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밥 17년 먹고 부동산에서 답을 찾다

내가 주식으로 돈을 못 번 이유

by 박상정

내가 사회 초년생시절 주변 어른들이나 선배들은 이렇게 말했다

주식쟁이 만나지 말라고.

주식바닥 깡통 안 차 본 놈 없다. 여의도 바닥에서 주식해서 돈 번 사람 없다 등등

주식쟁이와는 소개팅도 하지 말라했다.

겉은 번지르르하지만 계좌 떳떳하게 깔 수 있는 사람없다고


주식과 방송 그 사이 언저리 어딘가에서 밥먹고 산 17년.

나도 결국 그들과 다르지 않더라.

한국에 워런버핏 나기 쉽지 않더라.

내가 17년이나 작고 소중한 월급을 위해 회사에 몸담고 있는 이유도 이것과 다르지 않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읍고, 경제 방송 10년을 훌쩍 지나 1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코로나, 일본 대지진. 러우 전쟁, 김정일 사망 등 온갖 희로애락을 함께하다보니 자타공인 준전문가가 됐다.

그 사이 상 · 하한가 폭은 15에서 30%로 늘었고, 주식시장도 3시에서 3시 30분으로 늘어나는 등 많이도 변했다. 하루 6시간 30분 꼬박 본 날들이 쌓여서 계산을 해보니 150만 분을 봤더라.


그 시간은 수익으로 보답해줬을까?

아니다. 월급으로 위로해줬다.


내가 주식으로 돈을 못 번 이유. 굳이 핑계를 대보자면


첫번째, 대외적으로는 난 주식을 해선 안된다.

과거 경제방송사의 제작진과 출연진이 주가 조작으로 조사 받은 적이 있다. 물론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는 아니였다. 그 이후로도 청담 부자 이희진 사태 (나도 그와 같이 일했던 시절이 있다) 등 관련 범죄는 끊이지 않았다. 경제방송은 언제나 금융 당국의 감시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위치에 놓여있다. 경제방송사 전반에서 조심해서 나쁠 것 없다는 인식이 퍼졌다. 의심받을 상황을 애초에 차단하는 측면에서 내규로 주식 투자를 금지했다.

서약서에 서명도 하고 했는데 당시 서약서 내용이 잘 기억나진 않는다. 그냥 주가 조작 안하겠다...이런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금액이나 기간, 예외 조항 등 치밀하게 만들어진 문서가 아니였다. 그저 경고 차원에서 였던 것 같다.


그런데 이게 애매하다. 경제방송 앵커는 주식을 해봐야한다. 책으로 백날 읽어도 이해할 수 없는 해 본 사람만이 공유하는 그 심리가 있다. 이론은 책으로 배울 수 있어도 사람의 마음이란 경험해봐야 안다.


삼성전자를 5만원에 사서 8만원에 판 사람이 있다. 60% 수익났다. 팔고 나서 13만원을 구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5만원에 사서 5만5천원에 판 사람이 있다. 이후에 4만원까지 떨어졌다.

누가 더 속이 아플까? 보통 팔고 더 오르면 수익 나도 배가 아프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방송을 만들려면 주식을 조금이라도 해보라고한다. 주식은 만원으로도 100만원으로도 할 수 있으니 부담도 없다. 그래서 해봤는데...100만원으로 10% 수익나면 10만원. 큰 맘먹고 1000만원 투자해서 10% 수익나면 100만원. 정~~~~~말 잘해서 2배갔다치자. 1000만원 원금에 1000만원 수익!

그걸로 인생 바뀌지 않는다.


두번째. 항상보는 것은 안보는 것만 못하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시시각각보고 있으니 단타하기도 쉽고 계속보면 장기 흐름도 보이고 뉴스도 빨리 들어올 테니 주식하기 최적의 상황 아니냐고 말이다. 물론 그런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정반대였다.


현미경으로 양파껍질을 보면 칸칸이 격자무늬 세포가 보인다. 그것만 봐서는 그게 양파인지 뭔지 알수가 없다. 멀리서 봐야 보인다. 시장도 내게는 그랬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시시각각의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해야했고 그러다보니 의연함을 잃게 됐다.

코로나가 터졌다. 큰 일이었고 시장은 급락했고, 여기저기 곡소리가 들리고 우울함이 감돌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성적으로 혼자 그래 살때다!! 이렇게 되지 않는다.

당장 획기적인 코로나 치료제가 개발돼 인류를 구원할거라 생각하면서 주식을 사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 실제로 그 다음날도 빠졌다. 그렇게 며칠 가다가 지칠때쯤 반등이 시작되는 법.

멀리서 지켜보는 사람은 하락하는 일주일이 그저 일상의 한 주지만 일주일 내내 울상짓는 사람들 틈바구니에 있다보면 종말이 임박한 것 같은 공포마저 느낀다. 그래서 멀리 있는 사람은 덜 지친다. 더 오래 그런 폭락장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장을 온전히 6시간 30분을 보면 소위 말하는 '기가 빨린다'는 말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온세상이 코로나 뉴스로 도배되고 태어나서 듣도보도 못한 유가 마이너스를 경험하면 그렇게 태연하게 바닥이로구나~~이렇게 되지 않는다.

거기다 난 그것을 내 입으로 전해야하는 사람이다보니 감정의 커플링이 일어난다. 공포가 배가 된다.

그러니까 시장에 초근접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상승도 하락도 더 민감해지다보니 큰 흐름을 읽기가 쉽지 않다. (물론 그래서 내가 하수일 것이다. 초고수들은 그게 보이나보다.)


일반화의 오류로 내 주변인물들과 증권업계 사람들을 다 깡통찬 사람으로 폄하하고 싶진 않다.

그저 내 상황이 그랬고,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은근 공감하는 투자자들이 많을 것이다.


한 종목 대박나서 '나에겐 워런버핏의 피가 흐르나' 착각도 잠시 쉽게 번 돈은 쉽게 나간다는 것을 체험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지금은 현업에 있는 관계로 계좌를 오픈할 순 없지만 언젠가 자유의 몸이 되면 내 치부같은 계좌조차 편하게 공개할 날이 올 것이다. 지금 그 파이프라인을 잘 만들고 있어 용기를 내 이런 얘기를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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