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늘 나를 부끄럽게 만들던 사람들이 이제 옆에 안 보여요. 그렇게 볼 때마다 트집을 잡고 면박을 주더니 각자 자기 일로 바빠 종종 사라져 버렸네요. 내가 그렇게 거슬렸던가요 알 수 없는 일이에요 내가 돈을 달랬나요 뭘 달랬나요 그저 구경하고 바람 쉬려고 시장에 나가 앉았더니 무릎 나온 바지 입고 나왔다고 지적을 하더라고요
어제 깜짝 놀라고 아찔해지는 순간이 있었어 드리는 말씀이랍니다. 제가 남편에게 그러고 있었어요. 거의 남편의 모든 행동에 열심히 내 의견을 내고 있었어요. 아버지, 남편을 부끄럽게 하려 한 건 아니었어요 그저 조금만 이렇게 해주고 고치면 참 좋을 텐데 싶어 그랬지요.
그런데 그게 그거였어요.
가만히 두렵니다.
보아도 보이지 않은 듯
이상하게 들려도 이상하지 않은 듯
나의 치밀한 채집망에 그물을 오려내고
그를 통과시키는 거예요
그가 자유롭게 되고 나의 수고는 없어지고
잃은 거 없이 모두 살아나는
생명의 바다가 되게 말에요.
우리의 수고는 소리도 없이
사라질만한 것들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