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이 담임을 잘못 만나면

by 유장래

이쯤 되면 담임이 문제가 아닐까.

벌떡 일어나 ‘청군 이겨라!’를 목 터져라 부르짖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왜 우리 반만 이렇게 과할까. 계주 경기는 시작도 하지 않았고 운동장에는 아무도 없는데. 3학년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하고 싶지만……. 옆 반 아이들은 너무도 점잖게 물 한 잔 하며 자리에 앉아있었다.



돌이켜 보면 너희는 항상 특이했다. 너희는 교실을 클럽처럼 사용했다. 쉬는 시간이면 교실 앞뒤에서 춤판이 벌어졌다. 바나나춤, 인싸춤, 망치춤.... 유튜브를 챙겨보지 않아도 유행을 알 수 있었다.


“선생님, 국어시간에 뭐해요?”

뭘 하긴. 국어를 하겠지. ‘중심문장과 뒷받침 문장 찾는 법을 배울 거란다’ 같은 답을 원한 건 아니잖니. 그리고 현준아, 가만히 서서 질문할 수는 없는 거니. 현준이는 질문을 던지는 와중에도 무릎을 까딱까딱하며 리듬을 타고 있다. 그 옆에는 백댄서 역할인지 다른 두 명이 팔을 위아래로 흔들며 나와 현준이를 구경한다. 몸이라도 같이 흔들면서 대답해줘야 센스 있는 선생님인 걸까.



그래, 너희는 질문도 참 많았다. 배움의 열정이 넘치는 게 뭐가 문제인가 싶겠지만 뭐든지 적당한 게 좋다. 설명 한 문장에 손 5개가 올라왔다. 이런 식이니 수업이 제대로 진행될 턱이 없다. ‘달의 환경에 대해 알아볼까요’라는 주제로 시작했는데 수업은 ‘우주에서 멀쩡할 수 있는 짱 대단한 우주복’으로 끝난다.


처음에는 사태의 심각성을 몰랐다. 아무튼 너희가 호기심을 가지고 수업에 집중했으니까. 하지만 ‘하늘을 날 수 있는 동물의 생김새와 특징’에 대해 가르쳤는데 다음 시간에 확인해보면 ‘곤충은 뼈가 없다’는 소리만 하는 건 단단히 잘못된 일이다. 질문이 있는 교실, 하브루타 수업에 취한 선생님 탓에 너희가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지식을 제대로 쌓지 못한 것만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그날 이튼튼 수업에서도 너희는 줄기차게 손을 들었다. 보건소에서 오신 치위생사 선생님께서는 처음에는 감동하며 질문을 받아주셨지만 점점 당황하셨다. 준비한 내용을 반도 설명하지 못하고 돌아가실 때 죄송해서 눈을 마주보기가 두려웠다. 수업 진도를 끝까지 빼지 못한 게 안전수업, 연극수업에 이어 벌써 3번째였다.




내가 담임을 하기에 너무도 부족한 사람은 아닐지 반성할 수밖에 없었다. 1반은 얼마나 조용한지 복도를 걷다 말고 애들이 정말 있는 건지 궁금해서 교실을 들여다 볼 정도다. 2반 아이들은 깔끔한 두 줄 이동이 인상적이다. 육군사관학교에 데려다 놓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우리 반은... 밝고 잘 웃는다. 끝.


내가 헐렁한 사람이라 너희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걸까. 선생님부터가 에너지 과잉인 사람이라 너희가 나를 닮아가는 걸까.



심란함이 극에 달할 때쯤 만난 문장이 하나 있었다.

⌜교실이 조용하면 편한 사람은 선생님이다.⌟

불의에 침묵하지 말자는 취지의 글이었지만 문장 자체에 꽂혔다. 왜 너희가 춤추는 모습이 못마땅했을까. 보기에 산만하니까? 왜 궁금해도 참길 바랐을까. 진도 나가기가 어려우니까? ‘그래야만 한다’고 여겼던 많은 일들이 실은 ‘어른들이 보기 좋으니까’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행되던 것은 아니었을까.


한소리하기 전 스스로에게 묻는 습관이 생겼다. 지금 하려는 말이 너희를 위한 충고인지 나를 위한 입막음인지 말이다. 성준아, 사물함 위에 올라가는 건 위험해. 교실 구석에서 춤판을 벌이는 건 어떨까. 영현아, 수업시간이 얼마 안 남지 않아서 지금은 질문을 못 받을 것 같아. 대신 배움공책에 적어두면 선생님이 답을 달아줄게. 모든 일들이 어쭙잖은 사명감만 넘쳤던 교사의 미숙함은 아니기를. 너희가 근사한 어른이 되어 내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해줄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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