의 글에서 출처 모를 응원과 동기부여를 받곤 했었다. 분야에 상관없이 사람들은 무언가 이뤄내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비슷한 곤경에 처한다. 하지만 그럴 때면 어쩐지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거나, '왜 나만?'이라는 생각이 들기 쉽다. 또 그 과정에서 생기는 '자기 비하'는 스스로를 갉아먹고 상처 내기 너무나도 좋은 소스이다.
그래서 해외에서 디자이너로 살면서 내가 마주하고 있는 고민들, 혹은 마주했던 고민들을 써 내려가 보려 한다. 실수투성이에 아무것도 없었던 시작부터, 현실적인 고민들과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길이 보이지 않던 과정까지 전부 써보려고 한다. 이 글이 당신에게 공감, 동기부여, 응원이 될 수 있다면, 나는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